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행사(사진=넷플릭스)
지난 1월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 행사(사진=넷플릭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넷플릭스 파티원 두분 모집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문구는 넷플릭스 하나의 계정을 함께 사용할 이용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커뮤니티를 통해 계정을 함께 공유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이 목적이다.

넷플릭스는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OTT(Over the top: 셋톱박스 없이 시청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뿐만 아니라 PC, TV와도 상호 호환이 가능해 어느 디바이스에서도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세계 가입자수는 2018년 기준 1억4000만명에 달하며 190여개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요금제로 베이식, 스탠다드, 프리미엄의 3가지를 구비했다. 요금제별로 지원되는 화질이 다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동시 접속 가능 인원수'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UHD화질로 최대 4개의 기기에서 동시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은 월 14500원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동시 접속을 공식 지원하면서 최근 '넷플릭스 파티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커뮤니티가 인기다. 웹사이트 '4FLIX'와 '그레이태그'에서는 친구, 가족 뿐만 아니라 제3자와 월정액 요금을 함께 부담할 수 있는 장이 제공된다. 불법이나 편법이 아닌 현실적인 요금 절약 방법이 생긴 셈이다.

이용자들은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월 14500원의 요금을 함께 나눠 낼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한다. 이렇게 모인 4인이 각자 1/4만 부담하면 월 4833원으로 정가 대비 최대 75%까지 이용 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넷플릭스와 유사한 주문형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들은 서둘러 요금체제를 정비하거나 이벤트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모습이지만, 넷플릭스의 인기를 꺾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 넷플릭스 인기의 후폭풍, 국내 통신업계 비상

요금제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면서 이용자가 급증하자 국내 통신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해외망을 사용하는 넷플릭스 이용 고객들이 증가하자 트래픽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화질이 떨어져 일명 '깍두기' 현상의 항의가 늘어나면서다. 최근 넷플릭스가 UHD(4K) 화질까지 지원하면서부터 데이터 이용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이 해외망 회선 용량 증설에 나섰다. 지난 1월 SK브로드밴드는 해외망 회선 용량을 50Gbps에서 100Gbps로 2배 증설했다. 특히 국내통신3사중 가장 큰 해외망 용량을 보유한 KT도 2월중 증설을 발표한 바 있다. KT는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해외 트래픽이 몰리는 시간대에 속도 지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해외망 용량을 증설하더라도 서비스 퀄리티 증가 등 극적인 변화를 느끼긴 어렵다. 넷플릭스도 별도의 캐시서버를 구축하는 등 별도의 기업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터넷 망 사용료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통신사)들이 구축한 인터넷 망을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이 사용하는 대가로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실제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의 경우 연간 약 800억 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카오는 약 300억 원, 아프리카TV는 연간 약 150억 원 정도의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매년 꼬박꼬박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은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해왔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데이터가 오고가는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라면 이를 통해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인터넷사업자들에게 어떤 차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통신망을 오가는 데이터 혹은 콘텐츠는 주체(개인이든 기업이든)에 따라서 차별해서도 안 되고 양(소량의 데이터든 다량의 데이터든)에 따라서 차별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김성수 시사문화 평론가는 "네트워크는 도로나 철도처럼 중립적인 플랫폼, 즉 공공재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 콘텐츠 회사들이 망 중립성 원칙이 훼손됨에도 어쩔 수 없이 사용료를 납부한 것은 거대 공룡 통신사들의 갑질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불공정한 협상에서 만들어진 결과만을 놓고,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으니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뜯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와 망 중립성을 더욱 훼손한다면, 인터넷 생태계는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인터넷 망을 증설하게 되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 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다른 인터넷 서비스가 영향을 받아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최교수는 "인터넷 망 증설에 대한 반사이익을 넷플릭스가 고스란히 얻고 있는 셈이다"며 "우리나라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불하고 있는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명백한 ‘갑질’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돈만 벌어가겠다는 저열한 장사치의 모습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넷플릭스를 둘러싼 '인터넷 망 사용료'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피크타임의 LG유플러스 서비스 제공 속도는 3.7Mbps, 딜라이브 3.44Mbps, KT는 2.84Mmps를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의 속도는 1.65Mbps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높은 속도를 보이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이미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공식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반면 KT와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캐시서버 비용 부담, 망 사용료 지급 등 복잡한 사안을 놓고 씨름 중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과 2년간의 교섭 끝에 망 사용료 협상을 1월말 완료했다. 이때문에 넷플릭스와의 협의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냐는게 업계 전망이다. KT 역시 넷플릭스와의 협상의 여지는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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