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로자들이 워라밸(좌)과 워커홀릭(우)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많은 이들이 워라밸과 워커홀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불과 10~20년 전까지만 해도 워커홀릭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워커홀릭(Worker-holic)이란 말 그대로 일에 영혼을 바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에 경제적으로 성공가도를 밟아 나가는 것이 인생 성공의 척도였다.

특히 한 가정을 이룬 가장의 경우,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력이 절대적인 능력치로 자리 잡았다. 이에 워커홀릭은 40~60대 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80~90년대에 태어난 현재의 20·30대 들에게는 워커홀릭과 워라밸 중 망설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를 의미한다.

과거 고성장기에는 국가의 성장과 함께 근면 성실한 사람도 큰 돈을 벌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시대가 지나고 국가 경제가 성장기를 벗어나 저성장을 이루면서, 열심히 일을 한다고 성공하기 힘들어졌다.

현재의 월급으로 20년 넘게 모아도 서울의 집 한 채를 살수 없는 이들이 많다. 이에 실망한 많은 청춘들이 일보다는 현재의 내 삶을 즐기자는 시각으로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지난 해, 일본에서는 ‘버리고 줄이기’ 운동이 붐을 이뤘다. 이들은 3평 남짓 작은 집에서 가구를 놓지 않고, 아무것도 없이 생활한다. 그래도 행복하다는 설명을 담은 책들이 서점에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와 ‘미니멀리스트’ 등의 서적들이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일맥상통하는 주제로, 물건을 더 적게 가질수록 욕심이 줄어들어 인생을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이론이다. 이와 같은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신혼 가구 역시 최소한의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벌어서 남는 돈으로 물건을 사는 대신 경험을 샀다. 무엇인가를 체험하고, 먹고, 즐기고 여행을 가는 것이다. 한번 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슬로건을 내건 욜로(YOLO)족들도 지난해 이 흐름에 가세했다.

다수의 부장·임원·과장·차장 급 직원이 스스로를 워커홀릭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제공=잡코리아) 

반면, 워커홀릭들의 단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난 8월 9일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장·임원·과장·차장 급 직원은 여전히 스스로를 워커홀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워커홀릭으로 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많이 하자는 문화는 ‘김생민의 영수증’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큰 대박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모으면 어느 정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워커홀릭과 절약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던 ‘김생민’이 미투 운동으로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다시 워라밸과 욜로가 득달같이 젊은 층의 심리를 장악하고 들었다.

지금은 예전 70~90년대의 고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든 국가 경제는 가파르게 오르기 어렵다. 자신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희생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런 상황에서 청춘들은 워라밸을 선택해야 하는가. 워커홀릭이 돼야 하는가. 도전이 나쁜 것도 아니고,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 추구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행복과 성공을 얻는 것이 삶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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