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브이로그용 프리미엄 카메라 RX0 II (사진=정윤희 기자)

[뉴시안=최성욱 기자] 소니의 신제품 RX0 II를 접한 첫 느낌은 '작은 고추가 맵다'였다.

26일 세계 최초로 초소형 프리미엄 카메라 RX0 II를 공개한 소니코리아는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브이로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고급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면서 "무게와 부피 등의 이유로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을 위해 부담없는 크기,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프리미엄급 성능을 제공하고자 RX0의 후속기종 RX0 II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소니의 이미징 기술이 집약된 미니멀한 디자인은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독창성을 위한 한계에 도전한 결과 이같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1인치 센서를 탑재한 디지털 카메라를 기능적으로 축소시키지 않고서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을지 도전한 느낌이 더 강하다.

견고한 고강도 두랄루민 바디는 손으로 잡아보지 않고서도 단단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웬만한 액션캠보다 작은 초소형 크기에 프리미엄 카메라를 담은 기술력은 쉽게 다른 제조사가 따라오지 못할 부분이다. 뉴시안은 '브이로거라면 이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며 RX0 II를 일주일간 사용하며 평가해 볼 예정이다.

RX0 II 패키지의 구성품 (사진=정윤희 기자)

대양을 항해하던 배의 선장들은 항해기록을 의무적으로 남겼다. 일상의 기록인 일기(diary)와 구분해 항해일지(log book)라고 부르는 것이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비디오 로그(Vlog, video log), 브이로그로 대중화되고 있다.

개인의 일상을 시시콜콜 전하기도 하고 유용한 정보와 정치적 의견, 제품 리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인제작 영상물이 인터넷을 가득 메우다보니 자신의 영상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못지 않게 촬영 장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RX0 II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등장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RX0 II의 패키지는 카메라 단품과 슈팅그립이 포함된 2가지로 구성됐다.

극단적으로 작은 미니 카메라만 휴대하며 촬영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단품 패키지를, 그립으로 휴대성을 높이며 브이로그를 즐기려 한다면 슈팅그립 패키지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 패키지에는 2개의 배터리와 배터리 충전 케이스, 손목 스트랩과 충전 케이블, 충전 어댑터가 담겨 있다. 배터리 크기가 작고 사용시간이 짧은 것을 감안하여 추가 배터리와 충전 케이스까지 제공한 것은 다른 패키지에 비해 신경을 쓴 구성으로 보인다. 아울러 작은 크기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사용자라면 손목 스트랩을 끼워서 사용하면 활용성에 도움이 될 듯 하다.

본체 크기는 59.0 x 40.5 x 35mm이며 무게는 132g이다.

이 작은 크기에는 13.2 x 8.8mm의 엑스모어(Exmor) RS 15.3 메가픽셀의 CMOS센서가 탑재됐다. 흔히 말하는 1인치 센서로 이는 소니의 RX100과 RX10에 탑재된 동일한 센서이다. 일반적인 콤팩트 카메라 센서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약 4배 정도 크다. ISO는 최저 125에서 최대 12800, 확장 25600까지 지원한다.

렌즈 역시 뛰어나다. 물론 칼 자이즈의 테사(Tessar) T* 코팅 24mm f/4.0 광각 렌즈가 장착돼 촬영 결과물의 품질은 소니 RX시리즈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다. 최단 초점거리는 20cm이다. 

소니 RX0 II 전면 (사진=정윤희 기자)
소니 RX0 II 후면 (사진=정윤희 기자)
소니 RX0 II 측면 및 상하단 (사진=정윤희 기자)

RX0 II의 전면과 후면은 작은 카메라이지만 소니 특유의 키 배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계승했다.

전면의 렌즈부는 유리로 덮여 보호되고 있다. 방진 방수를 제공하다보니 촬영의 품질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후면은 액정 화면 주변으로 상하좌우 선택과 메뉴/취소 역할을 하는 6개의 버튼 배치돼 있다. 액정 왼쪽에는 외부 연결 포트가 마련돼 있는데 HDMI와 오디오 연결 케이블, USB 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본체 위쪽에는 전원과 셔터 버튼이 큼지막하게 있고, 하단에는 삼각대를 거치할 수 있는 금속 마운트가 있다. 한마디로 있을 것은 다 있으면서도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디자인이라고 하겠다. 

뒷면의 도어는 분리 가능하다. 마이크로SD를 장착하는 모습 (사진=정윤희 기자)
뒷면 도어 분리후 케이블 꼬임을 방지하는 가드를 장착한 모습 (사진=정윤희 기자)

저장매체는 마이크로SD를 사용한다. 다만 4K 30p촬영 등 일반적인 용도로는 어느 제품을 사용하던 문제가 없지만 4K 60P 등을 사용하려 한다면 소니의 초고속 마이크로SD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는 속도에 따른 제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훨씬 더 큰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외부 입력 등을 허용하지 않은 소니 A시리즈 컴팩트 카메라와는 달리 마이크 입력 / 모니터 용도로 사용 가능한 3.5 mm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실 사용을 감안하여 많은 부분에 꼼꼼하게 챙긴 배려가 보인다.

RX0 II만을 사용하여 촬영하는 경우에는 별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미러리스나 DSLR의 상단 악세사리 슈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경우 케이블이 꼬이지 않도록 뒷면의 도어를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잃어버리기 좋게 생긴게 다소 부담이긴 하지만 케이블 거치를 위해 별도의 가드까지 제공한 것은 RX0 II에 대한 인상을 좋게 남기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RX0 II 배터리 수납 방식 및 전용 충전 케이스. 추가배터리가 기본 제공된다 (사진=정윤희 기자)

액정 오른쪽에는 배터리를 넣는 도어가 마련돼 있다. 뚜껑이 엉성하게 닫힐 경우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카메라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덜 닫힐 경우 노란색의 알림이 표시되는 잠금장치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터리 용량은 다소 아쉽다. 동영상 연속 촬영을 할 경우 약 60분, 실제 촬영시간은 약 35분정도로 짧은 편이다. 스틸 사진을 촬영할 경우 약 240장, 120분 정도 촬영 분량으로 스펙에는 적혀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별도의 배터리와 함께 전용 충전케이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낙 작은 크기로 제작됐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이 적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악세사리조차 별도로 고가에 판매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니의 오명은 적어도 RX0 II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보조 배터리에 연결해서도 충전 가능한 추가배터리와 전용 케이스는 환영받기 충분하다.

RX0 II의 장점 180도 플립 화면 (사진=정윤희 기자)
RX0 II의 플립 화면은 다양한 각도로 조절이 가능하다 (사진=정윤희 기자)

RX0 II의 플립화면은 180도까지 올라온다.

다시 말해 셀피를 촬영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용도이다. 작은 크기는 좋지만 촬영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힘들었던 전작과는 달리 플립 LCD를 탑재하여 브이로그를 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인 브이로거들의 장비는 스마트폰이 1위, 그 다음으로는 소형 경량이 장점인 미러리스 계열이 차지하고 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나 DSLR을 채택하여 사용하는 브이로거들도 제법 되지만 웬만한 체력없이는 3~5KG이 되는 무게를 한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기는 쉽지 않다.

브이로거들은 가장 적합한 크기는 액션캠 정도라고 말하지만 액션캠은 화각은 넓은 대신 화질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때문에 고화질로 브이로그를 제작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는 이들은 RX0 II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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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RX0 II와 함께 사용 가능한 브이로그 전용 그립 (사진=정윤희 기자) 
브이로그 전용 그립은 별도의 충전이 필요치 않으며 유선으로 연결한다 (사진=정윤희 기자) 

워낙 작은 크기이기에 한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를 활용하려면 셀카봉 등이 필요한데 소니측은 기존에 알파 시리즈와 액션캠에서 사용하던 그립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브이로그 그립은 한손안에 쏙 들어오는 10cm가 조금 넘는 손잡이 형태로 무게는 채 100그램이 안된다. 위 70도 아래 100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측면의 버튼을 통해 편리하게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RX0 II와의 연결은 유선으로 이루어지며 그립에는 포토와 무비 두개의 버튼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서 본체를 만지지 않고도 사진과 비디오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T W 버튼으로 RX0 II의 2배 줌을 사용해 줌 조절도 가능하다.

별도의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3등분된 손잡이 부분을 펼쳐 테이블 삼각대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현재 길이보다 조금만 더 길면 확실한 삼각대 대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만들 경우 93g이라는 무게도 늘어나고 길이도 커기면서 휴대성이 떨어질 수 있다. 때문에 현재 크기로 나온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다른 제품을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활용도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다만 영상과 사진을 넘나들며 사용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전용 그립이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전용그립을 장착한 RXo II의 모습 (사진=정윤희 기자)

RX0 II는 고급 기종으로 촬영한 듯한 품질은 유지하고 싶지만 휴대성은 높이고 싶은 브이로거의 현실을 반영해 출시한 제품이다.

전문 사진작가용으로 출시된 전작과 달리 대중성을 목표로 한 만큼 20여만원의 가격 인하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기에 시장 파급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초기 반응도 좋은 편이다. 휴대성과 화질 모두를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액션캠은 고프로 히어로 7이다. 적당한 가격대에 다양한 악세사리로 어떤 장소에서도 편리하게 촬영이 가능하다. 한계 역시 명확한데 실내나 야간 촬영시 화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지적된다.

이를 보완한 DJI의 오즈모 포켓은 크기와 휴대성을 모두 높인 제품으로 40만원대에 정식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무엇보다 짐벌과 카메라 자체가 결합된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로 투자할 악세사리가 거의 없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그렇지만 별도 마이크를 연결하려는 경우 전용 마이크 연결 단자가 필요하지만 세계적으로 원활하게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구입이 어렵다는 점이 불편 사항으로 지적된다. 또 좁은 화각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셀카봉 등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악세사리를 부착해야 하는 것 역시 단점이다.

기존에 판매되던 소니의 액션캠은 성능 자체는 나무랄데 없지만 와이파이 방식으로 연결하는 별매 LCD 화면과의 연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별도로 충전해야 하며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RX0 II의 시장 안착도 예측된다.

그렇지만 작아도 너무 작다는 장점은, 설정을 자주 변경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불편한 한계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마이크 등의 악세사리까지 추가로 구입하게 되면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게 되기에 저렴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비용이 부담되기도 한다.

브이로그도 좋지만 일반 촬영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미러리스나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된 160만원대의 풀프레임 미러리스까지 나온 상황에서 선뜻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소비자의 선택은 어떨까. 시장의 흐름을 지켜볼만한 재미있는 상품이 나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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