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래서 온 라이카 ‘Leica CL’, 작고 견고함 갖춰…‘디지털 시대’ 스마트폰과도 연동
[리뷰] 미래서 온 라이카 ‘Leica CL’, 작고 견고함 갖춰…‘디지털 시대’ 스마트폰과도 연동
  • 정윤희 기자
  • 승인 2019.02.2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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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바르낙이 선보인 최초의 카메라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라이카의 카메라 철학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카메라 라이카 CL은 여전히 강력하게 사진 매니아층 파고들어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카메라 '라이카 CL' (사진=정윤희 기자)

[뉴시안=정윤희 기자] “이것으로 충분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브랜드 ‘무인양품’의 철학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의 디자인 철학이다. 디자인조차 없는 디자인으로 오히려 뺄셈과 비움만 가득 채워넣었음에도 무인양품은 전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메라 브랜드 중에서도 ‘이것이 좋다‘가 아닌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명품이 바로 독일의 자랑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Leica)‘다. 오스카 바르낙이 선보인 최초의 카메라든 최근에 출시된 따끈한 신제품이든 라이카 카메라의 디자인과 만듦새는 여전히 건재하다.

라이카 매장에 진열된 클래식 카메라 (사진=정윤희 기자)

경쟁이 치열한 카메라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새로운 제품에 무언가 하나라도 더 추가하려는 것이 추세다. 온갖 종류의 다이얼과 버튼 일색인 카메라는 따라서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더 강조한다.

그렇지만 정작 카메라를 쓰는 이들은 몇 가지 버튼 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엄두도 못낸다. 라이카는 이런 ‘유행’의 흐름에는 벗어나 있다.

라이카는 오직 ‘사진’ 하나에 포커스를 두고 사진을 위한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카메라를 생산한다. 누구나 갖고 싶은 고가 카메라 로망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라이카는 많은 이들이 ‘왜’라고 의아해하는 제품을 증거로 내민다.

엄청난 고가의 장비임에도 컬러는 안 찍히고 오직 흑백사진만 촬영 가능한 ‘라이카 M 모노크롬’과 디지털 카메라의 특징 중 하나인 액정 모니터를 과감하게 뺀 ‘라이카 M-D’가 단적인 예다. 카메라는 사진을 위한 궁극의 도구일 뿐 그 한 장의 결과물을 위해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최소한의 기능으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라이카의 철학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니멀리즘으로 탄생시킨 라이카의 미러리스 카메라 ‘라이카 CL’은 출시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제품임에도 여전히 세련돼 보인다. 과연 ‘이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조건에 부합하는지 라이카 CL을 자세히 살펴보자. 참고로 ‘라이카 CL’과 함께 사용해 본 ‘Summilux-TL 35mm f/1.4 렌즈’는 라이카 코리아의 협조를 얻어 촬영했다.

라이카 CL과 Summilux-TL35mm f/1.4 렌즈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의 심플한 후면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은 컴팩트한 사이즈의 APS-C 시스템 라인이다. 같은 라인의 제품인 라이카 TL2는 미래적인 느낌의 심플함이라면 라이카 CL은 전통적인 느낌의 심플함을 갖췄다.

2400만 화소의 마에스트로ll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라이카 CL은 49개의 측광 포인트로 오토포커스도 빠르다. 또 초당 30 프레임의 4K 비디오 영상 촬영도 가능하지만 정통 사진을 즐기기에도 바쁘니 큰 의미는 없는 듯하다.

배터리를 포함한 바디의 무게가 403g으로 부담감 없지만 렌즈에 따라 상대적으로 묵직해질 수 있다. 함께 사용 해 본 Summilux-TL 35mm f/1.4 렌즈는 바디보다 더 무거운 428g의 무게로 무거움을 실감케 했다.

라이카 CL의 상단 투버튼 형식의 다이얼 (사진=정윤희 기자)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기존 카메라의 기능이 들어있긴 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심플하다. 상단 부분은 셔터와 다이얼 두 개, 그리고 아주 작은 정보창이 전부다. 후면부 또한 액정을 중심으로 딱 3개의 버튼과 방향키만 있다.

‘Dream Big. Pack Small’이라는 카피 문구처럼 라이카 CL은 지극히 단순함에 차별화를 꾀했다. 대신 사진 촬영을 위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촬영의 재미와 결과물의 품질에 더 집중했다.

상단부의  2개 다이얼을 이용해 평소 사진 촬영시 사용하는 메뉴들을 고루 조절할 수 있다. 왼쪽 다이얼의 가운데 버튼을 누르고 돌리면 모드 다이얼의 역할을 하고 각각 해당 모드에서 셔터속도와 조리개 값·노출보정이 가능하다. 같은 방식으로 오른쪽 다이얼은 ISO 조절용으로 원하는 사용자값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수학과 과학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CL만의 매력 포인트다.

빛을 풍부하게 표현해주는 라이카 CL (사진=정윤희 기자)
일상 카메라로도 안성맞춤인 라이카 CL (사진=정윤희 기자)
또렷하고 선명한 실내 사진 (사진=정윤희 기자)
디태일한 피사체의 질감을 표현해주는 라이카 CL (사진=정윤희 기자)
35mm의 보케 효과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와 Summilux-TL35mm f/1.4 렌즈의 조합(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로 찍은 실내 풍경사진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로 담은 인물사진 (사진=정윤희 기자)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피사체를 일단 두루 찍어보니 예리한 선이 살아있는 라이카만의 선예도가 마음에 든다. 카페나 식당에서 찍는 음식 사진이나 실내에서 흔히 보는 화분의 꽃, 쇼핑센터 쇼윈도에서 만나는 풍경 등 평범하게 보이는 피사체임에도 CL을 통해 보는 이미지는 색다른 맛이 난다.

촬영을 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또 하나의 장점은 EyeRes 뷰파인더다.

CL의 큼직한 원형의 뷰파인더는 236만의 해상도로 또렷하고 선명해 후면 터치 LCD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될만큼 편했다. 시력을 조정해주는 디옵터 범위도 +/-4로 넓고 반셔터만으로도 최종 이미지 미리보기를 제공하는 점이 아주 유용했다.

결국 라이카 CL은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엄지 손가락으로 촬영에 관한 대부분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사진’을 위한 라이카의 배려인 셈이다. 오래 전 ‘레인지 파인더’방식의 필름 카메라를 쓰는 것처럼 피사체에 대한 집중도를 한껏 높일 수 있어 좋았다. 

라이카 CL의 236만 화소 뷰파인더 (사진=정윤희 기자)
아주 어두운 박물관 내부 ISO 1600으로 촬영 (사진=정윤희 기자)
Summilux-TL35mm f/1.4 렌즈의 환상적인 보케 (사진=정윤희 기자)
빛이 부족해도 또렷한 결과물을 담아내는 라이카 CL (사진=정윤희 기자)
야간 촬영에도 부담없는 라이카 CL (사진=정윤희 기자)

또 박물관처럼 어두운 실내나 야간에도 라이카CL의 결과물은 안정감이 있다.

ISO 50000까지 지원하고 3200에서도 노이즈 걱정없이 찍을 수 있다. 35mm의 렌즈로 도심 밤풍경을 핸드헬드로 찍어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예쁜 보케 처리까지 덤으로 얻었다. 대부분의 사진 작가들이 라이카를 흑백 사진의 강자로 꼽는 이유는 흑과 백의 풍부한 계조 표현력 때문이다. 라이카로 촬영한 유명 작품 중 흑백사진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카 CL에서도 어김없이 라이카 고유의 흑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경조 흑백’으로 촬영시 콘트라스트를 높여 피사체의 집중도를 높여주고 더 깊이감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라이카 CL로 촬영한 컬러와 흑백 비교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의 경조흑백 모드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의 경조흑백 모드 (사진=정윤희 기자)
라이카 CL의 경조흑백 모드 (사진=정윤희 기자)
콘트라스트가 돋보이는 경조흑백 모드 (사진=정윤희 기자)
와이파이를 통한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가능한 라이카 CL(사진=정윤희 기자)

사진 품질과 카메라 크기, 조작에 있어서 타브랜드와 차별화 되는 라이카의 고집은 적당한 융통성으로 디지털 시대의 사용자를 배려한 부분도 있다. ‘라이카 FOTOS’앱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전송할 수 있어 라이카스러운 고화질의 사진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2018 포토키나에서 파나소닉·시그마와 L-마운트 동맹을 발표함으로써 지금보다 더 풍성한 제품 라인을 갖추는 등 라이카 카메라만의 역사를 더 탄탄하게 굳혀가는 중이다.

라이카 빨간 로고는 사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늘 마음 한켠에 품고 산다. 아이돌 그룹 레드 벨벳의 ‘빨간 맛~ 궁금해~ 허니’라는 노랫가사처럼 한번쯤 손에 쥐고 궁금증을 풀고 싶어한다. 미러리스 카메라 ‘라이카 CL’ 도 결국 빨간 로고와 함께 사진 맛을 보고서야 그 진가를 알게 하는 카메라다.

하지만 디지털의 속성으로 쉽고 빠르게 셔터를 누르는 카메라에 익숙했던 사람에게는 낯설고 친해지기 어려운 카메라다. 한컷 한컷 공들여 찍고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근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분명 또 다를 것이다. 자신의 사진 스타일을 파악하고 라이카 카메라에 도전한다면 기대해도 좋을 일이다. 물론 가격의 허들을 넘어서야겠지만 말이다.

끝으로 한마디 총평을 하자면, 최소공배수의 기능과 최대공약수의 결과물로 사진가의 마음을 훔치는 라이카 CL은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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