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정윤희 기자]  국내 1호 얼리어답터이자 아이리버 부사장을 역임한 블로거 '나의시선(최문규)'은 온라인 콜라보와 자사의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중인 '메이커(MAKR)'의 상품들을 모아 오프라인 전시행사 '문스팝업'을 진행중이다. 메이커는 2005년 프로젝트 형태로 시작한 핸드크래프트 가죽 제품 브랜드로, 2009년 유명 남성지 GQ가 선정한 가죽 지갑으로 크게 명성을 얻기 시작해 지금은 국내에도 '메이커' 제품을 사랑하는 가죽 매니아들이 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의 수작업 가죽 공방 스튜디오 메이커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제이슨 그레고리(Jason Gregory)는, 20일 저녁 7시부터 진행된 '문스토크'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제품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팬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인터뷰는 행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앤트러사이트에서 전시ㆍ판매중인 메이커(MARK)의 제품들 (사진=뉴시안 정윤희)

제품이 나오기까지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어떤 제품이든 제작 과정은 비슷하다. 

실제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를 미리 상상하며 스케치를 진행하고, 이를 3D 모델로 바꾼 후 패턴을 재단하고 테스트 제품을 만들어 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첫 패턴에서 부족한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낼 수 있고, 이를 여러 번 수정하며 계속 진행한다. 한번에 완성되는 제품은 거의 없다. 패브릭 스타일의  부드러운 소재는 제작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도 한다. 

나의 독특한 작업 과정을 손꼽는다면, 시제품의 경우 완벽하게 하나의 제품을 만들지 않고 절반의 상태로만 시도한다는 점이다. 메이커의 제품들은 지갑을 만들든 가방을 만들든 대부분 대칭 형태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완품 하나를 만드는 대신 절반만 만든 후 점검하는 편이다.

 

하나의 제품을 수년에 걸쳐 꾸준히 변화를 주어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던데, 이유가 있는가.

첫번째 이유는 제작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품을 만들다보면 제작 과정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능하면 발생하는 즉시 수정하려 한다. 단, 제품 상의 오류나 불량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고, 제작비 관련해서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다른 이유는 제품의 디테일 때문이다.

하나의 제품을 반복적으로 계속 만들다 보면 상품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보이고 그 때마다 바꾸고 싶은 욕심이 든다.

캔버스 가방의 경우는 어깨끈과 손잡이를 바꿔 보기도 하고, 가방 바닥 재질을 바꿔 내구성을 높여본다던지 하는 식이다. 결국 내가 직접 써보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사용자들에게도 느껴질 테니, 디테일한 부분까지 수정 반영해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다. 
 

메이커(Makr)의 제이슨 그레고리(Jason Gregory) (사진=뉴시안 정윤희)
메이커(MAKR)의 제이슨 그레고리(Jason Gregory) (사진=뉴시안 정윤희)

'메이커'라는 브랜드는 언제 만들었고, 또 개인 공방에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많은 창업가들이 그렇듯 나 역시 2007년 차고에서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한 가죽 소품이었는데, 판매로 이어진 케이스다. 판매 후 2년 동안은 제품을 만드는 일은 물론, 제품  홍보를 위한 사진도 직접 찍고 홈페이지도 혼자 운영했다. 지금도 패턴을 만들거나 홍보용 사진 촬영은 여전히 내 몫이다. 

아주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유명 남성지 지큐(GQ)에서 '2009년 베스트 지갑'으로 선정되어 소개되면서부터였다. 잡지에 나간 후 바로 주문량이 10배 가량 늘었고,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제레마이어를 비롯해서 여러 친구들이 도와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의 유통사의 요청으로 가죽 소품에서 '가방' 제작에 이르게 되었다. 문제는 사진을 전공했던지라 공예, 제작 관련된 부분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집에서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제작 공장을 섭외해, 1년 반 가까이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오가며 공부했다. 

그곳에서 가방 제작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의 이름과 용도, 사용법을 하나씩 익히고 어떻게 제작이 되는지 꼼꼼히 관찰하며 배웠다. 9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큰 공장이었는데, 운좋게도 그 안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배려해 줘서 가죽 공예와 가방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숙지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이슨 대표의 제품 스케치 (사진=뉴시안 정윤희)
메이커(MARK)의 가죽 제품들 (사진=뉴시안 정윤희)

사진 전공을 했다고 했는데, 메이커를 만들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다가, 중간에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다시 바꿨다.

창업 전까지는 건축회사에서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했는데, 내가 맡은 일은 스케치 후 디자인을 만들어서 넘기는 일이었는데 결정적으로 '내가 만든 디자인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 제품은 일단 디자이너의 스케치가 공장으로 보내지면 제작자가 뒤를 이어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식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어떤 이미지를 그려 보여주는 것 외에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의 잘 모른다. 이런 점이 한계라고 느꼈고,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내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메이커였고, 브랜드 이름 또한 '메이커(MARK)'라고 짓게 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메이커'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를 더 설명해달라.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요즘 판매되는 상품들의 대부분은 디자이너의 스케치 작업 후 공장에서 양산되는 형태다. 하지만 메이커는 다르다.

제작자인 내가 직접 스케치를 하고 패턴까지 만든 후 제품 완성까지 모두 관여한다. 이 부분이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되는 것이고,  그 의미 또한 아주 크다고 본다.

간혹 공장에서 '제작불가'라고 선언할 때 과감하게 이를 해결하고 싶었고, 복잡한 제작 과정 때문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제품이 나올 때도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픈 욕구가 컸다.

그 대안이 나 스스로 제품 전반에 걸쳐 모든 과정을 꿰뚫어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늦공부를 해 배운 것이고, 지금도 메이커는 새로운 제품을 진행할 경우, 스케치만 넘기지 않고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지 공장에 직접 찾아가서 과정을 설명하고 직접 보여준다.  

10년 전 창업할 때만 하더라도 이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메이커의 스타일처럼,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제품으로 완성하는 비즈니스 업체도 제법 된다고 들었다. 어떻든 뜻 깊은 일을 앞서 개척해 왔다고 자부한다. 
 

앤트러사이트에서 진행중인 문스팝업 스토어 전경 (사진=뉴시안 정윤희)
20일 진행된 제이슨 대표와의 대담, '문스토크' 행사 전경 (사진=뉴시안 정윤희)

나의시선과 협업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또 한국에 온 소감도 들려달라.

한국은 여러 면에서 자극과 영감을 주는 나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보다 문스팝업을 찾아와 메이커 제품들을 살펴봐주는 고객들에게 사실 더 눈길이 간다. 어떤 디테일에 집중하는지 살펴보며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나의시선과의 협업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메이커 제품을 그냥 해외에서 판매해 주는 정도로 여겼는데, 긴 시간동안 인연이 이어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멋진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것이 바로 문스콜라보와 문스팝업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많이 친해졌다.

이제 좋은 친구가 된 나의 시선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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