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국회 과방위에서 질의응답중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뉴시스_
지난 10월 11일 국회 과방위에서 질의응답중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뉴시스)

[뉴시안 자문위원=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1973년부터 지상파 방송에 금지해 왔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이 줄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근거로 제시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 감소는 사실일까?

광고매출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광고매출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재송신료 수입과 VOD 판매 수입, 그리고 자회사를 통한 수입 등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의 전체 매출을 살펴보면 오히려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광고 정책방향 (표=방송통신위원회)

실제로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2011년 2조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6256억 원으로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프로그램 재송신료 수입과 주문형 비디오(VOD) 판매 수입은 크게 늘어나 광고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신문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수입과 재송신료 수입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3조9145억 원에서 3조9987억 원으로 842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로그램 판매 수입과 재송신료 수익은 2011년 398억 원에서 2017년 2539억 원으로 6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수익 증가로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2017년 말 기준으로 2조5116억 원에 달해 지난 2011년(2조2064억 원)보다 3052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와 방통위가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재정악화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방통위가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 허용을 추진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적극적으로 강조한 반면, 정부 기관인 방통위가 정작 가장 중요하게 고려야 할 사항인 중간광고로 인해 침해 받을 수 있는 ‘시청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일 실시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0.9%가 ‘시청권 제한’과 ‘프로그램 상업화 유발’ 등의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 도입을 찬성하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0.1%에 그쳤다.

지금도 이른바 ‘프로그램 쪼개기’라는 편법적인 방법을 통해 실질적으로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불법 행위 때문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규제해야 할 방통위가 규제에 나서기는커녕 이제는 합법적으로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나서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방통위가 대체 누구를 위해 중간광고를 허용하려고 하는지 시청자인지, 지상파 방송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가 도입이 되면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질이 저하될 위험성이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가 도입이 되면, 광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되고,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시청률 경쟁이 심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청률 경쟁의 심화는 결국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 콘텐츠 제작을 불러와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허용은 전체 광고시장의 크기가 한정된 상황에서 케이블TV 방송채널사업자(PP)와 신문·잡지 등 비(非)지상파 매체들의 광고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상생의 방송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 증가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으로 인해 광고매출이 줄어들게 될 케이블TV 방송채널사업자(PP)들과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의 광고매출 감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어, 언론시장 전체 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민원해결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체 방송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통해 건전한 방송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방통위가 중간광고 허용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 증가에는 적극 나서면서, 이로 인해 광고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 케이블TV 방송채널사업자(PP)들의 어려움에 대한 고려나 대책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으로 중소 케이블TV 방송채널사업자들의 광고가 줄어들게 되면 풀뿌리 콘텐츠 시장은 고사될 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 방송시장은 대형 언론사들이 독차지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방송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헤칠 수 있는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방만한 방송사 규모부터 줄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광고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자회사를 늘리는 등 몸집을 키워오면서 재정적인 악화를 초래했던 요인들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콘텐츠 제작 효율성이 높은 형태의 조직으로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BBC도 직원을 12% 감원하는 등 경영효율화를 통해 연간 3%의 예산을 절감해 디지털 방송 재원을 충당한 사례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조직 슬림화나 제작시스템 개혁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매체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중간광고와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한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방송사의 존재 이유인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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