(사진=주미영 기자)
(사진=주미영 기자)

한여름, 선풍기에서 나오는 약풍 혹은 미풍이란 글자
처음 사랑의 편지 받았던 촉감일 때 있다
 
크게 속상하고 지친 울음 거두고 마악 여는 문
경첩에서 흰 바다 갈매기들 바닷물 닿을 듯 낮게
마중나올 때가 있다.
 
극도로 줄이거나 높인 음악소리 속
가본 기억 없는 모로코사막의 터번 두른 낙타
눈 아픈 모래바람 앞서 가려줄 때 있다
 
유리창 너머 시원한 액자 속 흰 양떼구름들
살아 움직이는 활동사진처럼
갈래머리 계집아이의 어린 설레임 되감아줄 때 있다
 
어떤 여름 저녁,
그 모든 것들 한꺼번에 밀려나와
더위보다 큰 녹색 수박의 무수한 조각배들
잊을 수 없는
석양의 출항을 시작할 때가 있다

김경미 <어떤 여름 저녁에>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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