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공정위)

[뉴시안=정동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개혁작업에 본격 착수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새정부 출범 후 재벌 문제보다는 주로 갑을관계 개선에 치중해온 공정위가 서서히 재벌개혁에 칼을 빼들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미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홍국 회장과 이해욱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하림과 대림그룹에 발송했다.

하림의 경우 6년 전 김홍국 회장이 아들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준영씨는 2012년 올품 지분 100%를 물려받은 뒤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그룹'으로 이어지는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특히 이 시기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연 700~800억원 수준에서 3000~4000억원대로 급증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의 경우 그룹계열사들을 통해 대림코퍼레이션·에이플러스디·켐텍 등에 일감을 몰아줘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총수일가 지분률이 50%를 웃돈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어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최근 재벌개혁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에는 태광그룹(이호진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회장)에게 같은 내용으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현재 삼성·SK·한진·한화·아모레퍼시픽·미래에셋에 대한 사익편취 혐의도 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리수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공정위는 대리점에 부품 구입을 강요한, 이른바 ‘밀어내기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임 대표이사, 부품 영업본부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측의 자진 시정방안을 거부하고 형사처벌을 강행했지만, 검찰이 법 위반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소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반대로 공정위는 검찰로 부터 ‘특정 기업 봐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효성그룹, LS그룹,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두산인프라코어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건 등 위법 혐의를 적발하고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을 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검찰은 공정위에서 퇴직한 사람들의 재취업 등을 감안해 공정위가 ‘특정 기업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공정위 공무원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선 형사 처벌 대신 감사원과 협의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혀 감사원의 제재가 뒤따를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공정위가 총수 고발이란 강수를 담은 만큼 향후 대기업 조사에서도 공정위 제재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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