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신작 GFX 50R (사진=뉴시안 정윤희)

[뉴시안=정윤희 기자] 후지필름이 풀프레임 대비 1.7배 큰 '미디엄 포맷 중형 카메라'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이 차지한 전문가 및 하이엔드 시장의 재편에 나선다.

지난 26일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는 초대형 포맷 센서를 탑재한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 시리즈의 신제품 'GFX 50R'을 발표하며 미디어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후지필름 한국 법인 사장과 함께 일본 후지필름 본사의 상품기획총괄, 광학설계, AF설계 등을 담당한 임직원이 방한,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지필름은 2016년 9월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인 GFX 개발을 발표하며 다음해인 2017년 1월, 첫 제품인 GFX 50S를 선보였다. 올 10월에는 레인지파인더식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 50R를 공개했고, 국내에는 11월 출시 예정이다.

GFX시리즈는 35mm 필름 크기의 풀프레임(35.9 x 23.9mm)보다 1.7배 큰 미디엄 포맷(43.8 x 32.9mm)의 5,1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자체 크기는 일반 DSLR 바디와 비슷해 조작성이 뛰어나다. 초고해상도의 사진을 필요로 하는 광고, 패션, 스튜디오, 다큐멘타리 등의 용도로 적합하기에 인물과 풍경 사진용 프로페셔널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후지필름 미디어 세미나 모습 (사진=뉴시안 정윤희)

▣ 후지필름이 '풀프레임' 카메라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후지필름의 주력은 APS-C(23.5x15.6mm) 센서를 쓴 X시리즈이다. 현재 시장 상황에 비추어 보면 대응이 늦은 듯 보인다. DSLR에만 주력하던 경쟁 브랜드들은 뛰어난 화질로 주목받는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인기에 힘입어 얼마전 뒤늦게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이다. 

때문에 후지필름이 풀프레임 카메라를 만들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번 미디어 세미나에서는 바로 이점을 직접 언급하며 다루었다.

후지필름 본사의 상품기획담당 '우에노 다카시'는 후지필름이 풀프레임을 만들지 않는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적절한 크기(Right Size). 

고화질과 소형 경향인 카메라가 사진가의 부담을 줄여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카시 씨는 현장에 다섯 개의 렌즈와 바디가 담긴 가방 두 개를 꺼내놓았다.

후지필름은 바디와 단렌즈 3개, 줌렌즈 2개를 포함 3Kg에 불과하지만, 타 브랜드 풀프레임 미러리스 제품을 같은 사양으로 구성하면 5.2Kg라고 훨씬 무겁다고 언급했다. 장시간 많은 장비를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사진가의 부담을 줄이려면 APS-C 센서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후지필름의 자랑, 후지논 렌즈 (사진=뉴시안 정윤희)

둘째는 후지논 렌즈.

다카시 씨는 '사진은 렌즈로 결정된다'는 칼 짜이즈의 말을 인용하며, 이는 사진의 결과물은 렌즈와 화질 설계로 결정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후지필름은 렌즈에 강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후지필름의 자랑인 후지논 렌즈는 필름 중형카메라부터 대형 렌즈, 35mm 필름카메라용 렌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맷의 렌즈에 대응해 왔다. 뛰어난 성능의 후지논 렌즈는 헐리우드 등의 영화나 TV 촬영에도 사랑받고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로써 APS-C의 작은 센서 크기는 후지논 렌즈로 커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은 화질 설계.

카메라의 최종 결과물은 사진. 사진은 색 재현과 계조 재현, 그리고 화이트 밸런스를 잘 조화시켜 멋진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후지필름은 오래 전부터 필름을 통해 색을 만들어 왔기에, 최종 결과물인 사진의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에도 특별히 설계된 칩셋을 내장하고 있다. 

사진이 디지털화된 이노베이션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다카시 씨는 후지필름은 상품기획 단계부터 화질을 최우선으로 설계했고, 바디에 다양한 색 재현을 위한 세팅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풀프레임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분석을 내렸다.

 

왼쪽부터 우에노 다카시 (상품기획담당), 코구치 타케히로(AF설계담당), 사이토 히로키(렌즈 설계담당) (사진=뉴시안 정윤희)

▣ 후지필름의 투트랙 전략, 성공할까?

후지필름은 센서 크기와 상관없이 사진의 최종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기본 전략하에, 투 트랙 전략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먼저 크기와 휴대성을 중요시하는 아마추어와 준 전문가급을 대상으로 한 APS-C 센서의 X시리즈를 '렌즈교환식 프리미엄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는 소비자 트랙이다. 그리고 미디엄 포맷의 중형 센서를 채택한 초고해상도의 프로페셔널 장비로 GFX 시리즈를 전문가 트랙으로 설정했다. 

이미 풀프레임 미러리스 최고봉에 오른 소니, DSLR은 물론 미러리스까지 정상에 오르겠다는 캐논, 그리고 전통의 명가 니콘이 경쟁하는 시장을 두고, 아래 위 두개의 트랙에서 달리는 후지필름의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소비자에 달려 있다.

발색이 강한 벨비아(Velvia), 자연스러운 표현이 장점인 프로비아(Provia), 톤이 아름다운 아스티아(Astia) 등 아날로그 시절 35mm 필름의 색상과 색조를 재현하는 후지필름의 X시리즈와 중형 GFX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11월, 후지필름 GFX 50R의 출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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