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의 법과대학 (사진=뉴시안 홍소라)
낭트의 법과대학 (사진=뉴시안 홍소라)

[뉴시안=홍소라 파리 통신원] 지난 19일, 프랑스의 에두아르 필립 국무총리는 2019년 9월부터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온 프랑스 유학생들에 대한 학비가 대폭 인상될 것을 발표했다. 

이는 프랑스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유학생들이 추가로 내게 되는 비용은 학생 비자의 절차 간소화, 어학 과정과 튜터 확대 등에 쓰일 예정이다. 또한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에 대한 장학금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로써 2018학년도 기준 170유로 (약 22만 원)였던 연간 학사 과정 등록금은 2019학년도에는 2770유로(약 360만 원), 243유로 (약 32만 원)였던 석사 과정 등록금과 380유로(약 50만 원)였던 박사 과정 등록금은 3770유로 (약 490만 원)로 15배 이상 오르게 된다.

 

캉대학교 도서관 (사진=뉴시안 홍소라)
캉대학교 도서관 (사진=뉴시안 홍소라)

폐허가 된 지방대학도 출현
프랑스 고등교육의 예산 부족 문제는 하루 이틀된 것이 아니다. 그나마 파리 지역의 대학은 사정이 조금 괜찮지만, 지방 국립 대학은 힘겨운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방 대학 중에는 그 시설의 노후화에도 불구, 이를 보수할 예산이 없어 거의 폐공장과 같이 되어 버린 곳들도 있다. 

본 통신원 역시 프랑스 고등교육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곤란한 상황에 닥친 적이 있다. 지방의 한 국립 대학에서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던 중, 학교의 예산 문제로 인하여 중간에 계약 내용을 바꾸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강의 시간은 대폭 늘지만 보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당시 학교 측은 재정 부족을 몇 년에 걸쳐 겪고 있으며, 전기세나 수도요금, 정규직 교직원의 임금 말고는 더 이상 줄일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약직 교직원의 계약 내용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의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다. 프랑스는 국립 학교의 교사 및 교수에 대한 보수가 낮기로 유명하다. 교수로 채용된 1년 동안 한 달에 받는 보수는 세후 1753유로 (약 230만 원)에 불과하다. 

툴루즈 대학 외관 (사진=뉴시안 홍소라)
툴루즈 대학 외관 (사진=뉴시안 홍소라)

이전과 같지 않은 프랑스 박사의 명성
GDP가 비슷한 유럽의 이웃나라 독일, 영국 등에 비하여 연간6천 유로 (약 780만 원) 에서 2만 유로 (2천 6백만 원) 가량 적은 금액이다. 

결국 프랑스에서 교수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며, 그 결과 적지 않은 인력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점차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취업을 위해서는 석사 학위가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프랑스 박사의 명성이 이전만 같지 않음은 부정할 수 없다.

프랑스 국립 대학의 시설 및 인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7년 사르코지 정부 하에서 '대학의 책임과 자유에 관한 법(loi LRU)'이 통과된 이후라고 프랑스의 한 대학 관계자가 귀띔한다. 

이전까지는 각 대학에 등록한 학생 수에 비례하여 예산이 집행되었지만, 이 법으로 인하여 국립 대학이 학교 부지의 소유주가 되거나 별다른 이익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되면서 매년 고등 교육 예산의 증가 폭이 크게 감소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06년 5.5%이었던 예산 증가율은 2010년에는 2.4%, 2015년에는 2.5%에 불과했다. 

2017년 증가율이 3.7%로 오르면서 프랑스 정부에서는 파격적인 예산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급작스러운 출생률 증가를 감안하면 그 증가폭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참고로 1994년 뚝 떨어졌던 프랑스 내 출산율 (신생아 74만여 명)은 이후 정부의 친가족 정책으로 인하여 2000년이 되면 한 해 80만 명이 넘는 아이가 태어날 만큼 크게 늘었다. 또한 2018년은 2000년생이 대학에 입학한 해이기도 하다. 

즉, 프랑스 정부가 고등교육 예산을 늘린다고 해도, 늘어난 학생들에게 교육의 질과 복지를 제공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유럽 이외 국가 유학생들에게  15배 이상 인상된 등록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방침은 어딘가 미심쩍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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