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다목적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e-팔레트'(e-Palette)의 모습.(사진제공=도요타자동차)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다목적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e-팔레트'(e-Palette)의 모습.(사진제공=도요타자동차)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 “수익율을 올리고 원가를 절감하는데 힘을 쏟은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8월 3일, 도요타 자동차의 도쿄 본사에서 올해 1분기(4월~6월) 실적 발표에 나선 시라야나기 마사요시 전무는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도요타 자동차의 실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 늘어난 7조 3627억엔(약 73조 6270억원), 영업이익은 19% 늘어난 6826억엔, 순이익 역시 7% 늘어난 6573억엔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과 북미 지역에서의 판매 장려금 증가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 실적이었다.

그러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라야나기 전무를 비롯한 도요타 경영진은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위기감 고조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미국의 수입차에 대한 추가관세 우려다.

도요타 자동차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발동할 경우, 자동차 1대를 수출하는데 66만엔(약 660만원)의 비용이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2017년 일본의 생산공장에서 미국으로 70만대가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연간 4700억엔 정도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패러다임 체인지’가 가속되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현재 세계의 시가 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이 모두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은 기존 자동차 업체와는 차원이 다른 연구 개발비를 투자하여 차세대 자율주행차를 위한 AI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의 라이벌인 미국의 GM사는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의 이미지도를 공개하며 ‘2019년 안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업체의 약진도 위협적이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는 빅 데이터와 AI을 활용한 자율운전 플랫폼인 ‘아폴로 프로젝트’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회사는 60개 이상이 난립하며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국책으로서 자율주행차와 아폴로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도요타가 내놓은 미래 전략의 핵심은 ‘오토 모바일 회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의 전환이다. 즉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사람과 사물의 이동(Mobility)을 지원하는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우버와 같은 공유서비스의 등장 등에 힘입어 자동차에 대한 가치관은 ‘소유’에서 ‘공유’와 ‘이용’ 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도요타는 카 쉐어링, 렌터카, 택시 등의 이동 서비스 사업자를 위한 차량관리시스템인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MSPF)’을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한 대의 차량을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개인 인증, 차량 관리, 비용 결제, 보험, 관리 정보 등을 일괄 관리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 차량에 전용단말기인 DCM(Data Communication Module)를 장착하여, 서버와 차량을 초고속 데이터로 연결한다.

DCM은 운전자의 운전습관, 주행기록, 위치 정보뿐 아니라 음성이나 화상 등의 빅 데이터를 수집하여 서버로 전송, 이렇게 얻어진 차량과 라이더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가 사업도 펼칠 수 있다.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어 버리는 날 도래한다

도요타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견본시인 ‘CES 2018'에서 MSPF를 활용한 차세대 전기차(EV) 'e-팔레트 콘셉트'를 공개했다.

박스형의 이 자동차는 핸들과 페달을 없앤 완전 자율주행차로서 내부 인테리어에 따라서는 이동식 사무실이나, 레스토랑, 이벤트장의 부스로도 활용될 수 있다.

아마존을 비롯하여, 디디추싱(중국의 세계 최대의 배차 앱), 마쯔다, 우버, 피자헛 등과 초기 파트너 쉽을 체결하여 실험차량을 운영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실용화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100년만의 한번 있는 대변혁 시대‘를 맞아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는 도요타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여부를 떠나 일본의 모노즈쿠리(제조업)를 대표해 온 도요타 자동차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어 버리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수익율을 올리고 원가를 절감하는데 힘을 쏟은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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