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본사, 원안은 신춘호 농심 회장 (사진=농심 / 위키백과)
농심 본사, 원안은 신춘호 농심 회장 (사진=농심 / 위키백과)

[뉴시안=김도진 기자] 국내 라면 판매 1위기업 농심(회장 신춘호)이 일본 전범기업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21일 경기도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으로 유명한 식품전문기업 ‘농심’은 일본의 종합식품기업 '아지노모토(味の素)'주식회사와 협력해 경기도 평택 포승 농심공장 부지에 즉석 분말스프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생산 시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경기도는 김진흥 행정2부지사와 모토하시 히로하루(本橋 弘治) 일본 아지노모토(味の素) 부사업본부장이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본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즈키 사부 로우스케" 그는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  후원자

아지노모토 주식회사는 지난 2012년 2월 29일 당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발표한 현존하는 전범기업 34개 가운데 한 곳이다. 여기에 스즈키 사부 로우스케(鈴木 三?助) 창업자이자 전명예회장은 일본 우익 계통의 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가 펴낸 역사 왜곡교과서의 후원자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최근 전범기업 신일철주금(과거 신일본제철)에 대한 일제시대 당시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판결로 인해 냉랭해진 한일관계, 전범기업에 대한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농심과 경기도의 이번 협력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지노모토는 지난 1909년 설립 당시 ‘스즈키 제약소’라는 사명으로 조미료 사업을 시작했다. ‘미원’의 원조 조미료인 아지노모토(味の素, 맛의 본질이라는 뜻)가 제품명이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직후인 지난 1946년 현재의 아지노모토로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경쟁체제 사기업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막거나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장이 설립되면 지역의 고용창출 효과에 수입이 생기니 더없이 좋다. 그렇더라도 계약에 앞서 좀 더 신중했더라면 이런 논란 자체가 없었을까.

국내 기술이 일본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던 시절 우리기업들은 일본의 기술을 답습하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국민 정서를 뒤로 하고 강행할 정도로 우리기술이 뒤쳐져 있지도 않다. 현재 시점에서는 다른 기업들도 많은데 구태여 전범기업과 사업을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시청·구청·공립학교 내 일본산 제품 사용금지를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홍성룡 서울시의원의 질의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본의 전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왜 정부나 지자체가 구입하느냐는 문제 제기에 동감한다”며 “그러나 서울시가 구입한 일본기업 제품은 방송 장비, 의료기기, 수질 측정기, 누수탐지기 등 특정한 분야에 국한돼 있고 대체가 쉽지 않다”라며 교체에 따른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정부 조달에 관한 협정은 조약이기 때문에 법률보다 더 상위 효력을 가진다”며 “(일본제품 구매를 금지할 경우) 조약을 위반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으나 가능하면 국산품으로 대체가 가능한지 정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농심이 판매중인 아지노모토의 보노스프 (농심 홈페이지 화면캡쳐)

농심, 이미 12년전부터 전범 기업 제품 판매

농심이 박원순 시장처럼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면 어때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농심은 일부 언론을 통해 “전범기업인지 몰랐고, 당혹스럽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 놓았다.

농심은 12년째 아지노모토의 대표식품 중 하나인 보노(VONO)스프를 판매하고 있다. 오래 거래해 온 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번 합작공장 설립 과정에서 아지노모토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허심탄회하게 기업 입장을 털어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총 23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로 평택 포승에 위치한 기존 농심공장 내 일부 부지에 즉석식품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여기에 경기도는 평택시와 함께 공장 준공과 향후 운영에 따른 행정지원 등을 제공하는 데 힘쓸 방침이어서 논란은 더 확산될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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