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가 발표한 12-200mm M.주이코 렌즈 (이미지=올림푸스)

[뉴시안=이민정 기자] 올림푸스가 13일(현지시간) 광각부터 망원은 물론 포토에서 비디오까지 거의 모든 화각을 커버하는 만능 렌즈를 발표했다. 마이크로포서드 마운트의 M.주이코 디지털 (Zuiko Digital) ED 12-200mm f/3.5-6.3 이다.

최근 캐논·니콘·소니 등은 풀프레임 센서를 담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카메라 본체의 크기를 줄여서 소형화·경량화를 모색하고 있다. 바디크기 축소는 각 사별로 이미 어느 정도 최적화가 된 상황이다. 문제는 렌즈를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데 있다. 풀프레임의 큰 센서 크기로 인해 렌즈를 작게 만드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조금만 경량화를 하더라도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풀프레임 카메라의 렌즈군은 용도에 맞춰 화각 구간별로 별도의 렌즈가 출시돼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 볼때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렌즈를 구매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촬영을 위해 여러 개의 렌즈들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효율적이지는 않다. 특히나 요즘처럼 실버 세대의 카메라 활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무거운 DSLR 바디에 두세개의 렌즈를 갖고 다니는 것은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이는 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광각부터 망원까지 렌즈군을 갖추고 다니다보면 카메라 가방은 훌쩍 10Kg을 넘기기도 한다.

바로 이런 면에서 올림푸스의 장점이 생긴다. 올림푸스가 선택한 마이크로포서드 센서는 상대적으로 풀프레임보다 센서 크기는 작다. 화질 면에서 다소 부족하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바로 작은 센서 크기 덕택에 고성능의 렌즈를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12-200 렌즈는 마이크로포서드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소형화, 경량화의 대표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풀프레임의 24-400mm에 해당하는 화각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무게는 고작 455g에 불과하며 생활 방수도 지원한다.

타 브랜드의 렌즈군들 중에는 24-400에 해당하는 렌즈가 아예 없다. 캐논의 대표 렌즈로 이와 비슷한 제품을 찾다보면 하나가 아닌 두 세 개의 렌즈로 구성해야 함을 알 수 있다. 표준 줌인 24-70mm렌즈, 준 망원인 70-200mm렌즈 그리고 망원인 EF 200-400mm 으로 나뉘어 있다.

캐논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24-70mm L 렌즈는 순수한 렌즈 무게만으로도 800g이 넘는다. 70-200mm은 1.5kg에 육박한다. 어떻든 이 3개의 렌즈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즐겨찾는 최고의 렌즈군이다. 렌즈 밝기는 f/2.8이어서 올림푸스의 f/3.5-6.3보다 밝지만 두 개의 렌즈 화각을 하나로 커버하고 게다가 둘 중 가벼운 렌즈의 1/2 수준의 무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림푸스가 발표한 12-200mm M.주이코 렌즈 (이미지=올림푸스)
올림푸스가 발표한 12-200mm M.주이코 렌즈 (이미지=올림푸스)

마이크로포서드의 동지였던 파나소닉은 라이카, 시그마와 함께 풀프레임을 지원하는 L마운트 연합을 결성하며 사실상 빠졌다고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홀로 남은 올림푸스가 마이크로 포서드를 버리고 풀프레임을 선택할 것인지 관심이 높았다.

이번 신제품 렌즈 발표는 바로 이런 시각을 역으로 받아쳐 마이크로 포서드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올림푸스의 '강력한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림푸스는 얼마전 새로운 플래그십 E-M1X를 발표하며 센서의 기능을 대폭 보강했다. 

고해상도 촬영 모드로 삼각대를 사용하면 80MP의 초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핸드헬드 환경에서도 50MP로 촬영이 가능하다. 이렇게 성능을 극대화시킨 바디에 500g도 안되는 무게의 렌즈를 장착한다면 이 렌즈 하나 만으로도 웬만한 사진은 다 촬영할 수 있다.

여행이면 여행, 일상이면 일상까지 이 렌즈 하나로 셀피부터 랜드마크 촬영까지 가능한 (풀프레임 기준) 24-400렌즈는 사실상 유일하다.

올림푸스 12-200mm M.주이코 렌즈 12mm 사진 샘플((사진=올림푸스)
올림푸스 12-200mm M.주이코 렌즈 200mm 사진 샘플(사진=올림푸스)

단 하나의 렌즈로 24mm  광각에서는 넓은 자연을 담고 200 mm 망원에서는 멀리 있는 신선한 과일들을 하나의 카메라, 단 하나의 렌즈에 담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가 된지 오래다. 사진을 즐기는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나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그대로 쓰는 분들도 있겠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려다보면 부피와 무게 등 휴대성도 강력한 선택 요인이 된다.

100년 역사의 올림푸스는 이런 팬들의 요청을 미리 알았던 것이 아닐까. 어떻든 휴대성을 강조한 고성능의 줌 렌즈는 여성과 아마추어는 물론 실버 계층의 사진가에게도 매력으로 다가설 게 분명하다. 미주 판매가격은 약 900달러(한화 약 101만원) 선으로 이 역시 합리적이다.

DSLR의 제왕이었던 캐논은 미러리스 풀프레임으로 배를 갈아 탔다. 전통의 니콘은 DSLR과 미러리스를 병행해 풀프레임 시장에 진행중이다. 파나소닉은 뒤늦게 풀프레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의 최강자인 소니는 거의 매해 새로운 바디를 내놓으며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올림푸스는 마이크로 포서드를 밀면서 가성비좋고 휴대성 높인 고성능 렌즈군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나의 분야에서 경쟁하는 다섯개 업체가 이렇게 서로 다른 전략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다른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과연 향후 카메라 시장에서 웃는 최후의 1기업은 누가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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