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설립자 렌 젱페이(Ren Zhengfei)의 공식 사진과 자서전 표지 (이미지=화웨이)
화웨이 설립자 렌 젱페이(Ren Zhengfei)의 공식 사진과 자서전 표지 (이미지=화웨이)

[뉴시안=박성호 기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문구는 어려움에 부딪힌 개인에게 유용한 조언이지만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적극적으로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화웨이의 상황이 그렇다.

미국과 중국간의 통상분쟁으로 시작된 대치는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의 도입을 둘러싸고 정점을 찍었다. 미국 정보기관은 통신의 근간이 되는 기자재에서 정보 유출이 일어나게 되면 미국내 모든 정보가 중국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정사실화 하여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화웨이 설립자인 렌 젱페이(Ren Zhengfei)는 몇년간의 칩거를 깨고 대중 앞에 나서서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독일 매체인 디벨트(Die Welt)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플랜B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CEO 리차드 유 (사진=화웨이)
화웨이 CEO 리차드 유 (사진=화웨이)

최근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는 화웨이 CEO인 리차드 유(Ricahrd Yu)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매체 다이웰트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의 지적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넌센스이다. 화웨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관한 매우 높은 안전 표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인 이유일 뿐 화웨이의 기술에는 네트워크 안전을 위협할 백도어(뒷문)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제재가 현재 수준에서 진행된다면 화웨이는 정치적인 논쟁 대상일 뿐 직접적인 타격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판매금지 조치가 발생하거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또는 퀄컴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에 의존하는 회사들과는 달리 화웨이는 자체 생산한 칩셋과 모뎀을 통해 하드웨어 문제는 이미 해결한 상태이다. 남은 것은 운영체제로 태블릿과 노트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화웨이는 극단적인 조치가 발생할 경우 자사의 운영체제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만약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를 채택할 경우 미국내 시장은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 및 아시아, 그리고 유럽의 경우 화웨이는 상당히 높은 지명도의 프리미엄 폰 생산업체로 인식되는 바, 당장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사의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것은 적합한 대책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개발중이라는 이야기는 3년전부터 직간접으로 공개된 바 있다. 또 스마트워치의 운영체제는 이미 지난해 부터 구글의 웨어 OS에서 자체 운영체제인 라이트(Lite)로 교체해서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안드로이드와 연동만 잘 이루어진다면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분야로 삼성전자 역시 자사의 운영체제 타이젠(Tizen)을 탑재해 사용중이다.

미국의 공세가 이어질 때를 대비해 준비에 들어섰다고 밝히면서도 유 CEO는 "우리의 플랜B가 가동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어느 쪽이든 모든 유형의 금지가 발생하는 것은 화웨이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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