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 26일 새벽 2시, 애플은 새로운 서비스 관련한 행사를 진행한다. 애플TV의 구독 서비스 관련으로 예상되는데 스티브 잡스 시절 그는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구독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며 일갈한 바 있다. IT업계의 1년은 다른 업계의 10년만큼이나 변화의 폭이 크다. 잡스 사후 그의 예측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이중 애플도 외면한 3가지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잡스 추모 사진 (이미지=애플 홈페이지 캡쳐)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잡스 추모 사진 (이미지=애플 홈페이지 캡쳐)

[뉴시안=최성욱 기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설립자로 흥망성쇠를 함께 한 인물이다.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아니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 부족함이 없었고 이 과정에서 그의 천재성은 유감없이 발산됐다. 수많은 작업을 통해 당시에는 파격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고 이는 지금까지 상당수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아이폰은 수많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뒤로 한채 여전히 혁신을 이끄는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으며 퍼포먼스에 관한 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스티브 잡스는 지금은 아이폰의 대중적인 성공을 계기로 전세계가 기억하는 인물이 됐지만 천재라고 해서 그의 예측이 모두 다 정확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잡스의 비젼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2011년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이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새로움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무엇보다 '폴더블폰'이 주력기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지만 애플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코멘트가 없다. 스티브 잡스 사후 달라진 소비자 환경으로 인해 천재의 예측이 달라진 세 가지를 짚어본다.

애플의 아이폰3GS 광고화면 (이미지=애플 광고영상 캡쳐)
애플의 아이폰3GS 광고화면 (이미지=애플 광고영상 캡쳐)

◆ 라인업을 줄여라…‘최고 치고 단순하지 않은 것은 없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특이한 이력을 가진 CEO이다.

매킨토시를 만들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았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곧 성공할 것이라며 자신하던 잡스는 주변에서 보기에는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었다. 게다가 잡스의 팀원들은 자신의 팀이 대단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으스대며 조직의 분위기를 해쳤다.

이로 인해 당시의 애플 이사회는 잡스를 축출하는 결정을 내렸다. 애플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지만 회사로서는 위험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갑게 받아들였다. 이후 애플은 잠시동안은 잘 유지됐지만 혁신을 만들던 주체를 제거하고 난 뒤에는 '현상유지' 밖에 답이 없었고 결국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라인업이었다.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 구입하는 특수한 컴퓨터가 된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던데다가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고 다양한 변형을 통해 제품 라인업만을 늘려 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소비자의 선택은 쉬워야 하며 자사 제품군에서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여겼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 복귀 후 제일 먼저 복잡한 제품 라인업을 정리했다. 또 어디에 놓여도 예쁘게 장식품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맥'을 선보였다. 

단순한 것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 치고 단순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철학에 공감한 스티브 잡스는 하나의 제품을 내놓고 가능하면 그 제품 하나에 올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어 기능을 먼저 구현한 후 디자인을 보강하는 스타일 대신, 디자인을 정한 후 여기에 기능을 채우는 식의 작업도 진행했다.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는 핵심전략의 중심이었다.

대화면에 펜까지 장착한 갤럭시 노트9 광고 이미지 (그래픽=삼성전자)
대화면에 펜까지 장착한 갤럭시 노트9 광고 이미지 (그래픽=삼성전자)

◆ 갤럭시 노트의 등장, 독설을 퍼붓는 잡스

삼성전자가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았을 때도 그는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없는 스마트폰은 시장성이 없다”며 대화면 폰을 거부했다. 아이폰이 등장한 후 사용자들은 아이폰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라인업을 늘리기보다는 심플하게 하나의 제품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고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잡스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노트를 시대착오적이며 사용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독설을 내뱉었다. 갤럭시노트는 잡스가 싫어한 두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하나는 대화면이고 다른 하나는 펜이었다.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을 때 시장을 지배한 스마트폰은 캐나다 림(RIM)의 '블랙베리(Blackberry)'였고 다른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를 채택한 스마트폰이었는데 특히나 윈도 스마트폰은 볼펜심처럼 가는 스타일러스(Stylus)로만 입력이 가능했다.

큰 화면은 한손에 쥐고 사용하기 힘들고 양손으로 잡고 써야 하는 상황이기에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잡스의 지론이었고 특히나 스타일러스는 구세대의 유물로 이제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4인치 대에 머물렀던 잡스의 아이폰 그 이상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반면 갤럭시노트는 보란듯이 삼성전자의 대표작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태블릿 전문업체 와콤과 기술제휴를 통해 평소에는 손가락으로 터치하다가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를 해야 할 경우에만 펜을 꺼내서 사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주효한 성공요인이었다. 게다가 손바닥이 화면에 닿더라도 이를 인식하지 않는 기능을 보강해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은 기능은 백미였다.

애플이 이를 모를리 없었지만 잡스가 살아 있는 동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화면 폰을 싫어했고 이를 회사의 방침으로 세운 것을 뒤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잡스 사망이후 애플은 아이폰 5에서 그의 유지를 이어받으며 가볍과 강력한 폰을 내놓았지만 이후에는 라인을 늘려서 기존의 아이폰보다 큰 아이폰 플러스를 선보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화면 아이폰 6플러스를 내놓았을 경우 반발할 이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아마도 그가 살아 있었다면 아이폰 6플러스 출시를 둘러 싸고 이사진과 대치를 했을 수도 있을 상황이다. 어쩌면 또 한번 회사를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애플은 이후 작은 크기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큰 화면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이로 인해 10주년 모델인 아이폰 X에는 노치(notch)를 넣어 화면의 일부를 포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현재 아이폰의 주력기종은 아이폰 Xs 맥스이다.

아이폰 Xs 크기는 77.4 x 157.5 x 7.7mm이며  무게는 208g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갤럭시 노트8의 크기는 76.4 x 161.9 x 8.8 mm로 세로가 길고 두께가 조금 두껍긴 하지만 무게는 201g으로 아이폰 Xs 맥스보다 가볍다.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뭐라고 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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