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 박물관 메인 전시동의 웅장한 실내 모습 (사진=정윤희)
국립중앙 박물관 메인 전시동의 웅장한 실내 모습 (사진=정윤희 기자)

[뉴시안=정윤희 기자] 경의 중앙선과 4호선 환승역인 이촌역 2번 출구를 나와서 도보로 5분만 걷다보면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인다. 박물관은 과거의 시간을 통째로 압축시켜놓은 공간이다. 한 국가나 지역의 근간을 이루는 유물과 보물, 사적 등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어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물관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우리에게도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대표 박물관이 있다.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그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 유물만 33만 여점으로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역사학과 고고학, 미술사학 분야에 걸쳐 다양한 문화재가 전시돼 있어 가치면에서도 월등하다.

1972년에 출발해 2005년 서빙고에 신축 후 개관한 것이 지금에 이른 것으로 상설 전시와 특별전시가 열리는 전시동을 중심으로 어린이박물관와 한글박물관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또 전통 정원와 연못 등의 넓은 야외시설까지 함께 갖춰 교육의 목적뿐 아니라 서울의 명소로도 손꼽히는 장소가 됐다.

천장 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전시관 (사진=정윤희)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있는 중앙홀 (사진=정윤희 기자)

초중고생들의 체험학습과 교육 현장의 역할은 물론 주말이나 휴일 가족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어 관람객 수 또한 아시아 1위를 장식할 정도다. 여기에 유독 눈에 띄게 많아진 부류가 있으니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들이다. 사진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이제 동대문 DDP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서울의 대표 출사지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세계 수많은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카메라 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여러 유물의 보호차원에서 플래시나 삼각대는 사용 불가하지만 일반 촬영은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이 사진가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박물관의 독특한 건물 형태 때문이다.

메인 전시동의 입구에 들어서 지상 6층과 맞먹는 천장 높이에 널찍하게 트여있는 '으뜸홀'에 서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웅장한 느낌이 희석되기도 전에 저멀리 세로로 길게 뻗은 복도와 천장 유리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웅장한 로비 공간 (사진=정윤희 기자)
전시관의 유물도 사진촬영 가능(플래시 불가) (사진=정윤희 기자)

박물관을 떠올리면 으레 어둡고 빛이 적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동의 실내를 밝게 연출하고 양쪽으로 펼쳐진 각 전시실을 완벽하게 분리함으로써 색다른 박물관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전시동의 큰 중앙 복도는 자연광이 들어와 그림자가 떨어지면 한폭의 그림을 만들기 때문에 풍경 사진을 즐겨찍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됐다.

전시관은 시대별로 나누어진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과 주제별 전통 미술을 볼 수 있는 서화관, 백자와 청자를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공예관, 그밖에 아시아관, 기증관으로 구별돼 있다.

서울의 대표 출사 명소 국립중앙박물관 (사진=정윤희 기자)
스마트폰 앱을 열면 자동인식으로 유물 소개 (사진=정윤희 기자)
첨단 로봇으로 박물관 곳곳을 안내하는 서비스도 있다(사진=정윤희 기자)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기 전에는 꼭 '국립박물관 전시안내' 앱을 깔고 이어폰을 준비해 간다면 훌륭한 도슨트의 역할을 대신해준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전시물의 설명과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또 첨단의 로봇 서비스로 전시정보와 박물관 안내를 받을 수도 있어 디지털 시대의 박물관을 경험하기 안성맞춤이다.

각 전시실은 전시물의 보존과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조명을 사용하므로 아주 어둡다. 따라서 사진 촬영시 플래시는 반드시 꺼두어야 하고 대신 ISO 감도를 높여서 촬영하면 흔들리지 않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거울못으로 불리는 박물관의 정원 연못 (사진=정윤희 기자)
산책하기 좋은 박물관 후원 (사진=정윤희 기자)

또 박물관 야외에는 '거울못'으로 불리는 너른 연못과 주변에 석조물 정원, 미르 폭포 등의 산책 코스도 있고 카페와 음식점, 찻집 등의 휴게 공간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최근 '라키비움(Larchiveum)'이란 단어가 뜨고 있다. 도서관(Library)·기록실(Archives)·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최근 전시와 교육을 기능을 가진 박물관이 다양한 콘텐츠를 채우며 도서관과 체험관의 기능을 추가하는 등 하나의 복합공간으로의 자리매김을 하는 추세에 따라 등장한 말이다.

라키비움의 면모를 골고루 갖춘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5일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내'가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 되어 박물관에 족적을 남겨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야외활동조차 꺼려지는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이야말로 최적의 나들이 장소가 될 것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혹은 카메라와 함께 박물관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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