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X 슈퍼 8 필름과 슈퍼 에이트 맥주(사진=코닥 제공)

[뉴시안=정윤희 기자] 최근 IT 분야의 핫코드는 '비디오(영상)'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비디오그래퍼가 돼 유튜브를 중심으로 보고 찍고 나누는 일이 일상이 됐고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일도 보편화됐다.

또 스마트폰과 함께 영상을 위한 장비나 도구도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조금 앞서 가는 비디오그래퍼들은 색다른 기법과 영상 효과로 수준급의 영상물을 만들어 자신의 개성을 뽐내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이런 흐름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풀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맥주 회사 '도그피쉬 헤드'와 필름 회사 '코닥'이 협업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미국 델라웨어 주에 기반을 둔 마이크로 브루어리 '도그피쉬 헤드'가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아날로그 맥주로, 코닥 슈퍼 8 필름의 현상액 역할을 하는 '슈퍼 에이트(Super Eight)'을 개발한 것이다.

첫 출발점은 도그피쉬 헤드의 CEO 샘 칼라지오네(Sam Calagione)가 코닥의 팟캐스트 코닥커리에 출연해 맥주의 산도와 필름 이야기가 오가면서 시작됐다.

몇몇의 용감한 사진작가들이 맥주로 필름을 현상했던 실험까지 알게 된 그는 아예 코닥에서 제조하는 TRI-X 슈퍼 8 필름을 현상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해당필름에 최적화된 맥주의 산도와 비타민C 수치를 조합해 급기야 '슈퍼 에이트' 맥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코닥의 대명사로도 알려진 '슈퍼 8'은 1960년대 영상의 주류를 이룬 8mm 영상을 촬영하는 필름이다. 총 모양의 카메라에 이 필름 카트리지를 넣어 촬영하는 방식으로 쉽고 간편해 누구나찍을 수 있어 그 당시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캠코더였다.

또 수많은 영화감독들의 데뷔 영화 제작시 많이 쓰여 향수가 꽤 짙은 장비이기도 하다. 서서히 디지털의 힘에 밀려 거의 사라졌고 빈티지 라는 이름으로 벼룩시장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였다가 최근 뉴트로의 힘으로 23년만에 부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코닥 TRI-X 슈퍼 8 필름으로 촬영해 맥주로 현상한 영상 컷(사진=코닥 제공)
도그피쉬 헤드의 CEO 샘 칼라지오네 (사진=코닥 제공)

'슈퍼 에이트' 맥주는 슈퍼 8 필름으로 촬영을 한 후 현상 과정에서 쓰여져, 필름 이름과 동일하게 이름붙여졌다. 또 붉은 퀴노아·배·블랙베리·산딸기·망고·하와이 소금 등 총 8가지의 슈퍼 재료로 만들었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올 여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슈퍼 8 필름으로 촬영한 후 맥주로 현상한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어 가을에는 비영리조직 '네이처 컨비어티'와 제휴해 개봉할 예정이다. '슈퍼 에이트' 맥주는 4월에 출시 예정이다.

영상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빈티지의 향수가 가득한 8mm 필름톤도 매력있지만 맥주에 담궈 제작하는 방식 또한 참신해 보인다. 다양한 처리 과정와 끊임없이 반복된 실험 과정 또한 꽤 의미있는 작업으로 기억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무한 반복되는 아날로그 감성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 '슈퍼 에이트' 맥주는 분명 많은 비디오그래퍼와 뉴트로 세대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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