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공격에 현대차가 시가총액 4위를 탈환했다.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뉴시안=송범선 기자] 현대·기아차가 모처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시가총액 4위를 탈환하면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덩달아 기아차 주가도 근래 3일동안 8% 이상 상승했다.

이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무산시킨 엘리엇이 석달 만에 다시 압박을 재개했던 영향이 크다.

7일 현대차그룹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4일 현대차에 서신을 보내 합병 등을 요구했다. 서신에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을 제안하고, 이를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지배구조개편안은 현대모비스의 AS부문을 떼서 현대차와 합병시키고, 남아있는 모비스를 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의 대응은?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을 근거로 엘리엇의 논의 요청을 거절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개편 등을 엘리엇과 의논하는 것은 시장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다”고 밝혔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기업의 중요 사안을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시장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통상 외부로 공개되지 않아야 할 사업상의 서신이 특정 외신을 통해 공개된 것에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높여 고수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벌처펀드 특유의 습성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엘리엇은 기업을 공격할 때 비공개 자료들을 언론에 공개해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킨 전력이 다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시장에서는 높은 단기 수익에만 몰두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기업을 지속성장시킬 제대로 된 개편안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낮다"고 언급했다.

또 "엘리엇의 주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만 올리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 N의 미디어 사전 체험행사. (사진:현대자동차)

엘리엇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현재 현대차 지분의 약 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끊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0.61대 1로 합병한 후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각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내야 할 세금은 1조원 이상이다.

앞서 설명한 방법에 따르면 '기아차 → 모비스→ 현대차 → 기아차', '기아차 → 제철 → 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현대차 → 글로비스 → 모비스 → 현대차', '현대차 → 제철 → 모비스 → 현대차'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소멸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엘리엇은 1% 수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한 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등을 요구했고, 외국계 주주를 규합하며 현대차를 압박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강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외국계 주주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ISS 등 경영권자문사들이 모비스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현대모비스 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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