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사진=뉴시스)
미국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자국의 대북제재 조치를 어기고 북한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이전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과 그 북한인 경영자, 러시아 기업에 대해 독자 제재조치를 발동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PAC)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북한 국적의 정성화(Jong Song Hwa)와 그가 CEO로 있는 중국 IT업체 옌볜 실버스타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자회사 볼라시스 실버스타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옌볜 실버스타는 실질적으로 북한에 의해 운용됐으며 북한 기술자의 국적을 고객에 알리지 않은 채 올해 상반기까지 다른 중국기업과 합작사업을 벌여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OPAC은 설명했다. 2017년 초 설립된 볼라시스 실버스타는 옌볜 실버스타의 프론트 기업으로서 북한 기술자를 받아들여 운용하면서 연간 수십만 달러의 이득을 취했다고 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해외에 나간 북한 IT 기술자들이 신분을 위장하고 제3국인으로 행세하면서 취득한 불법자금을 북한으로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세계 각국 기업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북한 기술자를 고용해 기술업무에서 일하게 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세우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그간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북한 노동자의 취업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그런 일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번 제재 대상 기업과 개인은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더는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해커 이미지 (그래픽=pixabay)
해커 이미지 (그래픽=pixabay)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6일 북한의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 북한 국적 해커 박진혁을 기소한 바 있다.

북한 정찰총국(RGB)을 대리해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국적의 박진혁과 그의 소속 회사인 북한 국영 조선수출합작투자(Chosun Expo Joint Venture)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행위에 대해 북한 국적자를 기소하는 등 제재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관한 조사발표와 보고서 등이 나왔지만, 해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사진까지 공개된 것 역시 처음이다. 

박씨는 소니픽처스 해킹,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워너크라이 랜섬웨이 공격 뿐만 아니라,  2016년과 2017년 미국 방위산업업체인 록히드 마틴사에 스피어 피싱 이메일을 발송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정보도 수집하려 한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하고 있다. 
  
박씨가 어디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美 재무부는 성명에서 "박진혁과 그의 동료들이 북한과 중국,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재무부가 박씨의 여권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볼 때 그의 해외 출입국 동선을 파악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제재와 관련해,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번 기소와 제재로)박씨가 체포되진 않겠지만, 은둔의 왕국인 북한에서 이러한 범죄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하는 것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상기시켰다. 

‘미국의 소리(VOA)’는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3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이번 남북정상회담 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하는 데 대해 또다시 “특정 분야별 제재”를 거론하며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고 VOA는 전했다. 

한국 재계 총수와 경영진의 방북이 진행되고 남북 정상회담이 2차례에 걸쳐 예정된 가운데, 이번 한주는 비핵화 촉진과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훈풍이 불어올 것인지, 미국의 대북 압박 캠페인이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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