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브리핑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브리핑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최성욱 기자] 오늘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이 출범했다. 예정대로라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교체대상이었다.

과기정통부 장관 조동호 후보자는 외유성 출장과 아들의 호화 유학, 명확하지 않은 학술 단체가 주관하는 학회 참석 의혹 등으로 이 정부 들어 최초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유영민 현 장관은 한동안 자리를 더 유지할 듯 보인다.

유 장관은 부산 출신 IT전문 경영인으로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로 기업 임원 출신이 지명된 최초의 사례이다. 2016년 1월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에 이어 두번째 기업인 영입인사로 주목받았지만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 갑 출마후 낙선했다.

현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근무하며 큰 논란은 없었지만 지난해 말 청와대 김 모 특별감찰관(수사관)이 유영민 장관을 수시로 만나 과기정통부 5급 사무관 채용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와 관련 과기부는 "비위 문제 사전 예방을 위해 수사·감사 등 경험있는 전문가 채용을 공고했었다"고 밝히며 "이 공모에 김 수사관이 참여한것은 맞지만, 이후 청와대 에서 과기정통부를 감찰한 직원의 공모참여는 적절치않다는 지적에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관 역시 집무실에서 몇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해가 바뀌었지만 과기부는 아직도 이에 연연하는 듯 하다.

며칠전 과기부는 '5G 세계 최초 서비스 개시'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밤 11시, 원칙적으로는 이동전화 개통을 할 수 없는 저녁 시간에 과시성 행사를 열었다.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이는 따지고 보면 애초 정해진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생긴 해프닝이다.

세계 최초 5G 폰을 양산하여 3월 28일까지 공급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약속만 믿고 정부의 모든 스케줄이 맞춰졌다. 이 일정이 연기되면서 통신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기존에 마련한 마케팅 일정이 모두 뒤로 밀렸고, 4G폰을 5G로 업데이트하는 약정에 가입한 사용자들의 중고폰 유통가격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명확한 일정을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국가적 이벤트가 진행되었다는 것도 웃음거리이지만, 이후의 모습은 더 가관이었다. 버라이즌이 4월 15일부터 5G를 서비스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서둘러 출시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고 실제 공급일에 앞서 진행될 예정이라는 속보가 들려온 후에는 4월 3일로 날짜를 정해 한밤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실제 이날 가입된 사용자는 엑소와 김연아 등 몇몇이었고 일반 사용자는 5일부터 가입이 가능했다. 네트워크 안정화를 위해 출시 일정을 무기 연기한다는 소식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누가봐도 미국을 의식해서 벌어진 5G 세계 최초 서비스의 중심에는 유영민 장관이 있다.

그런데 오늘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통사에 통신요금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는 과기부발 기사가 나왔다.

8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코리아 5G 테크쇼'가 끝난 뒤 이통3사 대표들과 만나 "전화비, 인터넷은 보편적 통신 서비스다. (이통사의) 서비스 모델은 데이터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며 "통신요금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오후에는 정부과천청사에서  '혁신성장 실현을 위한 5G+ 전략'을 발표하며 또한번 "통신사들이 통신비용을 줄여주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이다.

SK텔레콤은 시장 지배사업자로 요금제를 신청하고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의 주체는 과기정통부이다. 과기정통부 산하의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는 요금의 적정성과 이용자 이익 저해 및 부당차별 여부를 점검한다. 장관의 말 대로 보편적 통신으로 요금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면 과기부가 나서면 될 일이다. 실제로 3월 초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는 SK텔레콤의 첫 5G 요금제 반려했다.

SK텔레콤은 7만원대 이상으로 5G 요금제를 설계해서 인가 신청을 했지만 데이터를 줄이더라도 3만원대에 가입할 수 있는 저가 요금제를 함께 선보이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결국 반려된 요금제는 수정을 통해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공식 입장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서비스 개시에 지장없도록, SK텔레콤이 이용약관을 수정해 다시 신청할 경우 관련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되돌이표처럼 다시 5G로 이야기가 돌아온다.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하면 '곧 퇴임할 장관이 자신의 임기에 맞춰 5G 개통을 서둔 것'으로 오해받기 충분한 상황이다. 정부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한다면 굳이 서둘 일도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5G 모뎀이 매출처를 찾지 못해 홍보가 필요했다면 이해될 수 있지만 애플의 요청도 거절해야 할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이역시 타당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업적을 위해 서둘러 요금제를 통과시킨 주무부처의 장관이 예상치 못한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새삼스레 요금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닌지 생뚱맞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이통요금 인하를 이제와서 언급하는 과기정통부 장관.

안 그래도 높은 요금에 고민하는 국민들은 외면한채 자신의 할 일을 유체이탈하듯 떠넘기며 말하는 그의 입이 새삼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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