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rival)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맞수는 기력(棋力)이나 대전 성적이 엇비슷해 늘 대중의 관심이 되는 상대를 뜻하기도 한다. 뉴시안은 비슷한 성능과 가격속에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디지털 유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새 연재 '라이벌'을 마련했다.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 등 각기 다른 디지털 기기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기본적인 장단점을 따져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캐논 EOS R과 니콘 Z 6 (이미지=뉴시안)

[뉴시안=이민정 기자] “니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캐논과 대체 뭐가 다른 걸까.”

니콘 Z 6와 Z 7 두 제품이 한꺼번에 출시된 후 일반의 반응은 '혼돈' 그 자체였다. 니콘 Z 6는 초당 12매 연속촬영을 제공하는 일반형 제품이고 Z 7은 고화소 고화질을 자랑하는 전문가형 모델이다. 소비자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두 제품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다만 가격대는 니콘 E Shop 기준으로 120만원 차이가 날 만큼 Z 7은 최고급 제품이다.

반면 캐논은 EOS R을 먼저 내놓은 이후 몇 달의 시차를 두고 EOS RP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1위 업체와 후발주자의 출시 전략이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 연달아 쏟아져나오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선택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떻든 캐논의 EOS R과 니콘의 Z 6는 비슷한 가격대의 둘 다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한 제품이다. 충분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번 시간에는 두 제품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캐논 EOS R과 니콘 Z 6 전면 비교 (이미지=camerasize.com)

그동안 캐논과 니콘은 렌즈 분리형 카메라 SLR시대의 양대산맥으로 필름시대에는 니콘이, 디지털 시대에는 캐논이 서로 시장을 이끌어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DSLR 시장은 성장했지만 사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은 소니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카메라 시장의 흐름이 서서히 바뀐 것을 인식한 캐논과 니콘도 서둘러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길로 진입했다.

2018년 하반기 니콘은 Z 7과 Z 6를 선보였고, 뒤이어 캐논이 EOS R을 내놓았다. EOS R과 Z6는 비슷한 듯 다른 두 회사의 제품 특징을 그대로 닮고 있다. 전면부터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바로 그립부이다.

니콘은 DSLR라인에서 유지되고 있던 레드 라인을 넣었고 전면 다이얼을 장착, 오래된 니콘 팬들의 마음을 잡으려 노력한 듯 보인다. 캐논은 그립부만 본다면 DSLR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왔다. 둘 제품 모두 DSLR과 비교하면 80% 정도로 바디 크기가 작아졌고 무게 역시 가벼워졌다.

전체 무게는 캐논이 660g, 니콘이 585g으로 다소 차이가 난다. 부피감도 캐논이 다소 크다. 심장부인 센서의 크기는 35mm 필름 크기와 거의 같고 해상도는 캐논이 30.3MP이고 니콘은 24.5MP이다.

캐논은 자체 프로세서인 디직(DIGIC) 8이 탑재돼 있고 니콘 역시 자체 프로세서인 엑스피드(EXPEED) 6를 내장하고 있다. 초당 최대 촬영 매수는 캐논 EOS R이 8매, 니콘 Z 6가 12매이다. 4K 촬영도 지원하며 동영상에서도 훌륭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ISO는 캐논이 100-102,400, 니콘이 100-204,800까지 지원한다. 니콘 Z6의 경우 ISO 204,800 덕분에 저조도에서 동영상이 돋보여 영상용으로 강조되는 것이기도 하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연결하는 부분인 마운트는 두 제품 모두 새로운 규격을 내놓았다. 캐논은 RF마운트를 니콘은 Z마운트를 공개했다. 이들은 어댑터를 채택하면 기존 DSLR에서 사용하던 캐논 EF렌즈와 니콘 F렌즈를 호환해 사용할 수 있다. 

캐논 EOS R과 니콘 Z 6 후면 비교 (이미지=camerasize.com)

비슷해 보이지만 후면은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캐논은 버튼을 최소화하면서 멀티 펑션 바를 오른쪽 상단에 넣어 손쉽게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도 보이지만 새로운 조절법을 손에 익히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

AF포인트의 경우 니콘은 273개인 반면 캐논은 143개를 기본 지원하고 있지만 총 5655개의 AF포인트 중 수동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니콘 Z 6는 다양한 버튼을 제공하며 사용자의 편의를 꾀했다고 보인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경우 가격이 대중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급형인만큼 어느 정도 카메라를 다루었던 이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후면 버튼 배열은 니콘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촬영화면을 확인하고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촬영하는 경우 필수적인 LCD는 둘 다 비슷한 모습이다. 크기는 캐논이 3.1인치 니콘이 3.2인치로 비슷하지만 실제 활용 면에서는 캐논이 앞선다.

니콘은 틸팅 방식으로 상하조절만 가능하지만 캐논은 스위블 방식의 액정을 사용해 최대 180회전으로 셀피 촬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브이로그(V-Log)나 1인 미디어의 용도를 위한 구매자라면 고민해봐도 좋겠다.

캐논 EOS R과 니콘 Z 6 측면 비교 (이미지=camerasize.com)

사실 이들 두 카메라는 지난해 말 출시된 최신 제품인만큼 어떤 용도로 촬영하든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래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캐논의 경우 그립부가 크고 단단한 느낌이어서 손이 큰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는 그립부가 작아 카메라를 쥐었을 때 새끼손가락이 허공에서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캐논은 다소 부피가 늘어나더라도 사용자의 촬영 중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니콘의 경우도 캐논과 비교해 작은 것일 뿐 넉넉한 그립부를 제공하고 있다.

니콘은 니콘만의 색을 여전히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리즈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렌즈 마운트 방향이다.

렌즈를 바꿔 끼우는 렌즈분리형 카메라들은 어느 방향으로 렌즈를 돌려 끼우냐는 것에도 사용자에 따라서는 민감할 수 있다. 캐논과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의 대부분의 카메라 제조사는 렌즈 분리 버튼을 누른 후 시계 방향으로 돌려 렌즈를 분리하고 끼울 때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니콘은 이와 반대 방식으로 새로 채택한 Z 마운트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타사 제품을 쓰던 사용자라면 적응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캐논은 가장 일반적인 SD 카드를 저장장치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미 DSLR부터 저장장치를 차별화한 니콘은 DSLR에 사용하던 XQD를 채택하고 있다.

처음 XQD를 니콘이 채택할 때만 하더라도 저장 속도 면에서 상당한 장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SD카드의 속도 역시 빨라지면서 차이를 찾기 힘들다. 때문에 Z시리즈는 SD카드로 저장장치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D850에서 사용하던 방식이 배터리까지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생긴다.

XQD는 별도의 어댑터를 사용해야만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의 불편이 있고 저장장치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캐논 EOS R과 니콘 Z 6 상단 비교 (이미지=camerasize.com)

두 제품의 상단 모습은 매우 비슷하다. 둘 다 흑백 액정을 갖고 있으며 설정값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다. 스트로보를 장착할 수 있는 핫슈가 각 사의 로고가 적혀 있는 상단에 장착돼 있다.

앞서 뒷면의 버튼에서도 보았듯 캐논은 작은 바디에 많은 하드웨어 버튼을 넣는 대신 심플하게 처리하며 정리한 느낌이다. 니콘의 경우 가능한 한 DSLR을 쓰던 이용자들이 새로운 학습 없이 기존의 조작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EOS R과 Z 6 두 제품은 기술력의 차이라기보다는 EOS R과 Z 6의 철학 차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유사한 두 제품이 있을 때 여러가지 면을 살펴보지만 닮은 점과 작은 차이를 확인하고 나면 제각각 장점과 단점만 남는다.

우선 전용 렌즈의 경우 캐논은 4종, 니콘은 3종이 발표됐다. 바디는 작아졌지만 상대적으로 렌즈 크기는 크다. 따라서 구입을 고려 중이라면 반드시 실물을 보고 구입할 것을 권한다. 캐논과 니콘은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캐논의 장점은 판매량 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서기에 관련 악세사리도 많고 중고 거래면에서도 유리하다. 또 저렴한 EF 렌즈를 연결해 쓸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브이로그를 비롯해 셀카를 즐겨 찍는 사람이라면 스위블형 LCD가 사용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이다.

니콘 Z 6는 캐논에 없는 5축 손떨림 방지가 탑재 됐다. 바디 내장방식의 이미지 안정화 구조(IBIS, in-built image stabilisation)는 렌즈에만 내장된 손떨림 방지를 사용하는 캐논에 비해 확실한 장점을 가진다. 또 니콘측은 초보 사용자를 위한 Z 6의 별도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무거운 DSLR에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거나 봄맞이 새 카메라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제 대세를 따라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세상으로 뛰어드는 것도 도전해야봐야 할 때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과 Z 6는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 성능을 따졌을 때 막상막하의 비교가 불가한 제품이다. 뛰어난 색감으로 인물 사진에 치중하거나 빠른 포커스를 원한다면 캐논을 추천한다. 하지만 빛이 부족하거나 야간 촬영이 많다면 높은 ISO를 지원하는 니콘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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