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 제공=현대모비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부품 협력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 악화는 자동차 전후방 연관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생산·내수·수출이 수년째 역성장을 이어가면서 부품사 등 완성차 협력사들과 자동차 전후방산업이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으로 위기가 옮겨가며 한국의 대들보 산업 전반에 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밑돌았고, 한국지엠 역시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후 좀처럼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9월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4.3% 감소했고, 쌍용차도 전년대비 18% 판매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완성차의 약세에 부품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작은 부품사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와 같이 글로벌 자동차 부품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 강효진 과장은 “현대모비스도 현재 어렵다. 현대차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GM, 크라이슬러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거래처로 있어, 100%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영향이 큰 회사는 현대기아차라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현재 부품사가 살아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강 과장은 “완성차가 살아나야 부품사도 살아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하나가 뚫리면 살아난다는 개념이 아니다. 내수나 미국 관세 문제 등 여러 가지 시장에서 종합적으로 개선되야 한다. 현대차 그룹 부회장이 미국으로 가는 등 자동차 산업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31일 오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방침에 따라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내부가 텅비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모비스와 같은 대기업은 그래도 업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중소형 자동차 부품사는 더 심각하다. 이들은 실적 악화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산의 길을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 '리한'은 지난 6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300곳에 이르는 현대차 1차 협력사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에는 중견기업 다이나맥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굵직한 부품사들도 쓰러져 줄줄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통계자료에서도 부품사의 위기는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의 50인 미만 사업체 가동률은 2014년 80.3%에서 지난해 52.0%로 하락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닌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사 100곳 중 31곳이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기업이 21곳이었고, 2년 연속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11곳 중 6곳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이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49.2% 줄었다.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판매 위축이 고스란이 부품사의 수익 악화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부품사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 제공=현대모비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산업 정기 평가 결과 자동차업종 15개사 중 성우하이텍이 'A'에서 'A-'로, 부산주공이 'BB-'에서 'B+'로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현대위아의 경우 등급은 'AA'를 유지했지만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부품사 성우하이텍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과 신규 투자한 해외법인들의 성과 지연 등으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주공 역시 자동차 부품사로써, 이번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량 감소 여파로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

현대차그룹에서 자동차 엔진과 모듈, 파워트레인 계통의 부품을 담당하는 현대위아의 경우 디젤엔진, 누우 엔진 등 주요 제품들의 판매가 부진해 수익창출력이 약화됐다.

이지웅 책임연구원과 김봉균 평가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승용차시장 경쟁력은 회복됐지만 미국·중국시장의 판매 부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와 일자리 영향이 가장 큰 분야"라며 "보호주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무역전쟁, 중국의 브랜드 중화주의 대두, 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잠식 등의 문제로 자동차 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가 한국 경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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