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랭귀지드롭스의 CTO 마크, CEO 대니얼, COO 드류 (사진=정윤희 기자) 

[뉴시안=최성욱 기자] 최근 발표한 구글의 이어폰 픽셀버드는 자동번역 기능을 제공한다. 앱을 실행시키면 모국어가 아닌 상대방의 언어를 듣고 번역, 기계음으로 합성해 이어폰을 통해 들려준다. 이를 듣고 모국어로 답하면 다시 외국어로 번역해 폰에서 텍스트로 바꿔 보여준다. 이 과정은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되기에 앞으로 몇년 후면 SF영화 속의 자동번역기를 현실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외국어를 배우지 않고도 세계 여행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외국어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해외에서 걸려온 바이어 전화 통화나 정말 보고싶은 외국 영화를 자막없이 보고 싶은 능력을 갖추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드롭스(Drops)’는 여러가지 면에서 독특한 외국어 교육앱이다.

이미지와 연상된 단어교육 방식은 심플하고 깔끔한 이미지와 단어간의 조화를 통해 출시 직후부터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4월 현재 32개 언어를 지원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출시 후 빠른 속도로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그 후 6개월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외국어 교육앱 사상 이렇게 빨리 성장한 앱이 없다고 할만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주목받은 드롭스는 2018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베스트 앱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국내를 찾은 드롭스의 랭귀지드롭스(languagedrops)의 경영진 - CEO(Chief Executive Officer), CTO(Chief Technology Officer), 그리고 CCO(Chief Customer Officer) 세 명을 직접 만나 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우선 세 분, 자기 소개 부탁한다
내 이름은 대니얼 파카스(Daniel Farkas, 사진 가운데) CEO이이고 왼쪽은 기술을 담당 마크 주로브스키(Mark. Szulyovszky) CTO, 오른쪽은 드류 뱅크스(Drew Banks) CCO이다.

◇ 드롭스라는 이름이 상당히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가

대니얼 CEO : 단어는 언어를 구성하는 작은 조각, 방울이라고 할 수 있다. 컵에 물방울을 계속 담다보면 나중에 마실 수 있는 것처럼 외국어 실력도 그렇게 모이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해 주면 좋겠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짧은 단어로 된 이름이 필수적인데 드롭스는 짧고 익숙한 단어라서 선정하게 된 것도 있다.

◇ 한국에서는 드롭스라면 사탕이 먼저 떠올려지는데 유럽에서는 어떤 이미지인지

드류 CCO: 사탕이라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외국어 공부는 지루하고 힘든데 이를 달콤하게 포장해서, 재미있게 만들어 도와준다는 것이니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드롭스는 카페인, 또는 감기약이 먼저 떠오르는 듯하다. (웃음)

회사가 처음 설립될 당시의 회의기록 등을 살펴보니 물방울, 빗방울, 사탕 등 드롭스와 관련된 모든 게슈탈트(gestalt, 각종 모양이나 형태 등을 정리해 놓는 방식)를 적어 놓은 마인드맵이 있더라. 이런 모든 것에 적용될 여지를 열어놓고 지은 이름으로 보시면 된다.

◇ 이미지로 단어 연상시키는 방법은 어떻게 떠올리게 된 건가

대니얼 CEO : 엄마가 아이들에게 처음 말을 가르칠 때 쓰는 방법이 뭘까. 사물을 가르치고 단어를 말하는 식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언어를 배웠고 드롭스는 그걸 앱으로 바꾼거다. 재미있게, 시각적으로 즐겁게, 그러면서 머리에도 각인되게 만들도록 노력했다.

이 같은 기억법 (mnemonic)은 선사 이후 계속된 방법이다. 우리 앱은 시각적으로 단어를 구성해서 이미지로 만들고 이를 연상시켜 기억하게 만들도록 돕는다. 번역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는 훌륭하다.

◇ 그래픽이 상당히 깔끔하다. 디자인은 어떻게 하나

마크 CTO : 처음 시작할 때는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디자인 상품을 구입해서 우리에게 맞게 변형하여 사용했다. 지금은 깔끔하게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6명으로 구성된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와 계약해서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브레인 트릭(Brain Trick)’ 기법을 사용해서 이미지 중심의 퀴즈 앱을 만들려고 했었다. 사물을 제외한, 그림자 혹은 형태의 일부만을 가지고 어떤 사물인지 짐작하는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건 심플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더라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 기본 철학은 드롭스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 단어로 언어의 기초는 배울 수 있을거 같은데 그 이상도 가능할까
드류 CCO : 교육적 이유와 현실적 이유 2가지가 있다. 문법을 가르치지 않아도 단어에 대한 자신이 늘고 여러개의 단어를 조합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으면 어떤 외국어라도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는데는 문제 없다.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문제이다. 드롭스는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앱이 되었다. 현재 32개 언어에서 지원 언어를 더 늘리고 더 많은 단어들을 추가하는 등의 내실화 작업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맥락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단어들을 익히면 훨씬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연구조사가 있다. 그렇게 확장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숙어, 몇개의 연속된 단어로 배우는 것도 좋은 방식이 될 듯 하다. 그렇지만 문법을 가르치는건 안하려고 한다. 짧은 단어 몇개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

드롭스에 추가된 케이팝 분야 단어 공부화면 (사진=정윤희 기자) 

◇ 꼭 필요한 필수 단어들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요즘 많이 쓰이는 단어 등도 필요하지 않나? 

대니얼 CEO :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많은 사용자들이 드롭스를 사용해 주고 있는 거 못지 않게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도 많다. 이분들께 기초 단어는 물론이고 범위를 넓혀선 요즘 단어도 제공하고 있다. K팝 카테고리에는'최애', '짱', '대박' 등의 요즘 많이 쓰이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어만의 정서가 담긴 단어들도 담겨 있다. '눈치', '한', '정' 등의 외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단어들도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외국인들 시각에서 배울 수 있게 설명해 놓았다.

◇ 콘텐츠는 누가 총괄하여 담당하나? 

대니얼 CEO : 인증받은 통역사들이 회사에 있다. 32개 언어의 단어를 검증하는 각 언어별 담당자들도 있다. 한국내에도 한국어를 담당하는 직원이 근무한다. 해당 언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연계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검증하고 그 결과들을 앱에 반영한다. 

이걸로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잘 만들어진 사용자 커뮤니티의 천만명 이상의 드롭스 앱 사용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 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 주고 있다.

◇ 아직 만 5년이 안되었으니 스타트업인데 회사 규모는 얼마나 되나?

드류 CCO : 드롭스는 앱을 내놓고 불과 한달만에 흑자로 전환된 보기 드문 앱이다. 수익도 상당하다. 첫해부터 제법 흑자를 기록했고 이듬해에 첫해 수익의 10배가 됐다. 그 다음해에는 10배 늘어난 수익의 또 10배로 늘었다. 여전히 현재도 빠르게 성장중이다. 

때문에 투자하겠다고 해외 유명 벤쳐캐피털이 직접 투자하겠다고 찾아오기도 했지만, 드롭스는 투자를 받지 않았다. 지금 하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려면 외부 투자가의 투자가 기업 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비용도 많이 필요치 않다.

◇ 본사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근무하나

대니얼 CEO : CEO와 CTO는 헝가리에서 CC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한다. 원격근무가 독특하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잘 되고 있으니 문제 없다. 모두들 각자 집에서 일한다. 심지어 홈오피스를 꾸미지 않은 직원도 있다. 그래도 자신의 일을 맡아서 열심히, 성과를 내고 있고 회사도 잘 돌아간다.

전체 직원은 현재 18명으로 회사 크기는 크게 키우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는 드롭스와 한중일 글쓰기를 배우는 앱 '스크립스(Scripts)'의 두 앱을 출시한 상태로 25명 정도까지는 늘려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CTO 마크, COO 드류 (사진=정윤희 기자) 

◇ 혹시 회사 성장속도가 너무 빨라서 두렵지는 않나

대니얼 CEO : 전혀 그렇지 않다. 중요한건 고객들이다. 앱 사용자들이 만족하면서 쓸 수 있게 되면 그걸로 만족한다. 예상보다 성장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분 좋은 쾌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경영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달성해야 할 목표 사용자수 같은 것도 없다. 앱 사용자와 함께 커가면서 부족한 부분들 채우고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가는 중이다. 우리의 보스는 주주나 투자자가 아니라 사용자들이다.

◇ 완전히 새로운… 그러니까 차세대 기업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놀랍다.

드류 CCO : 공감한다. 나는 다른 업체에서 일하다 은퇴했었다가 뒤늦게 참여했다 (드류는 파워포인트를 대신하는 프리젠테이션 앱으로 유명한 프레지 PREZI에서 근무했었다. 그는 프레지를 전세계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 편집자주).

앞서 말했듯 3년째가 되면서 초기 수입의 100배가 커졌는데도 여전히 회사소개서도 없고 홍보도 안하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와서 일 하다 보니 충분히 이해되더라.

회사 형태를 갖게 도움 주고 있지만 이곳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회사이다. 경쟁기업을 분석하고 이들을 곁눈질하며 따라가면서 매일 재무재표를 챙기면서 2차, 3차 투자를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사용자들이 지적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만을 고민한다.

랭귀지드롭스의 CEO 대니얼 (사진=정윤희 기자) 
랭귀지드롭스의 CEO 대니얼 파카스 (사진=정윤희 기자) 

◇ 현재 사용자 수는 얼마나 되나

대니얼 CEO : 현재 1200만 정도 된다.

매달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10배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는 미국내 사용자가 가장 많고 유럽, 아시아의 순이다. 그래서 아시아 지역을 직접 살펴보고 느낌을 반영하려고 한국 일본 등을 방문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 직접 한국을 찾아본 것이 앱 개발에도 반영될까?

대니얼 CEO : 당연하다. 어제 한글 박물관을 방문해봤다. 혀의 움직임을 반영한 과학적인 언어 한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접한 한국의 모습, 우리가 받는 영감 등을 앱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할 것이다. 


■ 인터뷰를 마치며

아름다운 도시가 많지만 유럽의 변방인 헝가리에서 시작된 앱이 첫해부터 수익을 올리더니 실리콘밸리의 마케터를 고용하며 벌써 5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이 거금을 싸들고 투자하게 해 달라고 해도 받지 않고, 고객만 보면서 갈 길 간다는 랭귀지드롭스는 2019년 스타트업 전문매체인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9위에 올랐다.

벤쳐캐피탈의 투자를 받고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 큰 돈을 벌게 되는게 사실이다. 때로는 아예 대기업에 인수될 것을 목표로 적자이지만 외형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많다.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로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도 이 과정에서 변질되기도 하고 초심을 잃기도 한다. 그래도 이 모든 희생은 기업공개로 주식부자가 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위험한 도박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은 우리 상황에 비추어보면 랭귀지드롭스의 경영진 인터뷰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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