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출석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출석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이태훈 기자] 김소남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현금 2억원을 건넨 세부 정황이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자술서를 통해 공개됐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김 전 의원에게 2억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기획관은 총선이 열리던 2008년 3~4월에 청와대 부근에서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1만원권으로 5000만원이 든 검은 비닐봉투를 총 4차례 받아 이 사무국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진술서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김소남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호남표를 몰아줬다며 비례(총선 비례대표)를 요청했다"며 "김소남은 천신일(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직접 부탁했고 가끔 저한테 이야기를 했다. 김소남이 천신일이나 저에게 부탁할 때는 이 전 대통령에게 부탁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김소남은 하여튼(비례 공천을 하기에) 여러가지로 부족했다. 7번으로 공천할 이유가 없었고 당내에서 '어떤 관계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백준 진술에 MB 고개 가로지으며 실소

2008년 총선 당시 여러 언론을 통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7번을 받은 김 전 의원에 대한 자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그런 요청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고 묻자 "대통령 취임 전 최시중, 이상득, 천신을 등 핵심 멤버들이 공천자 선정 회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천신일이 이 전 대통령에게 김소남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3월 '김소남이 공 들이고 있다'고 보고하자 이 전 대통령이 저에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며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검찰의 "현금 뭉치를 어떻게 청와대에 갖고 들어갔냐"는 질문에 "저는 총무기획관이어서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수면무호흡증과 당뇨 등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12일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의 이 같은 진술이 공개되자 변호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고개를 가로지으며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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