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노은지 편집 자문위원/KBS 기상 캐스터] 아침 출근길 옷차림이 달라졌습니다. 며칠 전 만해도 반소매가 보였지만 이젠 긴소매와 재킷도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시작됐습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엔 감기 걸리기 십상입니다. 날씨 예보에서도 큰 일교차란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계절이지요. 그런데 이 ‘큰 일교차’라는 말은 딱 환절기에만 씁니다. 아침엔 서늘해 가을 분위기가 나다가도 낮엔 여전히 늦더위가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아침에도 덥고 낮에도 더운 여름이나 아침에도 춥고 낮에도 추운 겨울엔 일교차를 언급할 필요가 없죠. 아침과 낮의 계절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맘때, 큰 일교차에 유의하셔야겠습니다.
 
 가을 분위기를 더하는 건 서늘해진 공기뿐만이 아닙니다. 어느새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암컷 귀뚜라미를 향한 사랑의 노래인데요.  9월의 시작과 함께 귀뚜라미 소리가 높아지는 건 귀뚜라미는 24℃ 안팎의 온도에서 짝짓기를 가장 왕성하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뚜라미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때가 딱 이맘때이기도 하죠.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귀뚜라미를 ‘가난한 사람들의 온도계'라고 했습니다. 귀뚜라미는 변온동물로 주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주위 온도가 내려가면 울음소리의 성량이 줄고 속도가 느려져 1950년대 곤충학자 톰 워커는 "모든 귀뚜라미는 꽤 괜찮은 온도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897년 미국의 과학자 돌베어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온도를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온도계 구실을 하는 귀뚜라미’라는 논문을 통해 긴 꼬리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주변 온도와의 관계, ‘돌베어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긴 꼬리 귀뚜라미가 14초 동안 우는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를 알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예를 들어 14초 동안 긴 꼬리 귀뚜라미가 30회 울었다면 주변 온도가 70℉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공식을 섭씨온도(℃)로 바꾸면, 25초 동안 귀뚜라미가 우는 횟수를 3으로 나눈 뒤 4를 더하면 되는데요. 25초 동안 39번 울었다면 주변 온도는 17℃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내일(11일) 서울의 아침기온 16℃도 등 이번 주엔 아침기온이 15℃ 안팎까지 내려가겠습니다. 꽤 서늘해진 날씨인데요. 귀뚜라미는 25초 동안 40번 안팎 울겠네요. 조용한 가을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키워드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