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시상식.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오지환(왼쪽 세번째)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현지시각)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시상식.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팀 오지환(왼쪽 세번째)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슈추적=기영노 스포츠평론가] 최근 야구 등 스포츠 계에서의 ‘편법 병역특례 활용’ 때문에 스포츠 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데 병역특례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모병제도 도입, 병역특례를 폐지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不可逆的)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20명 야구 9명 그리고 펜싱 등 개인종목 13명 등 모두 42명이 병역특혜를 받게 됐다.


1973년 병역특례 제도가 생긴 이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전까지 964명이 혜택을 받았었기 때문에 이제 체육병역특혜를 받은 선수는 1000명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1973년 이후 45년 동안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1006명 가운데 야구선수가 89명으로 9퍼센트 가까이나 된다.

야구는 아시안게임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된 건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부터다. 당시엔 일본에게 패했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일본과 대만에 모두 패하면서 특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만 이번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까지 5번째 우승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과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올림픽에서 두 번, 그리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4강 등으로 모두 8번에 걸쳐서 89명이 혜택을 받아서 가장 수혜를 많이 받은 종목이었다.

그런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고, 해당 포지션에 더 뛰어난 선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지환, 박해민 두 선수를 선발해서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오지환, 박해민 두 선수는 누가 봐도 병역특례를 혜택을 주기 위해 선발 됐다. 두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45년 전인 1973년, 국위선양 취지의 병역특혜

병역특례제도는 지난 1973년 ‘병역특례 규제에 관한 법(병역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국가산업 육성과 경쟁력 제고,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을 위해 주요 기간 산업체 및 연구기관·이공계 대학(원)·예술문화체육 특기 자를 전문연구·산업기능·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해 ‘병역혜택’을 준 것이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저 출산 추세로 병역자원이 감소하자 적용 대상이 점차 축소됐고, 1984년엔 병역특례법이 폐지(병역법에 흡수)되면서 ‘병역특례’ 용어는 공식적으론 사라졌다.

현재 전문연구, 산업기능, 예술체육요원은 승선근무예비역(선원) 공중보건의(의사) 공익법무관(변호사) 등과 함께 대체복무자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1990년부터 병역 특례 혜택을 현재와 같이 올림픽 금·은·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자에게만 부여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2002한일월드컵 16강 (결국 4강),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에도 혜택을 주는 등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 했다.

그러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수상자에게만 제한을 두게 되면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월드컵 축구대회는 설사 우승을 하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단순히 4년마다 치르는 세계축구선수권대회로 보기 때문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육상 선수권대회, 세계수영 선수권대회와 각 종목의 크고 작은 세계선수권대회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육상과 수영에 혼성종목(400m,와 1600m 남녀 2명씩 4명이 겨루는)이 추가되는 추세인데, 만약 메달을 딸 경우 같이 땀을 흘리며 메달을 따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선수에게 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원래 취지 경기력 향상 요인은 무색해지고 있어

국가에서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것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서 국익에 기여를 했다는 것도 있지만, 그로 인해 경기력을 향상 시키려는 의도도 내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대회를 보면 병역특례를 원천적으로 받을 수 없는 여자 선수들의 경기력이 오히려 더 뛰어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경우만 해도, 육상에서는 정혜림(100m 허들), 수영에서는 김서영(200m 개인혼영) 그리고 복싱에서는 오연지(60kg급) 선수가 각 종목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내 한국 스포츠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

그녀들은 달랑 금메달 한 개씩만 목에 걸었을 뿐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연금점수도 10점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연금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현행의 체계로는 최소 20점 이상이 되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국제적인 조롱감 되는 병역특례

병역특례 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존재한다. 국제적으로는 좋은 의미에서의 화제거리가 되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조롱감이 되고 있다.

지난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간 도중에도 영국의 BBC가 “토트넘의 손흥민은 군 면제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다. 결국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메달보다 더 바라던 군 면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다른 매체는 프랑스 팀에서 뛰다가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박주영 선수를 거론하면서 손흥민도 박주영의 뒤를 따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미국의 CCTV가 한국 대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후 한국이 2대0으로 이기자 “군 면제를 받으려고 뛰는 한국 팀에게는 어느 팀도 당해 낼 수가 없다”며 뼈있는 평을 했다.

 

대만은 모병제 북한은 엄청난 혜택

현재 27만 명의 대만은 현역군인이 9배나 더 많은 230만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을 상대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1위, 세계 2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군사 대국이다. 군사력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이다.

대만에는 우리나라의 병역특례 사촌 쯤 되는 '체대역'(대체복무의 대만식 표현)이 있었다. 군복무 대신에 민간의 요소에 필요한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사회복무제도다.

당시의 체대역도 우리나라의 병역특례 제도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대만은 당초 2015년 실시 예정이던 완전 모병제를 3년 늦추어 2018년 1월부터 시행하면서 체대역 제도의 불합리성을 일거에 제거해 버렸다.

북한은 인민무력부 산하 체육부대인 4.25 체육단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4.25 체육단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4.25체육부대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더라도 조기 제대의 혜택은 없다.

4.25체육부대가 아닌 학생이나 일반인이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병역특례 혜택은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국가대표를 ‘체육명수’라고 부르며, 배급을 늘려 주는 등의 크고 작은 혜택을 부여한다.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공훈체육인’이라 부르며 공산당 지도부로부터 선물을 하사 받는다.

북한 체육인의 가장 큰 영광은 ‘인민체육인’이 되는 것이다.

올림픽이나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게 되는데, 인민체육인이 되면 우선 평양에 40명대 아파트와 벤츠 같은 고급승용차를 받는다. 그리고 평생 충분히 먹고 살만한 연금을 받는다.

북한의 인민체육인으로는 1966년 영국월드컵축구대회의 영웅 박두익,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계순희,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 금메달 리스트(2시간26분59초) 정성옥, 최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체조의 리세광, 역도의 김은국·엄윤철 등이다.

 

국방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논의시작

병역특례 제도는 청와대의 관심표명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로 국방부, 병무청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정부 부처가 긴밀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 시작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역특례 제도가 생긴 것은 1973년이었고, 그로부터 45년이나 지난 지금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 남북한 긴장완화 그리고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1973년 병역특례 제도를 만든 이유는 당시는 국가이익과 국위선양에 기여한 스포츠선수(또는 예술인)에게 무조건 환호를 했었는데, 이제는 대회의 성격 등을 따져서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이기는 하지만 병역특례를 마일리지제로 하거나, 은퇴 이후에 3년 정도 해당종목에 봉사를 하는 것으로 대체를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출산인구 감소로 인구절벽 현상이 일어나서 병역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병역특례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마일리지제로 하게 되면 선수 선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다. 지도자가 마일리지의 커트라인점수를 넘어서 이미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를 선발하는 대신, 마일리지 점수가 약간 모자라는 선수를 뽑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감독이 볼 때도 마일리지 점수가 모자라는 선수의 동기부여가 확실하기 때문에 뽑아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 후에 3년간 또는 일정기간 해당 종목에 봉사를 하는 것도 은퇴시기 선정, 봉사활동에 드는 예산 배정 등의 난제가 놓여 있다.

병무청과 국방부에서는 2022년 산업분야 등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병역특례를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앞으로 3~4년 동안 병역특례를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모병제를 도입하면 일시에 해결되지만 그 문제는 남북한의 대립이 있는 한 요원하고, 그렇다고 병역특례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당장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이상 병역특례에 대해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청회 등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어 불가역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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