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11일 나토 정상회담 도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11일 나토 정상회담 도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터키 리라화가 미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로 브레이크 없는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터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자 터키 리라화가 급등하는 등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간첩 협의로 투옥된 미국 브런슨(Brunson) 목사의 석방을 터키 법원이 거부하자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해 각각 50%,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터키 리라화는 13일 달러 대비 15%가량 폭락하며 증시 불안을 가속화시켰다. 터키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20%를 넘어섰고, 신용부도스와프(CDS)도 하루에만 60bp(1bp=0.01%)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 전쟁 등 세계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터키발 금융위기가 신흥국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터키 발 금융위기는 국내 외환 및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13일 1130원대를 돌파했다. 리라화 폭락이라는 터키발(發) 충격으로 연중 최고점을 목전에 둔 모습이다.

또 국내 증시 중 코스닥은 이날 3% 넘는 큰 폭의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28.9원)보다 3.1원 오른 1132.0원으로 출발했다. 113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7월 24일 이후 약 3주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터키 리라화 급락으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외환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심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터키와 밀접한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권 국가에 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로 가치가 떨어지면서 강해진 강달러 압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도 하락한 것이다. 달러 대비 유로는 1.2% 떨어져 1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물산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우려 속 미국과 터키의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혼란이 마무리될 경우 단기적 영향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 경제성장률이 4%대로 나쁘지 않아 구제금융을 받으면 나아지리란 해석에서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슈가 되는 규모가 신흥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신흥국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터키와 같이 대내외 취약성이 동시에 발생하는 국가에 한해 금융 불안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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