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rival)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맞수는 기력(棋力)이나 대전 성적이 엇비슷해 늘 대중의 관심이 되는 상대를 뜻하기도 한다. 뉴시안은 독자분들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라이벌'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오리온 초코파이 vs  롯데제과 빼빼로
오리온 초코파이 vs 롯데제과 빼빼로

[뉴시안=조현선 기자] 국내 ‘국민 초코과자’로 꼽히고 있는 롯데제과 빼빼로와 오리온 초코파이 두 라이벌 제품이 국내외서 색다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랜 시간동안 국군 장병들의 상징이 된 오리온의 '초코파이情'은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실예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에선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현지화 전략에 성공해 국민과자로 통하고 있다. 롯데제과 빼빼로는 올 초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화해 봉제인형, IT제품, 화장품, 어패럴, 생활잡화, 출판물, 문구 등 다양한 상품과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롯데제과의 '빼빼로'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데이(DAY)' 마케팅을 통해 빼빼로 시장을 장악해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이면 1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실제 빼빼로 캐릭터 ‘빼빼로일레븐’은 길쭉한 빼빼로를 의인화한 8명의 개성있는 캐릭터로, ‘초코’, ‘아몬드’, ‘스키니’ 등 빼빼로 제품명을 이름으로 지었다. 제품 특성에 맞게 각각의 캐릭터에 성격과 스토리를 담아 작년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론칭했다. 현재는 다양한 기업들과 상품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빠르면 상반기중 제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경우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의 매출액 차이가 벌어져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반면 롯데제과 빼빼로의 경우 빼빼로데이의 성적에 따라 연간 매출이 정해지는 등 두 제품 모두 매출의존도가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오리온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한국인의 '정(情)'을 세계 시장에 맞춘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성공시켰다. 특히 2009년부터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오리온의 2018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4338억원, 영업이익은 2119억원으로 발표됐다. 반면 2018년 초코파이의 국내 매출은 8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반증이다. 국내에서는 장수과자, 군인들을 위한 과자로 유명한 초코파이를 이용한 현지 맞춤화 마케팅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1974년 동양제과의 '초코파이'가 출시 이후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되면서, 경쟁사의 초코파이 출시가 이어졌다. 이후 상표권 소송을 거치며 1995년 동양제과의 원조 초코파이는 '초코파이 정(情)'으로 변경됐으며, 당시의 동양제과는 지금의 오리온이 됐다.

오리온의 글로벌사업은 지난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1997년 베이징 인근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 2013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 중국 시장 내 매출 1조 시대를 열었다.

특히 초코파이의 중국 명칭을 ‘좋은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 파이로 명명하고 마케팅을 진행했다. 덕분에 이같은 성적에는 중국 현지에서 진행한 ‘인(仁) 마케팅’이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이성간 애정을 뜻하는 '정(情)' 대신 중국인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인(仁)'에서 착안했다. 중국과 좋은 친구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오리온의 ‘꽌시’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바탕이 됐다.

이와 더불어 오리온은 베트남 시장내 1위 제과업체로 도약하고 있다. 베트남의 제사상에도 오를 정도로 사랑 받는 초코파이 덕분이다. 최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화제된 베트남에 1995년 초코파이 수출로 첫발을 내디딘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에 생산 공장을 세우며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의 ‘Tinh Cam’(정감)이 우리나라의 ‘情’과 유사하다고 보고 ‘초코파이=Tinh’이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영업 측면에서도 오리온의 한국식 '정' 영업 전략이 유효했다. 베트남 현지 대부분의 소매점은 작은 구멍가게 형태가 많았다. 이에 오리온 영업사원들이 거래처 방문시 무질서하게 어질러진 제품을 정리하고, 진열대를 청소하는 등 현지에서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펼쳤다.

이후 오리온은 초코파이 성공을 발판으로 스낵, 비스킷 등 다양한 제품 출시를 통해 2015년 누적 매출 1조 원 돌파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2224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2018년에는 베트남에서만 약 6억개의 초코파이가 판매됐다. 2019년 1월 말 기준 베트남 현지 과자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몬델레즈, 펩시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파이, 스낵, 비스킷, 스폰지케이크 4개 카테고리 기준 베트남 제과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성적이다.

오리온의 장수과자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리온의 장수과자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리온은 2003년 러시아에도 진출했다. 현지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 시장 동종 카테고리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 말 기준 러시아에서만 연간 판매량 7억개를 돌파하며 6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리온 관계자에 따르면 초코파이는 러시아 전체 과자 시장의 ‘톱10 브랜드’에 올랐다. 이런 성적에는 초코파이는 특유의 단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단 과자를 즐기고 차를 많이 마시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17년 12월 오리온은 러시아를 비롯 유라시아 시장의 본격 공략을 위해 러시아 뜨베리 주에 신공장을 건설하며 향후 3년간 8130만 달러(한화 약 88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공장 완공시 초코파이의 공급량은 연간 10억개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대 생산량은 약 2000억원까지 늘어 이후 러시아 제과시장 5위권 안으로 들어선다는 전략이다.

반면 201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오리온의 전체 매출의 48.5%가 중국 법인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매출이 해외에서 나오는 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매출의 폭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내 매출이 7948억으로 급감감하면서 오리온의 2017년 전체 매출도 1조9426억원에 그쳤다. 앞서 오리온은 2014년 전체 매출 2조1998억원, 2015년 2조3824억원, 2016년 2조386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오리온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드해빙 국면에 접어들자 철저히 유지해온 고품질의 제품력 등으로 쌓인 고객 신뢰도를 기반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오리온 중국법인의 2018년 매출을 전년 대비 12% 늘어난 9668억원으로 추정했다. 2017년 중국 법인을 통해 192억원을 남기는 데에 그친 성적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특히 올해엔 모든 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매출 1조원을 무난히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 보복으로 인한 매출 감소에도 글로번 제과산업 전문지인 캔디인더스트리(Candy Industry)가 발표하는 ‘제과업계 글로벌 Top 100’에서 14위에 올랐다. 국내 제과기업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국내 기업중 롯데제과가 16위로 뒤를 이었다.

롯데제과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성공적인 '데이'마케팅을 통해 국내서 활발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11월 11일이면 연인과 친구, 동료들과 빼빼로를 주고 받는다. 매년 1000억원어치 이상 팔리는 빼빼로는 롯데제과의 효자 상품이 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얄팍한 상술이란 비판도 나오지만 '빼빼로데이'(매년 11월 11일)가 사회적 기념일로 자리 매김하면서 제과 및 유통업계는 해마다 매출 신장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특히 빼빼로데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만큼, 유통가에서는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재미있는 문구나 캐릭터를 넣거나, 이색적인 맛의 빼빼로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빼빼로 누적 매출액은 1조 5000억원이다. 특히 빼빼로데이가 생겨난 1996년부터 올해 9월까지 22년간 거둔 매출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87%에 달한다. 빼빼로데이를 이용한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1983년 롯데제과에서 국내 최초 출시한 빼빼로는 그간 진행된 '데이' 마케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빼빼로데이의 유래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남 지역 소재의 여중생들 사이 '날씬해져라' 라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주고받는 게 유행이 됐고, 11월 11일에 빼빼로를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시발점이 됐다. 이를 이용해 롯데제과는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 정해두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사실상 빼빼로는 원조격인 일본 에자키 글리코社의 '포키'를 모방한 '미투제품'임에도 국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특히 글리코社는 국내의 빼빼로데이보다 3년 늦게 '포키데이' 마케팅을 시작했다.

롯데제과는 데이 마케팅을 통해 특정일에 연인 뿐만 아니라 친한 동료와 친구 사이 빼빼로를 주고 받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반면 빼빼로데이가 평일이 아닌 경우 연간 판매량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빼빼로데이가 주말에 있는 해에는 동료 등과 주고받는 '의리빼빼로'의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빼빼로의 연간 전체 판매량도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빼빼로의 전체 매출은 ▲2012년 850억 ▲2013년 930억 ▲2014년 1050억 ▲2015년 1060억원 ▲2016년 1060억원 ▲2017년 95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한 2012년의 빼빼로데이가 토요일임을 감안할 때 특정 요일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롯데제과는 성공적인 '데이' 마케팅을 통해 연간 빼빼로 매출액이 1000억에 달한다. 특히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롯데제과는 성공적인 '데이' 마케팅을 통해 연간 빼빼로 매출액이 1000억에 달한다. 특히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빼빼로데이 시즌이라고 불리는 9월부터 11월 11일까지의 빼빼로 매출액은 연간 판매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빼빼로 연간 매출은 950억원으로 빼빼로데이 시즌에만 538억원 가량이 판매됐다. 56.6%로 절반이 넘는 셈이다. 빼빼로데이 20주년을 맞은 2016년에는 시즌에만 660억원이 판매돼 연간 판매량인 1040억원의 63.5%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약 3개월간의 빼빼로데이 시즌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즉 빼빼로데이에 팔리는 성적에 따라 빼빼로의 1년 매출이 결정되는 것과 같다.

편의점 CU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빼빼로' 제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에 그쳤다. 11일 당일 매출 신장률도 2.1%에 머물렀다. 통상 '빼빼로데이'가 되면 전체 매출이 10~20% 정도 증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신통치 않은 성적이다. GS25 역시 같은 기간 동안 빼빼로 매출이 2.8% 신장에 그쳤다. 11일 당일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1%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3.6%에 증가세에 머물렀다. 지난해 빼빼로데이가 일요일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출에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제과는 영리활동부터 사회공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케팅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공식캐릭터 ‘빼빼로 일레븐’의 론칭과 함께 지난해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모델로 CF를 선보였다. 이어 꾸준히 사회복지단체에 물품 기부 및 사회공헌사업인 '스위트홈' 개관 등을 이어가며 다양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화해 봉제인형, IT제품, 화장품, 어패럴, 생활잡화, 출판물, 문구 등 다양한 상품 및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기업들과 상품화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빠르면 상반기중 제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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