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7.9인치 아이패드 미니 신형 발표(이미지=애플) 

[뉴시안=최성욱 기자] “역시 애플이다.”

대중은 ‘혁신의 대명사’로 애플을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애플만큼 철저하게 수익을 잘 챙기는 기업도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19일 새벽 (우리시간) 공개된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는 ‘저가 태블릿 시장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며 수익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저할 것은 없다’는 애플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애플은 고가 정책을 적용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으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했다. 200만원대에 육박하는 스마트폰과 150만원을 훌쩍 넘는 태블릿의 성능과 디자인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가격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애플 제품을 가지고 오면 가격을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 제품 가격을 빼더라고 워낙 가격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은 기존의 금형과 익숙한 부품들을 중심으로 화면을 보강한 낡은 디자인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다시 사용자를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패드 미니는 무려 40개월만에 신제품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흐리고 어두운 화면이지만 재킷 안주머니에 들어가는 7.9인치의 크기 때문에 여전히 아이패드 미니를 갖고 있던 사용자라면 1세대 애플 펜슬까지 지원한다는 소식에 서둘러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기존 아이패드 미니와 비교하여 3배나 빠른 속도라고 기능을 설명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49만 9000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그리고 애플 펜슬의 지원이다. 애플 진영은 초고가인 아이패드 프로 제품군을 제외하면 펜을 지원하는 제품이 없다. 갤럭시 노트를 비롯하여 갤럭시 탭S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의 제품은 펜을 사용하여 입력하는 상품이 여러종 갖춰져 있다.

이때문에 애플 커뮤니티에서는 2세대가 등장하며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1세대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상품을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애플은 이에 화답하듯 애플 아이패드 에어과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으며 사용자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애플의 아이패드 라인은 이제 크기와 성능면에서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이미지=애플)

돌아보면 비슷한 일은 이미 아이폰 SE로 경험한 바 있다.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디자인이 달라지고 크기도 커진 아이폰이 등장하며 기존 제품에 성능만 높인 제품을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이에 애플은 아이폰SE를 출시하며 당시 주력기종이던 아이폰 6와 거의 같은 성능임을 자랑했다. 단 한가지 문제는 화면의 질이었다. 아이폰SE는 예전에 사용하던 화면 그대로를 사용하다보니 화질면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이번 신형 아이패드는 아이폰SE처럼 과거 부품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택하면서도 메인 칩셋의 질은 1년전 제품으로 차별화하되 화면의 성능은 끌어올리고 1세대 애플 펜슬을 지원하여 최소한의 수정으로 가격은 유지하면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대중화된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미 고가의 신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대중적인 실속형 제품을 출시한다면 기존 매출의 저해를 가져오는 '팀 킬(Team Kill)'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게 기본이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의도적으로 기능 제한을 걸거나 차별화를 위해 수정을 가하는 경우 금방 사용자들이 알아채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애플의 전략은 치밀하고 용의주도하다. 기존의 초고가형 아이패드를 구입한 사용자들은 세련된 베젤리스 디자인에 마그네틱으로 휴대성을 높인 애플 펜슬2를 만족하며 사용할 것이다. 또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아이패드와 펜슬은 사용하고픈 사용자들은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에어의 두가지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며 가격부담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를 반길 수 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점점 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폴더블폰이 대중화된다면 더더욱 위태로운 상황이다. 반면 아이패드는 경쟁 목표를 PC로 삼으면서 폰과 차별화는 물론 야금야금 PC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제 가성비를 높인 제품이 나왔고 이들은 이미 충분한 대기수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판매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의 애플이지만 필요하다면 과거 부품으로 수익집중으로 전환하는 애플의 자세는 배울 점이 있다. 이벤트를 열어 실속형 신제품을 자랑해서 기존 구매자의 심기를 다소나마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을 피해간 전략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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