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작년 12월 출시한 기존 문자 메시지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 RCS (사진=KT)

[뉴시안=최성욱 기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기업도 그렇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 RCS(Rich Communication Suite)를 도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메시지 서비스는 카카오톡이다. 1대 1 대화, 단체 대화방 등의 대화 서비스는 기본, 최근에는 검색과 쇼핑, 뱅킹도 같이 하는 종합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왓츠앱(Whatsapp), 텔레그램(Telegram), 라인(Line)과 스카이프(Skype)등의 메시지가 더 인기가 높다. 실 사용자수로 따진다면 애플의 아이폰에서만 동작하는 아이메시지(iMessage)도 뒤지지 않는 유명 메신저다.

이들 유명 메신저 앱과 비교하면 카카오톡은 기능면에서나 효율면에서도 크게 앞서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곽동수 IT칼럼니스트는 “카카오톡은 전화번호 베이스로 여러 장비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활용 추세에 맞지 않고 보안 면에서도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허나 메신저의 가장 큰 힘은 ‘사용환경’에서 나온다. 지난 2010년 시작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사실상 국내의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기에 '이변이 없는 한' 다른 서비스들이 1위인 카카오톡을 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새 폰을 받고 나면 제일 먼저 설치하는 앱이 카카오톡이다. 심지어 피쳐폰 스타일의 폴더 스마트폰에는 카카오톡 단축키가 설치돼 있기도 하다.

조인 로고 (이미지=나무위키)
조인 로고 (이미지=나무위키)

카카오톡이 시장 1위가 된 배경에는 이동통신 3사의 도움이 컸다. 한창 카톡이 인기를 끌던 2012년 이동통신 3사는 차세대 이동통신 메시지 서비스 조인(Joyn)을 발표했다.

폰의 SMS/MMS 앱을 조인으로 대체하며 전세계 이통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펴준 서비스로 채팅, 영상통화, 사진, 녹음, 위치정보 공유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였다. 만약 제대로 운영됐다면 지금같은 카카오톡의 아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이통사는 SMS와 MMS에 별도 요금을 매기던 시스템에 연연했고 혹시라도 수익이 줄어들까 두려워 활성화되지 않은 조인의 요금체제를 매기면서 홍보에 나섰다. 출시후 6개월까지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그 이후에는 데이터 사용량을 차감하거나 별도의 요금제를 적용한다는 이야기였다.

무료로 제공되는 카카오톡과 몇개월 후면 유료로 사용해야 하는 신규 서비스 조인은 처음부터 대결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이 서비스는 3년을 견디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 채 서비스가 중단됐다.

◆ RCS로 카톡에 재도전…읽음 확인과 그룹채팅 등 지원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은 서비스를 다시 소개한 이유는 국내 이통사들이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RCS)를 내놓고 문자 메시지의 귀환을 꿈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 밀린 메신저 시장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대용량 파일 전송은 물론 읽음 확인, 단체 채팅 등 기능을 담고,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게 RCS의 출사표이지만 아직 준비 상태는 미비하기만 하다.

서비스가 시작된지 한달 남짓 됐지만 지원 단말기는 극히 제한적이다. SK텔레콤은 갤럭시 S9과 S9+ 뿐이다. KT는 이들 두 기종과 갤럭시 노트9가 RCS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출시될 모든 스마트폰에는 기본앱으로 장착된다. 통신사의 기본 문자 전송앱이 RCS로 바뀐다.

이통사 관계자는 "구형 기종에 대한 차별의 이유는 폰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다양한 폰을 문제없이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비용이 수반되어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나가는 핑계로 보인다. 

또다른 한계는 현재까지 통신사간 연동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출시 한달이 지난 서비스이지만 현재는 SK텔레콤이든 KT사용자든 각각 같은 이통사 사용자간 RCS를 지원한다. LG텔레콤은 언급조차 없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4~5월에는 이통3사 서로 호환되게 될 것이다. LG 등이 합류하고 3사가 서비스하면 5000만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RCS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참으로 느긋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번에도 과금 관련해서는 벌써부터 혼란스러운 체계가 등장하며 조인으로 배운 것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자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폰에 기본 탑재되는 SMS/MMS를 업데이트 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문자로 주고받던 신용카드 결제 알림도 카카오톡의 알림톡이 영역을 확장하며 SMS와 MMS는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통사간의 연계도 안되는 서비스를 특정 브랜드의 신규단말기에만 제공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모바일 메신저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펼치는 이통사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터무니 없는 허언’으로 보인다. 게으른 회사,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기업에 기회를 주는 소비자는 없다는 점을 이통사들은 잊고 있는듯 하다.

이러한 이유로 ‘RCS’의 탄생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다양한 기능의 무료 메신저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일반 사용자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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