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사진=한진그룹)

[뉴시안=조현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앞서 조 회장은 여론의 역풍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사내이사 연임을 고수하며 '책임경영'과 '아름다운 퇴진'을 희망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게됐다.

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8일 미국 현지에서 숙환과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가족들은 모두 LA 병원에서 조 회장의 임종으로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했다.

그동안 조 회장은 LA 남부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자택에서 칩거중이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2주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폐질환 수술 이후 회복을 거쳐 퇴원한 지 한달이 지난데다 오늘 6월 귀국을 앞두고 있어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는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조 회장이 그간 스트레스와 더불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 실패가 큰 상실감으로 작용해 건강상 악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봤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 문제와 관련해 조용히 명목상의 회장 직함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경영쇄신 방안 등을 내놓는 등 '표대결'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하지만 지난 달 27일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 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빌딩의 모습(제공=뉴시스)

조 회장이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진그룹의 새 총수가 누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먼저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17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문제 등이 변수로 작용해 승계 과정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경우 현재 조 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차녀 조현민 등이 보유한 지분은 각각 2.34%, 2.31%, 2.30%씩이다. 별 차이가 없는 가운데 조 사장이 근소하게 앞서 있다. 다만 조원태 사장이 이들 중 유일하게 한진칼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어 동일인에 지정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조 회장의 유가증권 가치는 약 3454억원 규모로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양호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다. 상속세는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납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에 대해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하며 고인을 기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한국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시자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조양호 회장께서 별세하신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家의 재판에도 줄줄이 차질이 생겼다. 274억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인의 수사는 추후 조 회장의 사망이 공식 확인 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의 피고인이 있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예정돼 있던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로 연기됐다. 내일 예정이던 이명희·조현아의 재판은 조 회장의 장례 절차 등의 이유로 5월2일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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