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2018년 1등 워크숍 성과공유회'에서 총평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KT 황창규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2018년 1등 워크숍 성과공유회'에서 총평을 하고 있는 모습. 황 회장은 이윤과 성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4년 간 20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KT는 어떤 흐름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순항하고 있지만 조직의 활력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동훈 기자] #. 지난달 28일 KT서비스 북부 소속 장모씨(24)는 부천에 위치한 한 건물 옥상에서 전화배선 작업 중 빗물에 미끄러져 추락해 사망했다. 장씨를 비롯해 올해만 인터넷·전화·IPTV 작업 도중 노동자 4명이 숨졌다.

#. KT전북고객본부 익산지사 군산 CS컨설팅팀에서 근무하던 조 모(40)씨는 회식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교각과 충돌해 사망했다. 조 씨의 사고 원인은 음주운전이 아닌 졸음운전에 의한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조 씨가 속해 있던 CS컨설팅팀은 지난 2009년을 1기로 2012년까지 기수당 300명씩 총 4개 기수 1200여명으로 고졸 출신이 많은 부서다. 조씨의 업무는 초고속인터넷 개통 및 AS, 상품영업 판매 등이다.

#. 황창규 회장 취임 후 사망 사고는 매년 늘어났다. 2015년 3명의 직원이 자살했다. 6명은 뇌출혈,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에는 강압적 업무지시와 고용불안 등 회사에 그릇된 조직문화로 인해 4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KT는 지난해에도 8건의 큰 사고가 발생, 3명이 사망하고 노동자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대부분 작업 중 감전·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 최근 ‘통신대란’을 유발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대부분이 KT의 협력업체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통신 선로 가설 및 보수 업무를 외주화해 관련 기술자가 없기 때문이다. KT 직원들은 밖에서 지시를 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불에 탄 지하구 속에 들어가 작업을 하고 있다.

◆ 황창규 회장 무책임한 태도 일관…새 정부의 친노동정책 역행

2014년 5월 봄. KT새노조가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황창규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과 조금도 다름 없이 낙하산을 끌어들여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있다”면서 “노동인권 침해를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삼고, 갑질횡포 등 사회 책임 경영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이들의 주장은 마치 증명이나 하듯 하나 하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3년 황창규 회장 취임이후 줄곧 KT는 새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 등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올해만 벌써 4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는 등 조직분위기가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황 회장 임기 중 사망한 KT노동자의 수는 수십명에 달한다. 이러한 가운데 KT는 지난 10월말 자사 홈페이지에 내년도 '정보통신 고객서비스(개통/AS) 위탁관리사업자 선정 공고'를 올리는 등 내년도 일부 지점의 서비스 업무를 외주화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평소 직원과의 소통문화를 강조하는 황창규 회장이 뒤에서는 직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최근에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어 하루빨리 멈추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KT 노동조합 등은 KT 사업장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안전수칙 미이행과 무리한 실적 강요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KT는 중대재해의 대책으로 매일 오전, 오후에 안전모 쓰고 작업하는 사진을 찍어 팀장에게 보고하라는 엽기적인 대책을 내놓았다”며 “이런 대책이야말로 모든 산업재해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는 황창규 회장과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KT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사전 안전교육을 강화한다고 하고 있지만 사전 교육과 현장 상황은 동떨어져 있다"며 "과부화된 작업량 경감 등을 포함한 현장 위주로 2중, 3중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사고로 각인될 KT 아현국사 화재 현장 복구도 안전문제 해결에 꼬리표를 붙게 하는 이유도 매번 반복돼왔던 이런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 희망퇴직 부활한 KT…내부고발자 탄압과 직원 부당해고 수단 악용 '우려'

지난 9월에는 임금피크제 적용자와 산재에 해당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정리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 됐다.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지난 2014년 4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후 지난 6월 4년 만에 희망퇴직이 다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희망퇴직이 다시 부활하면서 정리해고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오래전부터 KT는 내부고발자 탄압과 직원 부당해고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예전 KT업무지원단 소속 한 여직원은 황창규 회장에게 현장업무의 고충을 작성해 이메일을 보냈다가 정직 1개월이란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당시 KT측이 제시한 해당 여직원의 징계 사유는 최고경영자(CEO)에게 메일을 보내는 행위 때문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KT는 본업과 무관한 호텔 증축사업에 뛰어든 뒤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파행을 겪자 담당직원을 비리혐의로 내몰아 결국 회사를 떠나게 만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예퇴직 실시 당시 KT는 무려 직원 8304명을 내보냈다"며 "3만 명이 넘던 직원은 2만3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창규 회장 부임 이후 KT는 어떤 흐름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순항하고 있지만 조직의 활력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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