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정리됐다. 사진은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와 삼성화재 사옥. (사진 제공=삼성화재)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정리됐다. 사진은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와 삼성화재 사옥 (사진 제공=삼성화재)

[뉴시안=송범선 기자] 삼성그룹에 그동안 남아있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정리됐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지분의 매각과 함께 돌고 도는 구조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고, 본격 지주사 전환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각각 자사가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 500만주(2.6%), 262만주(1.4%)를 블록딜로 매각한다고 20일 밝혔다.

남아있던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등 고리처럼 이어지는 4개의 구조다. 이번 매각 결정으로 남아있던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

 

▣ '지주사 전환'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그렇다면, 이번 순환출자 고리 정리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삼성화재 정현정 책임은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지면서, 건설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물산을 매각한 것일 뿐이다”며 “또 매각 자금으로 투자자금 확보가 주된 이유다. 지주사 전환과 관한 부분은 논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관계자도 “지주사 전환에 관한 부분은 아직 언급하기 어렵다. 이번 매각건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함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일뿐이다”고 답했다.

증권업계의 시각도 삼성그룹 전체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1일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지분 매각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 변경 시나리오로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변경되는 것을 꼽았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법으로 강제됐던 앞선 이벤트들과 달리 자발적 노력으로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아직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금산분리 문제 해결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은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당장에 자회사로 편입될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20%까지 확보해야 하는데 현 시가총액 대비 약 46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발표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해소 과정. (자료 제공=메리츠종금증권)

▣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해소는 ‘블록딜’로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주식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된다. 약 1조원 규모로 주관사는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결정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면서 생긴 순환출자 고리를 신규형성으로 해석했다. 이에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 매각을 통해 순환출자고리 7개 중 3개를 해소했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은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별도로 인수하거나, 삼성물산이 자사주 매입 형태로 사들이는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블록딜 방식의 매각을 택함에 따라 주식시장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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