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홀 카메라 '솔라캔(Solarcan)' (사진=솔라캔)

[뉴시안=이민정 기자] 영국 버밍햄에서 16일부터 열렸던 사진 박람회 '2019 더 포토그래피 쇼'에서 사람들의 사로잡은 이색 제품이 등장했다. 첨단의 디지털 카메라와 영상 장비 속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진열된 제품은 다름아닌 음료수캔이었다. 이 캔의 정체는 바로 '솔라캔(Solarcan)'이라는 이름의 카메라다.

캐나다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삭스(David Sax)'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에도 언급됐듯이 문화·경제·교육·심리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아날로그 열풍은 향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기한 즐거움의 연장선이다. 결국 디지털이라는 카테고리는 아날로그에 뿌리를 두고 기술적으로 성장한 열매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같은 계보를 지닌 셈이다.

현재도 종이책과 전자책, 레코드판과 MP3, 손글씨와 워드 등은 어느 한쪽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이좋은 공존을 하는 것이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솔라캔' 카메라는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제품이다. 전문 사진 작가 샘 콘웰(Sam Cornwell)이 직접 개발한 솔라캔은 2017년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받은 성공작으로 초광각의 태양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핀홀 카메라다.

장기간동안 촬영할 수 있도록 고정시킨 솔라캔 (사진=솔라캔)
장기간동안 촬영할 수 있도록 고정시킨 솔라캔 (사진=솔라캔)

핀홀 카메라는 카메라의 시발점이 된 형태로 네모난 박스에 작은 구멍을 뚫어 그 빛을 통과시켜 안쪽 필름에 노출되도록 만든 암실 상자다. 이 핀홀의 기본 원리를 응용해 일상에서 흔하게 보는 친숙한 캔 형태로 제작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440ml의 알루미늄캔 소재로 만들어진 이 캔은 안쪽에 5X7 사이즈의 고급 일포드 사진용지가 들어있다. 캔 중간 부분에 f/132의 조리개 값을 가진 바늘구멍이 탑재됐다. 

사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음료를 마시듯 캔 뚜껑을 따는 대신 찍고자 하는 태양의 동선을 고려하고 160도 화각만큼 시야가 넓게 확보되는 장소에 테이프나 플라스틱 끈을 사용해 고정한다. 그런 후 바늘구멍에 붙어있는 검은 테이프를 제거하면 된다.

솔라캔으로 촬영한 사진 결과물 (사진=솔라캔)
솔라캔으로 촬영한 사진 결과물 (사진=솔라캔)

엄청 작은 사이즈의 구멍이므로 빛을 아주 오랫동안 받아들여야 하므로 수 개월 동안 같은 상태로 두면 된다. 그리고 촬영이 모두 끝나면 캔따개를 활용해 뚜껑을 완전히 제거하고 인화지를 꺼내 스마트폰이나 스캐너를 이용해 스캔을 받으면 된다.

스캔 받은 결과물은 디지털 카메라처럼 또렷한 화질이 아니라 핀홀 톤의 사진이지만, 보정툴을 통해 효과를 넣는 것에 따라 사진의 느낌과 분위기가 완전히 색달라진다. 이를 사용한 작가들의 결과물은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각양각색의 태양 궤적 사진을 만들어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핀홀 스타일의 카메라는 DIY로 아이들 과학 수업이나 교육용으로 많이 쓰인다. 따라서 솔라캔 카메라는 호기심 많은 뉴트로 세대들의 놀이가 되기도 하지만 자녀와 함께 사진의 원리를 배워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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