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를 통해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애플 에어팟2 (이미지=애플 홈페이지 화면캡쳐)
케이스를 통해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애플 에어팟2 (이미지=애플 홈페이지 화면캡쳐)

[뉴시안=최성욱 기자] 하루에 하나씩 벌써 사흘째다. 애플은 19일 신형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를 공개한데 이어 20일과 21일 연이어 신형 아이맥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2'를 발표했다.

에어팟2는 그동안 알려졌던 사양 그대로다. 업계 표준 치(Qi) 무선충전방식을 지원하며 디자인은 기존과 완전히 같다. 가격은 기존 제품이 22만원대에 판매되는 것을 3만원 낮춰 19만원대에 그대로 판매하며,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신제품은 24만원대이다. 한편 기존 사용자들이 무선 충전을 원할 경우 새로운 충전케이스만 구입할 수도 있게 별도 판매를 진행한다.

내부적으로는 많이 달라졌다. 탑재되는 칩을 W1에서 H1으로 교체하여 두번 두드려서 음성비서를 불러내는 대신 '시리야'라는 음성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은 손으로 직접 에어팟을 터치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칩셋이 교체되면서 장비와 장비간의 연결전환 및 기본 응답속도 역시 빨라졌다.

에어팟은 애플 제품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연결방식부터 차이를 두었다.

다른 제품들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하는 페어링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에어팟은 '계정 등록'방식을 사용한다. 때문에 훨씬 더 사용의 유용성을 높일 수 있다.

애플 에어팟과 아이폰의 연결화면 (이미지=애플 홈페이지 화면 캡쳐)
애플 에어팟과 아이폰의 연결화면 (이미지=애플 홈페이지 화면 캡쳐)

예를 들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쓰는 사용자가 에어팟2를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한번 아이폰과 연결시켜 놓는 것만으로 에어팟은 아이폰에 등록된 사용자의 제품으로 인식한다. 폰을 사무실 책상에 두고 아이패드만 갖고 회의실에서 미팅을 진행한다면 에어팟은 자동으로 아이패드에 연결된다. 만약 폰과 패드를 모두 놓아두고 조깅을 하러 거리로 나섰다면 에어팟은 알아서 애플워치로 연결된다.

기존 장비와 연결을 해제하고 다른 장비와 연결하기 위해 설정에서 블루투스 메뉴를 열어 페어링된 에어팟2를 연결시키는 과정은 전혀 필요치 않다. 영상 편집 목적으로, 혹은 음악 창작 작업등의 용도로 애플의 컴퓨터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인구가 국내에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맥북이나 아이맥을 쓰는 사용자라면 애플의 휴대용 장치와 동일하게 컴퓨터에 자동으로 연결돼 사용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에어팟은 기계 대 기계 연결 방식을 통한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제품군과는 작동방식이 다르며 기계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 구성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은 제품이다. 실제로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전동칫솔모처럼 생긴 에어팟의 디자인을 비롯해 형편없는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보란듯이 이겨내고 사실상 단일제품으로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제품이 되었다.

이번 에어팟2도 예상보다 낮은 가격과 성능 보강으로 구입을 미뤄왔던 사용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리 제품을 써 본 더버지, 엔가젯 등의 해외 언론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늘어난 사용시간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 주가 흐름 (그래프=구글 주식정보) 

주목해야 할 변화 한가지는 애플의 신제품 공개 전략이다.

애플은 매년 가을 발표하는 아이폰 공개외에 봄에 신제품 하드웨어를 공개하고 여름 WWDC를 통해 개발자들 대상으로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공개하곤 했다. 이렇듯 봄·가을 하드웨어 공개는 애플 사옥에서 기자들과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CEO가 직접 나와 설명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하루에 하나씩, 서로 다른 제품군을 사흘 연속 공개하는 전략은 주가관리에도 좋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기업이든 혁신적인 제품이거나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한 제품을 내놓으면 주가를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일반인들이라면 신제품이 수익을 올릴텐데 왜 주가하락이냐고 궁금해 할 것이다. 주식은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나면 '이제 새로운 다음 제품이 나올 때 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뛰기는 힘들겠다'는 기대심리를 반영한다.

실제로 신제품 출시 기대감이 나오면 주가는 이미 반영돼 있다. 그런데 이번 제품을 발표한 후 애플의 주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신제품 출시가 있었늦지 주가 흐름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실속형 제품을 발표하면서 큰 비용을 들여 발표회를 진행한 것도 아니고, 온라인으로 차분하게 하나씩 사흘 연속 공개하면서 사용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긍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고가 정책으로 아이폰 신제품을 발표하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애플이 올해는 초반부터 질주하는 양상이다.

애플이 무언가를 진행하면 이를 빠르게 쫓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기업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많은 투자끝에 제품을 출시하고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과연 이같이 신제품을 조용히 발표를 할 기업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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