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인사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은 방북 첫날 오후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던 당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리룡남 내각부총리와 면담을 진행했다. 

리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4대 주요그룹 총수들이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면담 내내 비교적 좋은 분위기가 유지된 만큼 당장의 투자보다 미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방북 2일차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시간에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 소재 조선인민군 112호 양묘장을 방문했다. 112호 양묘장은 묘목을 양성하는 장소로 2010년 5월 준공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재건을 지시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평양시내 소학교 및 학령전을 교육을 담당하는 평양교원대학을 방문해 북한의 교육 수준과 교원 양성 체계 등을 관찰했다. 저녁에는 문재인 대통령 및 다른 수행원들과 함께 평양 시민들이 자주 찾는 대동강 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만찬을 진행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LG 구광모 회장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북 3일째 되던 날에는 양측 정상과 함께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K2 브랜드 재킷을 착용한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북한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경제인들이 귀국하면서, 관심은 삼성전자, SK그룹 등이 대북 사업과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의 본격화 여부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SK가 대북 사업을 위한 행보를 가장 먼저 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남북한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를 통해 환경·산림분야 협력을 강조한 만큼 SK임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그룹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대북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회사 모두 TV를 임가공 형태로 북한에 맡겼던 적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의 대규모 투자와 경제협력을 북한과 진행한 적은 없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대북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LG "北, 많은 기회 있어"…삼성 '말 없이 미소만'

오후 7시께 성남공항을 통해 귀국한 4대 그룹 총수들은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에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평양정상회담에 대한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버스에서 제일 먼저 내린  최태원 SK 회장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묘장부터 학교까지 여러가지를 보고 왔다"며 "그안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최 회장은 방북기간 내내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쥐고 다니며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방북 총수들 가운데 연배상 맏형으로 이번 방북길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다. 

마지막에 나온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천지 방문에 대한 질문에는 "아휴"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좋았다"고 답했다.

한편 재계 인사들의 이번 방북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지만, 향후 남북경협의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엔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귀국 이후 북미 협상 등을 지켜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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