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감독(뒷줄 맨왼쪽)과 일본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 (사진=뉴시스)
박주봉 감독(뒷줄 맨왼쪽)과 일본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 (사진=뉴시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뉴시안=기영노 자문위원] 언제부터 인가 배드민턴은 한국과 일본의 경기력을 가늠하는 잣대 종목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1960~70년대 만 해도 일본의 배드민턴은 한국에 크게 앞서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그리고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한국이 일본을 서서히 앞서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배드민턴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효자노릇을 하며 많은 메달을 땄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본 배드민턴은 13명이 출전해서 12명이 1회전 탈락, 나머지 한명도 2회전에서 나가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남자복식에서 한국 선수끼리 결승전을 가졌(김동문 하태권, 이동수 유용성)고, 손승모 선수가 남자단식 은메달, 나경민 이경원 선수가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4개의 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런데 일본의 아테네 올림픽 참패가 한국의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 감독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배드민턴은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기가 무섭게 2004년 11월 박주봉 감독을 총감독으로 영입해 일본 배드민턴 국가대표에 관한 한 15년째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쥐어 주고 있다.

박주봉 일본 배드민턴 총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 그리고 국제대회 72회 우승의 전설적인 기록을 남기고 은퇴를 한 후 영국, 말레이시아 대표 팀 감독을 지냈고, 앞서 언급을 했듯이 2004년부터 일본대표팀 총괄 감독을 맡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은 윙크로 매력을 발산 했었던 혼합복식의 이용대, 이효정 선수의 금메달 등으로 노 메달에 그친 일본 배드민턴을 압도 했고, 종합 성적에서도 13대9(금메달 기준)로 일본에 크게 앞섰다.

그러나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일본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비로서 박주봉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012 런던 올림픽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네시아 3개국의 여자선수들이 ‘고의 패배’ 파문을 일으킨 대회였다.

런던올림픽 여자배드민턴 복식 조별 예선 경기에서 중국(1개조), 인도네시아(1개조) 그리고 대한민국(2개조)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상대 팀에게 고의로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A조와 C조를 1위로 통과한 정경은 김하나 조, 하정은 김민정 조 중국은 세계랭킹 1위 왕 샤올리, 리양 조 등이 실격 당했다.

당시 중국의 세계랭킹 2위 텐징, 차오윈레이 조를 준결승전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성의 없는 플레이로 고의패배를 당한 것이었다. 중국의 왕 샤올리 리양 조도 마찬가지로 4강에서 강한 상대를 피하기 위해서 성의 없는 경기를 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고의 패배로 물의를 일으킨 여자종목과 혼합복식 종목은 전멸하고 이용대 고 정재성 조만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박주봉 감독은 일본 배드민턴의 문화를 바꿔 놓았다.

일본 배드민턴 대표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각 소속팀에서 각자 훈련을 하다가 비행장에서 모여 출전을 했었는데, 이제는 적어도 일주일, 많으면 보름 이상 합숙훈련을 한 후 출전을 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의 박주봉의 인기는 (지난 12월6일~9일까지 후쿠오카, 구마모토 취재결과) 베트남의 박항서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열명 가운데 2~3명은 엄지 척을 할 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고 또한 인기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 일 간 실력 차 나기 시작

한국과 일본의 배드민턴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완전히 역전 되었다.

한국은 정경은 신승찬 조가 막판에 간신이 메달(동)을 건진 반면, 일본은 여자복식의 마쓰모도 미사키, 다카하시 아야카 조가 일본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여자단식의 오쿠하라 노조미 선수가 동메달을 땄다.

오쿠하라 노조미 선수는 키가 1m56cm밖에 안 되는 왼손잡이 선수인데, 빠른 발과 기계처럼 정확한 스트로크로 세계배드민턴 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은 배드민턴의 선전을 바탕으로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따서 9개에 그친 한국을 3개차로 앞섰다.

일본이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을 이긴 것은 유도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딴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년 만이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손완호 선수 (사진=뉴시스)
배드민턴 손완호 선수 (사진=뉴시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격차 더 벌어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한국과 일본의 배드민턴 현 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회였다.

한국은 일본과의 5차례 맞대결(남자 단식, 단체전 8강, 여자 복식 8강 2경기, 혼합 복식 32강)에서 모두 패했다. 세계랭킹 5위인 손완호 선수가 8강전에서 일본의 세계랭킹 10위 니시모토 겐타 선수에게 0대2로 완패를 당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결국 한국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40년 만에 ‘노 메달’이라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은 여자단체전 금메달 등 5개의 메달을 따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한국 배드민턴 계 내분(內紛)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에 노메달에 그친 강경진 대표 팀 감독 등 6명의 코치진은 지난 11월23일 대표 팀에서 물러났다.

강 감독은 “회장단이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20명 가운데 16명)을 선발하라고 해 놓고 성적이 부진하니까 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참패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직전 열린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7월30일∼8월5일·중국 난징)에 한국은 남녀복식 각 1개조, 여자단식 1명 등 3개 종목, 5명의 선수만 출전시켰다. 아시안게임에 총력전을 펴겠다는 협회의 방침 때문이었다. 결국 연습 파트너 없이 달랑 5명만 파견한 한국은 그 대회에서 64강, 16강에서 모두 탈락했다. 대회를 출전할 때는 출전선수 외에 연습 파트너도 데려가야 하는 기본적인 것 마저 무시해 버린 것이다.

앞서 강 감독이 지적한 대한배드민턴 연맹 박기현 회장은 2016년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박 회장 취임 이후 2009년부터 협회 메인 스폰서였던 빅터는 지난 2017년 2월, 2021년까지 5연간 용품지원을 포함해서 60억원 상당의 후원 조건으로 협회와 재계약을 맺었다가 한국 대표 팀의 부진이 이어지자 이를 중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대한배드민턴 협회도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기에)빅터의 일방적인 통고에 이의를 재기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박주봉 코치에 전권을 주며 승승장구

한국 배드민턴이 사상 최악의 성적과 분위기로 2020 도쿄 올림픽이 불투명 한 반면, 일본은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일본은 박주봉 총감독 밑에 남자단식 여자복식 등 5개 종목에 전담코치를 두고 60명이 넘는 국가대표(상비군 포함)가 홈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녀 단식, 여자복식은 금메달, 나머지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노리고 있다.

 

안재창 신임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 (사진=인천국제공항 스카이몬스)
안재창 신임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 (사진=인천국제공항 스카이몬스)

배드민턴 새 사령탑 안재창 인천국제공항 감독

한국 배드민턴 대표 팀을 이끌 새 사령탑에 안재창 인천국제공항 감독이 6대1의 경쟁을 뚫고 뽑혔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은 남녀 대표 팀을 구분하지 않고 1명만 선임하며 감독의 지휘아래 남자 단식, 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등 각 종목별로 코치진을 둔다.

신임 안 감독은 1990년대 남자단식 국가대표로 활약했었는데, 2000년부터 청소년 대표팀, 국가대표팀 코치와 인천 대 감독을 거쳤다.

지난 2014년부터 인천국제공항 스카이몬스 초대 감독이 된 후 5년째 맡아오고 있다.

안 감독의 공식 임기는 2019년 1월1일부터 도쿄올림픽이 마무리되는 2020년 9월30일까지다.

2019년 한국 대표로 활약할 국가대표 선발전은 12월18일부터 진행된다.

한국배드민턴의 구원투수로 나선 안재창 호가 과연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배드민턴을 구해 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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