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누이/홍정욱 지음/이후/1만3000원
우리들의 누이/홍정욱 지음/이후/1만3000원

 

[뉴시안=이태훈 기자] 모두가 잊었지만, 누구나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 『우리들의 누이』.

1970년대를 이야기할 때 노동자 전태일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전태일이 차비를 털어 붕어빵을 나눠 주었던 어린 여공들의 삶은 흔히 묻힌다. 

오빠의 진학을 위해, 남동생의 공부를 위해 당연히 희생했던 딸들, 그녀들의 마음속에 솟아나고 사그라들던 아픔과 슬픔은 대상화되고 객체화될지언정, 주인공이거나 중심인 적은 없었다. 

이 책은 겨우겨우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결국 졸업을 못 하고 집과 학교를 떠나 공장에서 일하게 된 이구남의 일생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핸드볼이 뭔지도 몰랐던 소녀가 골키퍼로 성공하는 꿈을 꾸고, 당연한 것처럼 그 꿈을 잃어 간다.

운동화를 사려고 모은 돈은 육성회비 값으로 들어가 버리고, 날마다 생의 무게로 짓눌리는 부모님을 그냥 지켜보기엔 구남이의 마음이 너무 착하다.

언니가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부산의 공장에 취직하고, 직장을 옮기고,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삶은 그 시절 누이들이 겪은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또한 그런 누이 덕에 대학에 가고, 교사가 되었다. 한평생 고생만 하다 비명에 가신 누이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 당시 공장을 다시 둘러보기도 했고, 누이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기도 했다.

작가는 누이의 삶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세상에 이런 삶도 있었노라고.

그들에게 빚을 졌음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고.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