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구글 어스 (그래픽=구글 어스 화면 캡쳐)

[뉴시안=정윤희 기자]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2005년 구글에서 처음 시작한 지도 프로그램이다.

위성을 통해 전세계의 모습을 입체감 있는 3D로 제공해 지도의 혁명이라 불렸고, 계속 진보하는 기술 덕에 실사판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유명 도시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늘에서 보는 위성뷰와 함께 지상에서 보는 '구글 스트리트뷰'가 합쳐져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로마, 런던, 뉴욕 등 평소 여행 가고 싶은 장소나 유명 명소를 검색하면, 영상을 통해 보는 것과 달리 왜곡 없는 생생한 이미지에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최근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교육용 교재로도 쓰인다.

현재 구글 어스는 웹과 스마트폰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며, 보이저 기능을 통해 지구촌 탐험을 즐길 수 있고 'I'm feeling lucky' 메뉴를 누르면 구글 어스가 안내하는 투어를 다닐 수도 있다. 측정자 아이콘을 눌러 실제 거리까지 재 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구글 어스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구글 지도(Google Maps) 역시 유용하긴 마찬가지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언제 어디서든 지도 서비스를 열어 해결할 수 있기에 길을 몰라도, 길을 잃어도 걱정없는 세상이긴 하다. 타고난 길치일지라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가야 할 목적지를 찾거나 낯선 곳의 정보를 얻어야 하는 단순한 경우가 아니라, 복잡미묘하다 못해 극한 경우라며 과연 무엇으로 해결해야 할 수 있을까. 

바로 영화 "라이언"의 주인공 5살 꼬마 사루를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겠다.

영화 "라이언" 포스터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라이언"은, 인도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5살 사루가 길을 잃고 25년이 훌쩍 지나서 다시 고향을 찾게 되는 긴 여정이 담겨있다.

형을 졸라 일터에 함께 나가던 중, 빈 기차에서 깜빡 잠이 든 사루는 형과 헤어져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콜카타에 홀로 던져졌다. 집 주소만 기억한다면 어려울 일도 아니지만 집이라고 해야 천으로 가린 움막이 전부였고, 벵골어를 포함해 공용어만 17개가 넘는 인도에서 사루가 쓰는 언어는 무용지물이었다.

오직 사루가 기억하는 것은, 물탱크가 있는 기차역과 '기네스탈리' 라는 동네 이름뿐이었고 그 역시도 인도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었다. 결국 갖은 고생 끝에 미아로 분류되어, 집을 찾는 일은 고사하고 고국에서 더 멀리 떨어진 호주로 입양되기에 이르렀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본 인도 (그래픽=구글어스 화면 캡쳐)

그리고 25년이 지났다.

어느날 대학원 친구의 집에서 인도과자 잘레비를 본 사루는, 가슴 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가족과 집에 대한 그리움 한자락과 마주한다. 그의 사연을 들은 친구들 중 누군가 말한다. '구글 어스 라는 프로그램 알아? 컴퓨터로 세상 어디든 다 볼 수 있어.' 

이것이 시작이었다. 25년 동안 길을 잃어버리다 못해 그 사실까지 잊어버리고 지냈던 사루는, 노트북 화면을 통해 둥근 지구를 돌려 유라시아로 진입하고 다시 인도 지역을 줌인하고 기차역을 클로즈업한다. 또 기차 속도를 검색하고 시간을 곱해 수색반경을 짚어내, 역으로 계산해 나간다. 

식음을 전폐하고 사력을 다해 구글 어스에 매달린 사루는, 마침내 기찻길 옆 물탱크를 찾아낸다. 엄마를 맞이하러 갔던 돌산을 찾아낸다. 형과 놀았던 개울물을 찾아낸다. 집으로 총총총 뛰어다녔던 길을 찾아낸다. 그렇게 꿈에 그리고 사무치게 가고팠던 고향 땅 '가네샤 탈라이'의 집에 도착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물론 인생까지 잃었던 사루의 해결책은 바로 '구글 어스'였다. 커다란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려, 에펠탑 주변의 나무가 몇그루 인지, 청수사 입구 계단이 몇 개인지 구경하다 보면 진짜 디지털 세상이 실감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디지털이 간혹 메마르고 척박하다고 평가받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고 긴밀하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디지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구글 어스로 통하는 길 위에서, 25년 전의 '나'를 고스란히 찾아낸 사루가 그 증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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