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송동 대림산업 종로사옥(사진=대림산업)
서울시 수송동 대림산업 종로사옥(사진=대림산업)

[뉴시안=정창규 기자]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유명한 대림산업이 회사 내 불만이나 저성과자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통해 자발적으로 퇴직을 유도하려 했다는 내부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까지 지적하고 있다.

10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올해 초 저성과자와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에게 어려운 임무를 부여하는 등 압박을 가해 자발적으로 퇴직시키자는 내용을 담아 '블레이머(Blamer·불만분자)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은 A, B, C 총 3가지 그룹으로 분류돼 타입에 따라 관리하도록 했다.

A그룹은 회사에 불만이 없지만 저성과자들이다. B그룹은 회사에 불만이 있으며 저성과자들이다. 이들은 퇴출 1순위 대상으로 표기됐다. 이들에게는 어려운 미션을 부여해 일일 업무보고와 강력한 피드백을 통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도록 적시했다.

C그룹은 저성과는 아니지만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다. 문건에서 이들은 개인 신상에 대한 불만보다는 회사 정책이나 시스템 등에 주로 불만을 가진자, 리더와 궁합이 맞지 않아 불만인 경우도 종종 발생, 열정적인 특성이 있고 의외로 아이디어가 많다는 등의 특징을 기록했다. 하지만 어려운 임무를 부여한 뒤 실패 시 퇴직을 유도하는 것을 고려하라는 것은 A, B그룹과 같다. 다만, 성공시 긍정적 인력으로 1~2개월 간 관찰을 통해 재기회를 부여한다고 적시했다.

문건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이 문건에서 보듯이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에게 인사불이익을 검토했다는 것은 드러나진 않았지만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니냐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러한 문건을 만든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면서 "비판적 입장을 적극 수용해 회사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오히려 불만자들을 감시하고 찍어내려고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이요, 폐쇄적인 오너 중심적인 회사로 퇴보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볼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는 존재 여부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문건 역시 정식 보고된 사안은 아닐뿐더러 실행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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