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제17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제17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을 인수한다고 5일 밝혔다.

뉴시안은 “신한금융그룹은 자회사로 신한생명을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왜 오렌지라이프라는 생명보험회사를 인수한 것일까?”라고 신한금융그룹에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두 회사는 서로 성격과 역량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생명이 있긴 했지만 그 규모가 작았고,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은행과 카드 부문에 더 편중된 사업·수익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었다”며 “이에 보험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자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뉴시안은 “현재 보험 산업은 정책적인 규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 산업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신한금융에그룹에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정책 규제로 피해를 보는 것은 특정한 보험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며 “보험산업에 대한 규제로 단기적으로는 힘들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보험업은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키워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인수는 당장 기업가치의 제고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생명보험업계는 향후 더 좋아질 것이다. 고령화사회가 되면 생명보험 산업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생명으로 흡수되거나, 또다른 상호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의 지분을 59.15%만을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잔여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주주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상호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KB금융에 9년 만에 빼앗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가져오는 동시에 비은행 부문까지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오렌지라이프 인수였다.

리스크를 감수한다면 향후 보험 운용자산의 활용이 시너지 창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렌지생명의 수익성과 성장성. (자료=대신증권)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뿐만 아니라 KB금융, 하나금융 등 여러 금융사가 인수를 위해 눈독을 들인 곳이기도 하다. 탄탄한 자산 포트폴리오, 안정적인 자본 건전성을 갖춘 덕분에 오렌지라이프는 M&A 시장의 '대어'로 꼽혀왔다.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RBC)비율은 3월말 기준 440.9%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등에 고심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바라보는 평가들

오렌지라이프의 탄탄한 실적 덕에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이번 인수를 무리수로 보지 않았다.

무디스(Moody's)는 신한금융그룹의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지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추가 배당금 지급 없이도 이자 상환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에서다.

이어 무디스는 신한금융의 'A1' 장기 외화표시 기업 신용등급(issuer rating) 및 'Prime -1' 단기 외화표시 기업 신용등급을 재확인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무디스는 “신한금융의 레버리지 비율이 이번 인수로 약 124%인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56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과 4000억원 규모의 국내 발행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그룹 내 주요 자회사들의 추가 배당금 지급 부담 없이 고정 이자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ING 생명보험의 높은 배당률 또한 신한금융지주회사의 레버리지 상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6일 증권가에서는 인수가격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올해 6월 말 오렌지라이프의 자기자본 기준 주가순자산배수(PBR) 1.08배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렌지생명 인수 이후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폭은 0.6%포인트로 크지 않고 이중 레버리지비율도 13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돼 자본 부담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렌지라이프의 2017년과 올해 추정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7%와 9.5%로 잔여지분 40.85%를 어느 정도 가격에 인수하는냐에 따라 총 인수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상 ROE 9~10% 금융회사를 PBR 1배 수준에서 인수한다는 점에서 오버 페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편"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