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의 DP 카메라 구조도 (이미지=시그마)

[뉴시안=이민정 기자] "좋은 센서를 만난다면 포베온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시그마가 이르면 내년초 포베온 센서가 아닌 APS-C센서 사용한 L마운트 풀프레임 카메라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카메라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그마가 해외 카메라 매체인 '렌즈팁(LensTip)'을 통해 "L 마운트의 APS-C 버전도 고려하고 있으며, 이 카메라의 경우 시그마에서는 최초로 포베온 센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렌즈팁(LensTip)'이 시그마의 카메라 라인에 대한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카즈토 야마키 (Kazuto Yamaki) 시그마 CEO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APS-C 센서를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카메라 전문가들을 놀래켰다.

현재는 성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는 풀프레임 렌즈가 적은데다 본체·렌즈 가격도 비싼 편이다. APS-C 센서가 장착된 L 마운트 카메라가 나온다면 보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대중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시그마는 자체 브랜드의 디지털 카메라와 다양한 렌즈를 생산하는 광학 전문 업체이다. 이제까지 자사가 개발한 이미지 센서인 '포베온(Foveon)'은 APS-C 보다 크기가 큰 APS-H, 51MP의 센서를 주로 사용해 왔다.

지난해 시그마는 파나소닉 및 라이카와 손잡고 'L 마운트 연합'이라는 새로운 풀프레임 카메라 규격의 연합을 형성했다. 기존의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 진영의 한 축을 이끌어 온 파나소닉이 풀프레임으로 갈아타면서 시그마의 카메라는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한 이들이 많았다.

포베온 센서 (사진=시그마)
포베온 센서 (사진=시그마)

실제 시그마는 첫번째 디지털 카메라부터 지금까지 오직 포베온(Foveon) 이미지 센서만을 채택한 카메라를 선보여왔다.

그동안 시그마 측은 기존의 다른 센서들과는 달리 월등히 뛰어난 이미지 품질을 제공해 준다며 포베온을 강조해 왔다. 포베온 센서는 세 장의 포토다이오드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서로 다른 깊이에서 RGB 컬러를 받아들인다. 바로 이 센서가 세계 유일의 '수직 색상 분리 기술'을 사용하는 센서이다.

시그마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의 품질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미 검증이 끝난 상태다. 독특한 색 표현과 날카로운 계조, 색감 등은 확실히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와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다만 상대적으로 느린 AF와 저장 속도가 떨어져 스포츠 모드에서는 촬영이 힘들고 액티브한 상황에서의 연사촬영은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장 한장 아날로그 사진을 찍듯 '느림의 미학'을 경험해야만 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시그마였기에 L 마운트 연합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새로운 카메라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시그마는 L 마운트 연합의 일원으로 내년 2020년에 포베온 센서가 장착된 60.9MP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베온를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인가"라는 렌즈팁의 질문에 대해서는 야마키 CEO는 "좋은 센서를 만난다면 포베온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른 유형의 센서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기에 아직은 계획이 없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늘어 놓아 궁금증을 더욱 더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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