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라자르 역에 나타난 ‘노란 조끼’시위 (사진=뉴시안 홍소라)<br>
파리 생라자르 역에 나타난 ‘노란 조끼’시위 (사진=뉴시안 홍소라)

뉴시안에서는 신년 특집으로 작년 한 해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노란조끼운동’을 총정리하는 두 개의 시리즈 기사를 게재합니다. 노란조끼운동은 일견 단순했던 민생 관련 이슈가 진화하여 어떻게 거대한 개혁운동으로 발전했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파리 현지에서 기사를 보낸 본지 홍소라 파리 통신원은 이 운동의 원인과 전개, 향후 전망을 치밀한 현장취재를 통해 분석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열독을 기대합니다.<편집자> 

[뉴시안=홍소라 파리 통신원] 노란조끼운동이 전개되면서 미디어의 흥분도 점차 가라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 ‘프랑스의 노란 조끼’ 하면 낙서로 뒤덮여버린 개선문과 불타오르는 자동차, 뿌연 안개 속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대치와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 첫 번째로 떠오른다.

실제로 이 운동을 다루는 한국 매체의 수사는 ‘격렬 시위’, ‘최루탄 발사’, ‘아수라장’ 등으로 대표된다. 

TV에서는 일주일 내내 폭력 사태 이미지를 보도했고, 소셜네트워크에서는 방독면이나 수경 등을 준비하라거나 혹시나 경찰에 연행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하라던가 하는 지침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집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폭도들이라기보다는 그저 화가 난 시민들이었다.

방화와 폭력, 피로 얼룩진 거리와 깨진 쇼윈도우는 분명 존재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방패를 들고 무장한 경찰특공대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그에 맞추어 왈츠를 추는 이들도 있었고, 또한 평화의 표시로 경찰들에게 준비해 온 꽃다발을 건내던 이들도 있었다. 

한편, 본 통신원이 직접 집회에 참여했을 때, 시민들이 흥겹게 부르던 노래에서도 노란 조끼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짧고 반복적인 이 노래의 가사는 “엠마뉘엘 마크롱, 부자들의 대통령, 우리가 너희 집을 모두 부숴 버릴 거야”였다. 

원래는 영국의 축구 팬들이 경기가 끝난 후에도 축제가 끝나감을 아쉬워하면서 부르는 “Don’t take me home”이라는 노래에 축구팀 올림피크 마르세이유 팬들이 가사를 바꾸어 부르기 시작한 것이 노란조끼 집회에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지점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축구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단연코 축구다. 축구 팬의 사회적 위치는 다양하지만 테니스 팬과는 다르다. 즉 축구은 상류층의 스포츠가 아니라 일반 대중의 스포츠이다. 

결국 노란조끼들의 대부분은 주말이 되면 맥주에 감자칩 혹은 피자와 함께 친구들과 함께 대형 TV 앞에 둘러 앉아 축구를 보는 대신 거리로 나오게 된 사람들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다음은 노란조끼운동이 단순히 유류세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월 노동절 집회 때 대통령 보좌관이 경찰을 사칭하여 시민을 폭행한 이른바 ‘베날라 스캔들’이 7월에 터진 바 있다. 7월 말에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를 찾으러 오라”던 마크롱의 메세지에 비록 소규모였지만 “마크롱을 찾으러 가자”며 모인 적이 있다. 

결국 4개월 여가 지난 후 프랑스 시민들이 정말로 마크롱을 찾으러 샹젤리제에 모였고, 이번에는 “집을 다 부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마크롱이 유류세 인상 정책을 무효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시위가 계속되었다. 

한 시민이 시위대를 막고 있는 경찰들에게 꽃을 건내고 있다 (사진=뉴시안 홍소라)<br>
한 시민이 시위대를 막고 있는 경찰들에게 꽃을 건내고 있다 (사진=뉴시안 홍소라)

마크롱에 대한 불만 폭발

컵에 물을 계속 똑똑 떨어뜨린다 치자. 컵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은 아주 작지만 이것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컵에서 물이 넘쳐흐르게 된다.

노란조끼운동에서 유류세 인상은 그저 이 컵에서 물이 넘치게 한 그 한 방울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란조끼들에게 있어 마크롱이 취임 이후부터 보여 준 행보는 스스로 ‘부자들의 대통령’임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60%에 육박하게 시작한 마크롱의 지지율은 12월 중순에는 23%까지 하락했다.

이 설문조사는 [매우 만족 | 만족 | 조금 만족 | 조금 불만족 | 불만족 | 매우 불만족의 6개 항목으로 진행되었는데, 응답자의 45%가 ‘매우 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 하다. 

마크롱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자신이 ‘새롭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올랑드 대통령은 완전히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프랑스 사회의 멸시와 조롱을 받았고, 올랑드가 속한 사회당(중도 좌파 혹은 좌파로 분류)에 대한 신뢰도 역시 동반 추락한 상태였다. 

공화당(중도 우파 혹은 우파로 분류)의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은 6000만원짜리 양복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이 스캔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피용의 ‘친구’가 2012년부터 4만 8500유로 (약 6000만원) 상당의 맞춤 양복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기존의 유력한 두 정당에게 신물이 난 사람들 중 극우에게는 표를 줄 수 없던 사람들에게는 대안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정당의 멜랑숑은 중도나 우파 성향의 지지자를 끌어안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스로 새롭다고 주장하고, 또 그렇게 보이는 마크롱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크롱은 자신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기존의 정당 정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마크롱의 친부자 정책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 신인 마크롱의 대선 캠프에 후원금을 낸 것은 7만4702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1.2%에 해당하는 913명이 총 후원금의 절반에 가까운 48%를 냈다. 이 913명이 낸 후원금은 630만 유로에 달한다. 한화로 88억2000만 원 정도가 된다. 법이 정한 후원금 최고액 7500유로 (천 만원 가량)를 낸 사람도 663명에 달한다. 

구체적인 후원자 명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부자들의 적극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마크롱이 취임하면서 고소득층의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부과했던 다양한 종류의 부유세를 폐지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올랑드 정부가 야심차게 내어 놓은 이 부유세는 고소득자에게 최고 75%에 달하는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2013년 당시 올랑드 정부가 이러한 방침을 내어 놓자 프랑스의 국민배우라 불리는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국적을 러시아로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여하튼 마크롱은 이 부유세를 폐지했다. 모자란 세수는 복지 예산을 삭감으로 메꿨다. 

그런가 하면 기업의 노동자 고용 및 해고 조건을 완화하고 노조가 아닌 노동자와 직접 연봉 협상을 가능케 하는 노동 개악인지 개혁인지를 추진했으며, 교육 면에서는 평등주의보다는 엘리트주의에 방점을 찍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최근에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등록금 인상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2017·2018학기에 있었던 학생들의 집단 행동이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도는 27%였다.

이렇게 낮은 지지도와 시민 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이 방금 말한 정책들을 밀어 붙일 수 있는 것은 국회 의석의 절대 다수를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의 경우 총 577석 중 309석,  54%에 해당한다.

여기에 마크롱의 정당과 뜻을 함께 하여 여당으로 분류되는 민주운동(MoDem)당까지 계산하면 61%가 조금 넘는다. 지난 프랑스의 총선은 2017년 6월에 있었다. 하원의 임기는 5년. 대통령의 임기와 동일하다. 

결국 프랑스에서 총선은 대선 직후에 진행되며 보통은 새로 집권한 정부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하여 집권당에 표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랬다. 노란 조끼 운동에서 “국회를 해산하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없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와 같이 밀어 붙여 버리면 시민들은 자신의 반대 의사를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집회에서 만난 참가자는 “이제는 제 6공화국을 열어야 할 때가 왔다”면서 “마크롱 지휘 하의 프랑스는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대통령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마치 제왕이나 된 것처럼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 계급만을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마크롱은 프랑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4차 시위 이후 마크롱이 유화책으로 내어 놓은 것에도 노란조끼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부유세 부활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한 달에 100유로 인상하겠다는 것 역시 법정 최저 임금을 조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월급쟁이들이 원래 내야 할 세금을 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나마도 원래 100유로라고 했다가 며칠 지나서 60유로로 액수를 낮췄고, 또 바로 하겠다고 했다가 몇 개월 후에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말장난인데다가 최저임금조차 확보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배려조차 없었다.

또한 월 소득이 2000유로가 안 되는 은퇴자들에게 사회 부담금 인상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작 은퇴자들이 요구했던 연금 지급액에 대한 미과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꽃을 든 남자와 그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남겼다. “마크롱 대통령님,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곧 크리스마스이지만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우리는 끝까지 갑니다.”(사진=뉴시안 홍소라)<br>
꽃을 든 남자와 그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남겼다. “마크롱 대통령님,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곧 크리스마스이지만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우리는 끝까지 갑니다.”(사진=뉴시안 홍소라)

노란조끼운동,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앞서 말한 것처럼 노란 조끼 운동은 일단은 소강상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5차 시위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6만6000명만이 시위에 동참했다. 반면 동원된 경찰 인력은 6만9000명에 달했다.

언론에서는 이제까지의 전개 상황을 정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데 이 5차 시위 전날인 12월 14일, 프랑스 전역에서 각종 노조들의 정부 규탄 집회가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파괴자들과 경찰의 방해 때문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이들이 선수를 친 것이다.

실제로 이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지지도는 여전히 70%를 상회하고 있다.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분명 연말과 연초에 이 과열된 시위 분위기는 가라앉을 것이다.

지난 여름 베날라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어 갔는지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바캉스에는 쉬어야 하고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이 만나 선물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물론 돈이 없이 풍성하지 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가정에서는 더더욱 다음번 시위를 벼르게 되겠지만 아마도 다음 행동은 크리스마스 방학이 모두 끝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때는 더 이상 노란 조끼라는 이름으로 모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만은 이미 작년부터 계속 쌓여 온 것이고 이제서야 한 번 폭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무언가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입장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 주지 않는 한 제 2, 제 3의 노란 조끼는 언제라도 또 다시 등장할 수 있다. 

경찰의 바리케이트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은 시위대들. 이는 12월 6일, 파리 근교의 망트 라 졸리( Mantes-la-Jolie)에서 자행된 경찰의 고등학생에 대한 과잉 진압에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2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정부에 반대하여 시위를 했는데 그 중 일부가 경찰을 향해 &nbsp;돌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고등학생들은 네 시간 동안 위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했다. (사진=뉴시안 홍소라)<br>
경찰의 바리케이트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은 시위대들. 이는 12월 6일, 파리 근교의 망트 라 졸리( Mantes-la-Jolie)에서 자행된 경찰의 고등학생에 대한 과잉 진압에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2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정부에 반대하여 시위를 했는데 그 중 일부가 경찰을 향해 &nbsp;돌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고등학생들은 네 시간 동안 위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했다. (사진=뉴시안 홍소라)

프랑스는 극우가 점령할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의 프랑스는 어떻게 될까? 정말로 극우가 득세하게 되어 세계적 움직임에 프랑스마저 동참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우려가 있다.

노란 조끼 운동에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으면서 많은 정치 세력들이 동참하고자, 즉 숟가락을 얹고 싶어 했다. 최후의 승자는 '마린 르펜(Marion Anne Perrine "Marine" Le Pen)'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마린 르펜은 노란조끼들을 “프랑스에서 잊혀졌던 사람들”이라고 묘사하며 끊임 없이 지지를 보냈다.

집회에서 마린 르펜을 연호한다던가 하는 것은 없었지만 “노란 조끼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국민연합(국민전선)이 몇 년 전부터 계속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면서 계속해서 동질감을 표시했다. 

노란조끼운동으로 이득을 본 인물 중에는 니콜라 사르코지도 있다.

사르코지는 최근에 마크롱과 회동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치권에 재입성했다. 이제 사르코지는 마크롱의 정치적 파트너 입지에 올랐다. 

노란조끼에 계속해서 구애의 제스쳐를 취한 인물 중에는 장 뤽 멜랑숑도 있다.

이 인물은 그냥 좌파라고 하기에는 왼쪽이고, 극좌라고 하기에는 오른쪽에 서 있다. 급진 좌파라 할까. 사이다 발언을 자주 하기 때문에 팬도 많지만, 그의 주장이 너무 단호해서 고집불통 이미지가 있어 안티도 많다. 

마린 르펜과 자주 비교되지만 극우정당을 대중적으로 전환시키는 데에 성공한 마린 르펜과는 달리 멜랑숑은 약간 마이웨이 느낌적 느낌이 강하다.

멜랑숑 역시 마린 르펜처럼 “노란조끼들의 요구사항 중 70%가 내가 제안해 온 것과 일치한다”며 노란 조끼 운동과 결합하기를 원했으나 정작 노란조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가장 외면받은 정치인은 올랑드였다.

프랑스 역사 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던 올랑드는 임기 이후에 계속 재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번 노란 조끼 운동에서도 보다 조직적이어야 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했으나 완벽하게 외면 받았다. 

올랑드의 바람과 달리 그의 화려한 부활은 아무래도 요원해 보인다.

올랑드와 함께 사회당은 여전히 찬바람을 맞고 있다. 결국 정치 세력 중에 노란 조끼 운동으로 이득을 본 진영은 지금까지는 극우와 우파 진영이라는 일단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치 지형을 살펴 보면, 마크롱의 지지도가 폭삭 내려 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2017년 대선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극우와 급진 좌파를 제외하고는 딱히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12월 13일에 발표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합이 24%의 지지로 선두에 섰다.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에 대한 지지는 18%. 우파인 공화당은 11%, 급진 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9%, 급진 우파 ‘일어나라 프랑스’는 8%, 녹색당 8%, 사회당 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치러질 유럽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유럽 선거는 유럽 연합의 입법 기관인 유럽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로 5년에 한 번씩 이루어진다. 28개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들이 자기 국가의 대표자를 직접 선거로 뽑는다. 

현재 유럽의회 내 프랑스 의원은 총 74명이고, 극우 19명, 우파 24명, 중도우파 7명, 좌파 17명, 녹색당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 하원에서 극우가 차지하는 비율이 2%에 그치는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온도 차이는 유럽 선거에 대해 프랑스에서 사람들이 체감하는 중요도가 낮다는 점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럽 선거에서 극우가 득세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 유럽 선거를 준비하며 각 정당, 그 중에서도 극우 및 우파 진영에서 노란 조끼들을 자신들의 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흔치 않게 감지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를 극우가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이번 노란 조끼 운동을 두고 “대도시가 아니라 인구유출과 낮은 정치 참여, 정치와 공공서비스에 소외되어 붕괴되는 중산층, 이른바 빈 사각지대에 놓인 정치 저 관여층이 소셜미디어로 집결했다”고 분석한다. 

프랑스의 인구통계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에르베 르 브라(Herve Le Bras) 역시 노란 조끼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의 거주지 지도가 인구 감소 지역의 지도와 일치함을 지적한다.

즉, 공공서비스의 혜택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이들이 노란 조끼 운동의 핵심에 있다는 점이다. 반면 영미권 언론에 동의하기가 힘든 지점은 ‘낮은 정치 참여’이다. 

프랑스에서 정치란 일상 대화의 주제이고 집회나 시위 역시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배경을 분석하는 프레임으로 프랑스의 오늘을 보기에는 프랑스라는 사회가 가진 특이성, 즉 어릴 때부터 집회 및 시위를 일상에서 경험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성장한 시민이 절대 다수임을 잊은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본 통신원의 개인적인 견해이자, 또한 오늘날 전세계에서 또 하나의 나라가 극우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싶지 않은 소망이기도 하다.

2019년의 프랑스가 걱정되면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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