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팟캐스트계의 백종원 꿈꾸는 정영진 시사평론가 (사진=정윤희 기자)
[뉴시안=최성욱 기자] 팟캐스트(Podcast)는 '주문형 오디오 방송'이다. 200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2009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2년뒤 '나는 꼼수다'가 주목받으면서 대중화 되었고 요즘은 시사에서 예능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사랑받고 있다. 뉴시안은 유튜브와 함께 개인 미디어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팟캐스트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하는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그 두번째는 팟캐스트 계의 백종원 '정영진' MC와의 인터뷰다. 

팟캐스트가 연일 화제다.

얼마전 모 신문 1면은 '저급한 비속어를 여과없이 사용하는 팟캐스트 출신의 진행자들이 공중파 매체에 출연하면서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은 신문·방송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들이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의 영향이 커지면서 권력누수 현상을 겪는 과정에서 내뱉는 '자조섞인 속상함'정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10대와 20대, 그리고 60대는 영상 콘텐츠 유튜브를,  30대와 40, 50대는 오디오 콘텐츠 팟캐스트를 공중파 못지 않게 즐겨 소비한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면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뉴시안은 팟캐스트를 설명하는데 빼 놓을 수 없는 유명 진행자인 정영진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팟빵홀에 걸린 대표 팟캐스트 프로그램 포스터 (사진=정윤희 기자)

팟캐스트계의 백종원이라는 별명 붙게된 이유가 뭔가.

팟캐스트계의 유재석이라는 별명은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이동형'이 이미 차지해서 백종원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치로 따지면 매불쇼를 같이 하는 '최욱'도 팟캐스트계의 유재석이라 불릴만 하다고 생각한다. 먹방 프로그램을 논할 때 백종원 대표를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현재 매불쇼 매일 2시간을 포함해서 한주에 40시간 정도, 7개 정도의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있다보니 '타칭' 백종원이라는 별명을 듣게 됐다.

매불쇼 팬들도 잘 알텐지만 최욱을 쥐락펴락하며 이끌어가는건 '실세' 정영진 아닌가.

과찬이다. 사람들을 막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은 확실히 부족한 편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 중에 '이 사람과 하면 잘 되겠다'는 사람 고르는 눈은 좀 있는거 같다. 요즘 경제나 책 팟캐스트도 하는데 출연자 분들과 케미 만들면서 잘 해 나가고 좋은 인간관계 맺는거 보면 괜찮은 진행자가 된듯한 느낌은 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방송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

10년 조금 넘은 거 같다. 2006년쯤 리포터를 잠시 하다가 2007년 1:100에 출연했다 (정영진 MC는 2006년 KBS '퀴즈 대한민국' 24대 퀴즈영웅으로 상금 2000만원, 2007년 1:100에 출연해 최후의 승리자가 돼 5000만원의 성금을 획득했다). 그리고 해외로 잠시 나갔다가 2011년 인터넷 신문사 편집장을 하면서 종편 시사평론가로 활동했다.

그게 인연이 돼 미디어 협동조합 '국민TV'에서 매일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맡아서 혼자 진행하면서 방송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러다가 최욱을 만나게 됐는데 그 즈음 팟캐스트에 참여하게 됐다. 듣는 사람도 재미있어 하지만 만드는 사람도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훌쩍 빠져든거 같다. 당시에는 벌이는 시원치않아도 재미있는거 하자는 마음에 팟캐스트를 선택했지만 요즘은 팟캐스트 진행자라는게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팟빵홀 한 켠에 전시된 아날로그 레코딩 장비 (사진=정윤희 기자)

솔직함과 시원함, 출연자들도 재미있어 하는게 느껴진다.

주류 미디어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이 듣는 듯 하다. 매불쇼 생방중 청취자가 버스 안에서 듣는데 자기와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 사람이 있어서 '저 사람도 매불쇼 듣는구나'라고 느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팟캐스트 방송을 대략 1만개 정도로 보는데, 이중 수익을 올리는 경쟁력 있는 팟캐스트는 대략 30여개 남짓 아닐까. 그래도 3년, 5년 전과 비교한다면 경쟁력이 강해진듯 하다. 예전에는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팟캐스트에서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면 요즘은 경제적으로도 수익을 기대하며 들어오는 분들도 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진건 분명하다. 다만 유튜브나 아프리카 TV만큼 획기적으로 확산속도는 빠르지 않아 보인다.

방송 하는 사람의 자기 관리는 늘 중요하다. 그래도 한주 40시간 방송한다면 피곤할 만도 한데.

생각보다 내가 건강하다는 걸 실감한다. 내 방송 스케줄을 본 주변 동료, 후배들은 어떻게 이렇게 하면서 견디냐고 묻기도 한다. 만약 일반 공중파 방송을 이정도로 했다면 강행군에 지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팟캐스트이기에 진짜 재미있고 좋아서 하는 것이다보니 피곤함도 덜한 듯 하다.

책 소개 팟캐스트 '일당백'의 경우 '학원 다니는 셈 치고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건 수익과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이지만 콘텐츠가 좋아서 책 이야기 듣고 궁금한거 묻고 하는 재미로 출연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면 힘을 쓰는게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하는 느낌이 든다.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팟캐스트가 가장 어려운가.

경제 팟캐스트 '신과함께'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손에잡히는 경제 이진우 기자의 경우 방송을 오래 하셔서 쉽고 재미있게 잘 설명해 준다. 덕분에 어렵지는 않다. 다만, 필드에서 활동하는 현장전문가들은 그들만의 용어로 그들의 세계를 설명하는데 이럴 때는 좀 당황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오래 하다보니 생각보다는 잘 적응한 편이다. 청취자를 대신해서 어려운 용어들 풀어달라고 묻고 한번 더 설명해 달라고 하면서 내 역할을 잘 해 나가고 있다.

진짜 어려운 건 기업 팟캐스트다. 재미도 있어야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가야할 길은 분명한데 기업 이미지도 있다보니 품위를 지켜야 한다. 이런게 제약이 되다보니 평소 펄펄 날았다면 조심하며 하는 특성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참 좋은데, 정보와 재미를 추구하며 명확한 제약 조건하에 팟캐스트 방송을 제작해야 하니 이것도 나름의 '도전'이 아닐지.

매불쇼 정영진 MC (사진=정윤희 기자)

팟캐스트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보니 청취자 시장 분석도 해 보았을 듯한데.

구체적인 수치나 조사결과를 말씀드리긴 좀 그렇다. 대략 구분하면 우리나라 팟캐스트 시장의 큰 축은 아이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원조 팟캐스트 아이튠스와 팟빵으로 구분된다고 본다. 아직까지 팟티 등의 다른 회사들은 유의미하게 보이지 않는다.

팟빵의 경우 월간 방문자수가 몇년전까지는 200만였는데 최근들어 300만 정도로 늘어났다고 하더라. 아이폰의 팟캐스트 앱으로 듣는 사람도 1/5 정도는 되는 걸로 따지면 최소로 잡아도 국내 팟캐스트 청취자는 250만여대 정도는 되는 듯 하다. 그 중 절반 이상은 30~40대 남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다음 순위가 20대 남성과 30~40대 여성,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50대 남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제 팟캐스트 '신과함께'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나 오후 2~3시쯤 한가할 때 듣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듣는 시간대를 분석해보니 놀랍게도 쏠린 시간대가 없이 24시간이 거의 균일하게 듣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정말 놀랬다.

유료 팟캐스트 시장은 어떻게 보나.

유료 팟캐스트로 성공한 '수다맨들'의 경우 꽤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에 500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이라기 보다는 결제를 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 허들이 있어서 아직은 활성화가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평균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청취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들의 경우 주 청취자가 1만명 정도라면 1000~2000명 정도는 유료화가 되더라도 들을 생각이 있다는 의지를 보이는 듯 하다.

처음 한번 유료를 듣는게 힘들지, 허들을 통화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꾸준히 이어지는 듯 하다. 유료 팟캐스트 시장의 성장은 이제 막 열렸다고 보인다. 시장이 조금 커지만 앞으로는 팟캐스트를 제작해서 출연하는 것만으로 생계가 해결되는 경우도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정영진 MC의 도전은 계속된다 (사진=정윤희 기자)

많은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이미지 소비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듯 한데.

매불쇼를 하면서 카니발리즘(cannibalism)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는 한계가 있겠다'는 이야기다. 하루에 두 프로그램, 평균 세 시간쯤 듣던 사람이 매불쇼가 나왔다고 다섯시간을 듣자! 이러기는 힘들거 같다. 그러니 결국 매불쇼를 듣기 위해 무언가 하나를 듣지 않고 포기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좋아하는 팟캐스트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있다고 가정해 보면 매불쇼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내가 진행하던 다른 팟캐스트가 빠지는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쉽게 말해 팀 킬, 자살골 같은 느낌인데 한편으로는 경쟁력이 약한 팟캐스트가 도태되는 건 당연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복잡미묘하달까.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미래를 대비해 '매체 다변화'를 하는 중이다.

아이가 둘 있다보니 육아 유튜브도 시작했다. 아이들 노는 걸 찍어서 올리는데 이쪽 시장이 크더라 (정영진 MC는 '아육대 : 아빠들의 주말 육아 대행진'이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이다). 조회수도 잘 나온다. 살짝 발을 걸쳐 놓았다고 볼 수 있고 공중파도 효심으로 해 보려 한다.

효심 방송이라니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팟캐스트 방송해도 어머니는 잘 모르신다. 어머니가 TV 틀면 아들이 나와서 방송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게 공중파나 케이블 하나 정도는 요청 들어오면 하려고 한다. 많이는 힘들거 같다.

팟빵홀에 부착된 팟빵 이미지 (사진=정윤희 기자)

'팟캐스트 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이런 질문 많이 받을거 같은데.

그 질문 진짜 많이 받는다. 그러면 난 '왜 하고 싶냐'라고 되묻는다.

대부분은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라던가 '재미있을거 같아서'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말을 바꿔서 두번 세번 질문해 보면 의외로 다른 속내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팟캐스트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어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거나 '팟캐스트로 성공해서 광고 출연하는 등의 경제적 성공을 얻고 싶다'는 진짜 욕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방송 출연, 경제적 성공 또는 아는 것을 전하고 싶은 욕구 중 무엇이 목표든지 그리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를 제대로 세워놓는 것이 첫 단추로 보인다. 그래야만 어떻게 풀어 나갈지 보인다. 방송 횟수를 비롯해서 내용을 어떻게 전할지, 게스트는 누굴 부를지 등이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 이렇게 개념 정리를 해 두는 것이 1단계이다. 
 

팟캐스트를 하려면 정확한 목표부터 세워라.

공중파 진출, 경제적 성공, 유명세 등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야 좋은 방송이 된다.

여기에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청취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좋은 지적이다. 2단계는 무엇인가.

그 다음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 의외로 오디오 방송의 기본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둘이서 대화할 때는 대화가 겹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를 제 3자가 듣는다고 생각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어폰을 끼고 방송을 듣다보면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유재석과 박명수가 말한다면 모두들 목소리를 알고 있으니 살짝 겹쳐도 문제 없다. 충분히 구분해서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3명~4명 한꺼번에 떠들면 알아듣기도 힘들고 3~4분 듣다가 짜증날 수 있다. 기왕이면 목소리가 잘 구분되는 분들끼리 하는게 좋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편하게 깔끔하게 들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팟캐스트=쌍욕'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다. 여전히 많다. '시원하게 욕하지도 못할 거면 뭐하러 팟캐스트 하냐'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게 꼭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출연하는 방송은 욕이 거의 없다. 제가 욕을 잘 못하기도 하고...(웃음) 가끔 욕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주객이 전도돼서는 곤란하다.

욕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를 하고 이러면 더 많이 들을 거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팟캐스트의 백종원, 멀티플레이형 진행자 정영진

스티븐 호킹은 "지적 능력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고 했다. 백여분여의 인터뷰 동안 쉴새 없이 자신의 생각을 유머를 섞어 정리하는 정영진의 뛰어난 언변은 그가 왜 팟캐스트의 백종원이라고 불리는지 실감하게 했다.

현실적으로 깊이 있게 툭 던지듯 말하는 그의 말솜씨는 이달 12일 MBC '100분 토론'에서 또 한번 빛났다. 성 평등과 역차별 문제에 관한 토론에서 그는 여성할당제에 오히려 여성들이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자로서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생각을 펼쳐놓는 그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팟캐스트 영역에서 정영진의 활동은 계속 될 것이다. 재미와 깊이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며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더 많은 매체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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