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 26일 새벽 2시, 애플은 새로운 서비스 관련한 행사를 진행한다. 애플TV의 구독 서비스 관련으로 예상되는데 스티브 잡스 시절 그는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구독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며 일갈한 바 있다. IT업계의 1년은 다른 업계의 10년만큼이나 변화의 폭이 크다. 잡스 사후 그의 예측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고, 이중 애플도 외면한 3가지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애플의 음악 서비스 아이튠스 (이미지=화면 캡쳐)

[뉴시안=최성욱 기자] 애플의 전설적인 CEO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아이폰은 대표적인 성공사례이지만 아이폰의 등장 이전에는 아이팟(iPod)이 있다.

아이팟은 2001년 매킨토시 전용 MP3플레이어로 등장했다. 우리가 월드컵의 열기로 휩싸였던 2002년 애플은 아이팟을 판촉하면서 새로운 음악 판매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냅스터(Napster)를 통한 불법 음원 다운로드는 전세계의 문제로 등장했고 저작권을 중시하던 전미음악협회는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청소년 4명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지 않은채 소비자를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었었으니 그게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애플은 이런 상황을 불법다운로더 탓이 아니라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탓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주류 서비스가 음악 구독(Subscribe)이였는데 회사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여럿 존재하면서 하나의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제한적인 노래만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회사가 문을 닫기라도 하면 이제까지 들었던 음악의 구독정보를 잃게 되고, 나중에 더 나은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옮겨가기 쉽지 않은 탓에 구독은 바람직하지 않은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특유의 혜안을 발휘해 음반을 사던 습관은 유지하되 처음부터 디지털로 나가자고 주장했다. 디지털 음반을 애플에서 구입하면 아이팟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날로그 LP나 CD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북릿(booklet)도 제공해 진짜 음반을 구매한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 애플, 음원당 99센트 판매

스티브 잡스는 이 모든 것을 업계의 잘못으로 규정하고 세상을 향해 ‘당신들은 틀렸다’ 라고 외쳤다.

정상적인 상품 구매시장, 불편없이 다운로드 받고 편하게 MP3에서 재생할 수 있게 만든다면 사람들은 정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미 음반협회에서 불법 다운로더로 고발당한 청소년들을 애플 아이튠스 스토어 모델로 채택하며 화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한곡에 99센트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음원 판매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소식은 뉴스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고 마돈나(Madonna)와 유튜(U2)의 보노는 적극적으로 애플을 옹호하고 나섰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음원을 판매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어린 고객을 고발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어린 시절 LP를 소장하며 카세트 테이프에서 CD로 바뀌던 그 시절, 잡스는 음원 구독 서비스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면서 애플의 음원판매 서비스가 시장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아이튠스는 음악을 재생하는 프로그램인 구매가 가능한 플랫폼이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족 아이디를 만들어서 부모가 자녀에게 음반 구매비용을 등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했고 한달에 일정 금액만 살 수 있는 합리적인 제약도 지원했다. 신보가 발매될 경우 미리 예약을 받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은 혁신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동시에 각종 통계를 재생하는 도구도 제공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즐겨찾기로 등록하는 것은 물론 PC와 MP3플레이어에서 재생된 재생횟수를 자동으로 정리해서 '많이 재생된 곡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거나 '최근 추가된 노래 모음'식으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키웠다. 

애플의 음악 구독 서비스 애플뮤직 (이미지=애플 화면 캡쳐)

◆ 애플, 자체 구독서비스 애플 뮤직 열어

애플의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는 처음에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사용자들도 미국 계정을 열고 편법으로 미국에서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를 등록하거나 선불카드를 구매하는 식으로 편하게 음원을 구입했다.

뮤지션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정상급 가수와 인디 뮤지션이 동일하게 수익을 배분하게 됐다. 이를 통해 알려진 가수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음반업계의 참여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한곡에 99센트이던 음원 가격이 1달러 29센트로 오르고, 앨범 자체가 9달러 99센트이던 분위기도 15달러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스포티파이(Spotify)가 주목을 받았다.

2006년 시작된 스포티파이는 음원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8년 부터는 스트리밍을 통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전체 이용자는 3억명에 육박하며 65개국에 진출했다. 국내에는 아직 서비스되고 있지 않지만, 수많은 기기가 스포티파이를 지원하며 세계적으로는 사실상의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비슷한 판도라(Pandora)나 아마존 뮤직 등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반업계는 또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예전과는 달리 음반업계가 거의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대로 서비스를 하는가' 만이 중요해졌다. 시대가 바뀌면서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들이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개별 음원 구매 서비스를 낡은 시스템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결국 애플은 2015년 애플 뮤직 서비스를 서비스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음원을 판매도 하고 있지만 개별 음원판매는 음악을 소장하고 싶은 사용자들의 낡은 습관처럼 보이게 만들며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애플 뮤직을 즐기고 있다.

◆ 애플, 구독 서비스를 영화, 게임으로 확대할 듯

티엔 추오(Tzuo) 주오라 창업자는 "소비자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각이 소유 대신 접근으로, 물건이 아닌 경험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티엔 추오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으로 구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구독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하고 있다.

구매해야만 쓸 수 있던 자동차 구매도 미국에서는 렌탈로 바뀐지 오래이다. 이제는 렌탈을 넘어서서 한달에 일정한 금액만 내면 3~4종의 자동차 중에서 선택 가능한 구독 시스템까지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판매하던 흐름을 바꿔 오피스 365로 매년 일정금액을 내면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수익을 회복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구독 서비스는 음악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예전 비디오 대여를 하듯 영화의 경우는 소장과 대여를 구분하여 서비스했지만 이제는 이런 모델 자체가 의미를 잃는 시점에 왔다고 해석 가능하다.

우리 시간 26일 새벽 2시에 발표되는 애플의 콘텐츠 이벤트는 음악에만 국한돼 있는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독 부진한 상품인 애플TV의 판촉을 위해 자체 콘텐츠의 공급 비율을 늘리면서 게임 등으로 구독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성공, 스포티파이의 약진에 자극을 받은 애플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 외에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기본 수익구조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당연한 방향이라고 보인다. 아쉬운 것은 딱 하나, 스티브 잡스의 예측이 빗나간 것 뿐이다.

키워드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