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정윤희 기자]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천재가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99%의 노력에 초점을 두고 이해했지만, 에디슨은 정작 '1%의 영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단연코 요구되어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1%의 영감이 아닐까. 땀을 흘려가며 쌓아올린 노력 위에 영감 한 방울이 더해질 때, 비로소 영혼을 갖춘 완전체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도 그렇다. 고급 장비와 근사한 피사체에 집중하는 것도 좋겠지만, 찍는 사람의 영감 한 방울이 더해진 결과물이 더 빛을 내는 법이다.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인 요즘, 서서히 카메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사진가 안태영을 만났다. 장비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그가 사진에 더하는 '1%의 영감'을 따라가 봤다.
스마트폰 포토그래퍼 안태영 (사진=뉴시안 정윤희)

얼마 전 출간한 '갤럭시로 찍다'라는 책을 봤는데,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했다. 스마트폰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9년전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라는 첫 책이 나왔는데, 그때 쓰던 카메라는 모두 똑딱이(소형 컴팩트) 카메라였다. 취미로 시작하게 된 사진이었는데, 무거운 카메라가 짐스러웠고 찍고 싶은 것을 제때 담기 위해서는 나만의 순발력 있는 카메라가 필요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똑딱이 카메라였고, 이제 서서히 스마트폰이 똑딱이 카메라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옮겨타게 됐다.

또 똑딱이 카메라를 한창 쓸 당시, 삼성 카메라와의 인연으로 함께 오랫동안 작업했고, 그 연속성으로 지금까지 삼성전자 갤럭시 팀과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분명한 건 이 작고 날렵한 장비 덕분에, 더 좋은 사진과 내 마음에 흡족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의 앞에 붙는 수식어도 '기념'에서 '일상'을 바뀐지 꽤 됐다. 더 좋은 사진, 흡족한 사진에 만족한다고 했는데 안태영 작가가 생각하는 '사진'은 어떤 개념인지 설명 부탁한다.

아주 심플하게 설명하면, 내 인생의 촘촘한 기록이다.

다시 말해서 내 생각들이 하나의 점철된 이미지로 기록해나가는 것이,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찍고 싶은 것을 담으면, 남에게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나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춘 기록들을 남기게 된다. 평소 강의에서도 스스로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진짜 사진을 찍어보라고 강조한다.

또 사진은 소통의 연장이다. 취미로 사진에 푹 빠졌을 무렵, 사진 한장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이야기를 듣거나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 일이 참 즐거웠다. 그런 소통 속에서 지금 내 인생의 멘토인 강영호 작가님을 만났으니, 사진이 나에게 의미하는 정말 크고 깊다. 그런데 소통의 욕심이 커지다보니, 간혹 사진이 아닌 장비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

장비도 중요하지만, 사진보다 우위에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단 스마트폰을 고집하며 사진을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최신 사양의 스마트폰을 권하기는 한다. (웃음)

 

엄청 많은 종류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것이고 각 브랜드마다 특성과 차별점이 있을 터인데, 순수하게 '카메라' 측면으로만 추천하는 스마트폰은?

개인적으로 '갤럭시 Note9'과 '화웨이 P9 플러스'를 추천한다. 혹 오래된 폰을 쓰고 있어 곧 바꿔볼 계획이라면 해당 기종으로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고, 늘 가지고 다니는 장비인만큼 자신의 인생 기록을 좀 더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카메라의 경우는 연식이 좀 되었더라도 애착을 가지고 써보라고 권한다.

인터뷰 하는 중에도 틈틈이 촬영하는 모습 (사진=뉴시안 정윤희)

 

기동력 넘치는 가방과 그가 주로 쓰는 갤럭시 Note9 (사진=뉴시안 정윤희)

모든 장비는 사용자들이 직접 쓰면서 장단점을 느끼기 마련인데, 스마트폰으로 사진 작업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장단점을 꼽자면?

우선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모든 인간 관계와 업무가 다 스며있는 스마트폰은 장비라기보다 인생을 기록하는 도구이다.

잘 찍든 못 찍든 온전하게 나를 대변하는 기록 매체로서 가치가 충분하니 이를 장점으로 꼽고 싶다. 또 온라인 시대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통해 나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끊임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적은 거의 없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카메라 영역을 완벽하게 따라갈 순 없으니 저조도 혹은 아간 촬영을 할 때 정도라고나 할까. 

 

촘촘한 일상의 기록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도심 속에서 셔터를 누르는 일이 많을 것 같다. 평소 자주 가거나 좋아하는 도심 출사지가 있다면 추천 부탁한다.

도심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건축물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

건축과 함께 인물이 어우러진 사진들은 공간을 더 극대화시켜 근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차갑고 메마른 콘크리트 텍스처에 따뜻한 빛이 더해지거나 거대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빛이 스며드는 순간은 정말 숨막히도록 아름답다.

서울에서 그런 장소를 꼽자면 용산 국립 중앙 박물관와 동대문 DDP 두 군데가 있고, 가장 애정하는 단골 출사지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시간대마다,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을 정도로 매번 새롭고 매번 낯설다. 화려한 피사체를 찾는 것보다 주변에서 가장 익숙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애착을 가질 때 그곳이 바로 여러분의 출사 장소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 활용 사진 강의와 갤럭시 노트9 팬큐레이터 활동으로 바쁘다고 들었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 촬영 팁 한 가지만 알려주시길.

구도를 신경써서 찍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출 활용이다.

멋진 풍경을 보고 스마트폰에 담았는데 찍힌 사진은 영 별로였던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노출이 잘 안 맞았기 때문이다. 내 눈으로 보는 그 장소의 실제 밝기를 그대로 스마트폰 사진 속에서도 구현시켜야 원하는 결과물이 된다. 그러니 노출값을 조절해 가며 여러번 찍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는 '기다림'이다.

매일 보는 혹은 자주 가는 장소일지라도 천천히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드라마틱한 순간을 잡아내는 방법인데, 이런 사진들은 확실하게 일반 사진들과 차별화된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사진 스타일이기도 하고, 이런 기다림은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커서 지루함을 느낄 새조차 없다. 

 

시간의 픽셀을 기록하는 안태영 (사진=뉴시안 정윤희)

스마트폰의 기동성을 따진다면 하루에 사진 찍는 양도 많을 듯하다. 지금 시점으로 가장 마지막에 셔터를 누른 것이 언제?

인터뷰 오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뒷통수를 셀카로 찍었다. 잘 정리됐는지 확인하려고 (웃음)

아, 아니다. 좀전에 기자님 기다리다가, 저 창가에 들어오는 빛이 하도 좋아서 한컷 찍었다.   

 

이제 '스마트폰 = 카메라' 라는 공식이 성립될만큼 시장이 커졌다. 최근 렌즈가 여러개 달린 스마트폰에 속속 출시되면서 경쟁이 불고 있는데, 앞으로 스마트폰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본다면?

확실히 성능면에서는 점점 더 일취월장하고 있어 사용자로서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반면 얼마나 더 많은 렌즈들이 장착되어 나올지 모르겠지만, 어느 한계점에 가면 다시 원 렌즈 시스템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센서의 기술이 진일보해 더 커지고 디지털 줌 대신 광학 줌 성능으로 말그대로 진짜 카메라를 대체하는 순간이 올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DSLR 대신 미러리스, 똑딱이카메라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옮겨간 것처럼 말이다.

 

파주영어마을 | 갤럭시 Note fe 엣지 플러스 (사진=안태영)

 

뉴질랜드 와나카 | 화웨이 P9 (사진=안태영)

 

서울 익선동 | 갤럭시 Note9 (사진=안태영)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 (사진=안태영)

 

앞으로 스마트폰 사진가로써 이루고 싶은 안태영 작가의 목표 혹은 계획은 무엇?

지금처럼 내가 있는 공간 속의 픽셀을 모아 평범한 시간을 특별하게 담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 그렇게 시간을 담아 저장하는 행위 자체로, 예술적인 접근까지 해보고 싶다. 최적화되고 인위적으로 꾸민 사진이 아니라 찰나의 순간을 담은 즉흥적인 내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하니까.

똑딱이 포토그래퍼에서 스마트폰 포토그래퍼로 성장한 것처럼, 이제 다시 시간의 픽셀을 담는 타임그래퍼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 사람의 EDC (EveryDay Carry)

포토그래퍼 안태영의 EDC (사진=뉴시안 정윤희)

스마트폰 사진가답게 안태영 씨의 가방 속은, 온통 날렵하고 컴팩트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똑딱이 포토그래퍼 시절부터 애용하는 리코 카메라와 갤럭시 Note9, 화웨이 P9 플러스는 평소 늘 소지하고 수시로 촬영하기 때문에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큰지라 충전 케이블로 상시 대비한다. 그리고 치약, 칫솔, 안경, 고체 향수 등 꼭 센스 넘치는 물건을 휴대하며 가볍게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 깔끔하고 단정한 성격까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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