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에 날이 갈수록 일명 ‘국뽕(국가+마약)’이 심해지고 있다. 영화를 비롯해 TV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유통산업에 이르기까지 어디 한군데도 빠지지 않고 난리다. 하지만 어설프게 애국 마케팅을 들먹였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실제 실력이 없는 기업과 상품은 국적을 불문하고 도태되거나 사라졌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긴세월 동안 한국 소비자의 안목과 식견은 이제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수준으로까지 향상됐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 긍정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기업들에게는 말초적인 자극수단 대신 현명한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정도(正道) 마케팅이 필요할 때다.<편집자 주>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GS25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시락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조현선 기자)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GS25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시락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조현선 기자] GS25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시락이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도시락 위에 부착된 독립운동가 스티커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소개 되면서 시작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이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국민이 지킨 역사, 국민이 이끌 나라’를 핵심 테마로 한 국가보훈처의 역사 알리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동참하면 시작됐다. 현재 GS25는 4월 한 달 동안 임시정부 수립에 주요 역할을 한 47명의 이름·공적을 적은 스티커를 도시락에 부착해 판매하고 있다.

앞서 GS리테일은 지난해 8월 한 달간 ‘독립운동가 기억하기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윤봉길, 유관순, 신채호 등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 100인의 이름과 활동내용이 적힌 스티커를 도시락에 부착해 판매 했다. 당시 캠페인으로 인해 매출은 40%이상 오르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성공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올해는 국가보훈처 경기남부보훈지청이 임시정부 국무위원급 이상을 기준으로 인물들을 선정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기준에 따라 명단에 포함됐다. 이때문에 GS리테일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과도하게 애국심을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평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분분하다. 이 전 대통령이 임시정부 대통령이였던건 맞지만 임시정부를 분열시키려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1925년 임시정부 대통령직에서도 탄핵된 바 있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전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맞지만 위임통치, 임시정부 재정의 독선적인 운영 등으로 임시정부가 혼란에 빠지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다. 또 1948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올라 ‘반민특위 해산’, ‘여순사건‘, ‘한국전쟁 당시 한강대교 폭파’, ‘보도 연맹 학살’,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 등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어 긴 독재정치로 인해 1960년 3·15부정선거로 4·19혁명이 발발하자 4월 26일 대통력직에서도 물러나며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국뽕(국가+마약)’ 논란에 휩싸였던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는 물론 예능, 유통 산업에 이르기까지 비일비재하다. 이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애국심을 자극하기 보다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춘 ‘조용한 애국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는 “일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다”며 “정부 자료라 의심없이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경우 내부 검토를 통해 논란을 사전에 피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언급했다.

GS25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승만 도시락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SNS캡쳐)
GS25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승만 도시락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SNS캡쳐)

올해는 임시정부 100주년 3·1운동 100년이 되는 해이다.

독립운동에 공헌한 기업 가운데 재계순위 상위 기업집단 중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가 GS그룹이다. GS그룹의 창업주인 '효주' 허만정 선생은 100여년 전 백산상회 설립해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후원금을 보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독립을 위해서는 민족 교육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진주여고를 설립하기도 했다.

GS리테일은 창업주의 정신을 계승해 전국 1만3500여 소매점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가보훈처의 역사 알리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중에 이번 이승만 도시락 사건이 터졌다. 일각에서는 GS25 편의점이 ‘독립운동가 도시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경솔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지난달 3.1운동 100주년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역사적 평가가 비교적 명백한 독립운동가들만 선정해 마케팅에 활용했다. CU 편의점은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이들의 독립운동가 13인'과 잊혀진 독립운동 사적지나 독립운동 유관순, 김구, 안창호, 안중근, 윤봉길 등을 선정해 CU의 인기 PB상품 패키지에 삽입했다.

또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에서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유관순 열사의 열정과 용기를 응원합니다'란 제목의 대국민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이마트24는 캠페인 기간 도시락과 이프레소 원두 커피컵, 하루e리터(500ml)에 태극문양을 붙여 판매했다. 하루e리터 판매액의 1%는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를 후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GF리테일과는 달리 GS리테일은 보훈처로 부터 받은 명단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이유는 막연히 선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며 “흔히 선한 일일수록 더 합리적인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은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독립운동가 인물 선정은 보훈처가 추천한 리스트에서 진행했을 뿐이며 자체적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GS리테일 측에서 내놓은 답변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보훈처 탓으로만 돌리기엔 임시정부 관련 독립운동가 중에서 얼마든지 선별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논란의 인물을 활용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GS그룹 창업주 허만정 선생의 독립을 향한 헌신이 무색하게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없이 진행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방향을 잃은 ‘국뽕’ 마케팅이 지나쳤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는 “잊혀진 역사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년전부터 부각된 애국심 마케팅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다문화가정 인구도 급격히 늘고 있고 국내거주 외국인수도 220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기업들은 방탄소년단 BTS의 신곡이 글로벌 차트 1위를 이룬 것에서 글로벌 성공 케이스를 배워야 한다”며 “말초적인 자극수단 대신 현명한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정도(正道)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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