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초기 화면 (화면캡쳐)
텀블러 초기 화면 (화면캡쳐)

[뉴시안=최성욱 기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세계적인 SNS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못지 않게 유명한 SNS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텀블러(Tumblr)'다. 최근 몇년간 순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작년말 알렉사 통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이트 68위에 올랐다.

텀블러의 인기는 성인물, 포르노이다.

전세계 성인 사용자들은 익명성을 기반으로 여과없이 성인 동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는 텀블러에 접속하기를 즐겼다. 문제는 미성년자들을 차단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국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http 차단을 하자 우회법이 등장했고 지금은 https 차단이 진행되며 VPN을 통하지 않으면 접속하지 못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유해정보 시정 요구 결과'를 분석하면 단일 사이트로는 텀블러가 수년간 1위를 차지했고 성행위 묘사, 성기 노출 등의 영상, 사진, 그래픽 등이 노출되어 물의를 빚었다. 

문제는 이렇게 '음란물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차단의지를 밝히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표현의 자유' 때문이었다.

OECD국가들 중 포르노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이렇듯 국내에는 성인물의 판매가 금지되어 왔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시작점처럼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상황은 작년 11월 달라졌다.

아동 포르노를 방치한다는 이유로 애플은 아이폰에서 텀블러 앱을 삭제했다. 포르노 업체의 앱도 해외에서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아동 포르노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으면 앱 삭제를 하겠다는 애플의 경고가 적용된 대형앱으로는 최초 사례로 기록되었다. 

한 달 뒤 텀블러는 항복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성인물을 걷어내고 '클린' 조치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사였다. 애플의 iOS 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한다는 사건은 광고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텀블러의 트래픽은 작년말 30% 감소했고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트래픽이 줄어들면서 UV도 6개월만에 2억명이 줄어들었다.

성인물에 대한 유통이 합법화되어 있는 미국이라도 아동 포르노를 규제할 방침이 확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텀블러는 그렇게 잊혀져 갔다.

텀블러의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돌변한 것은 기업 매각과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터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삼성 갤럭시S10 5G 판매에 나서는 '버라이즌'
미국에서 가장 먼저 삼성 갤럭시S10 5G 판매에 나서는 '버라이즌'

텀블러는 2007년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2013년 야후에 매각됐다.

이후 야후가 인터넷 관련 사업을 축소하면서 2017년 버라이즌 미디어(현재 오쓰 Oath로 회사명 변경)에 인수됐고 최근 변화를 겪으며 버라이즌은 텀블러 매각 의사를 밝혔다. 텀블러는 2013년 11억 달러에 야후로 매각되었고 2016년 기업가치는 2억 3000만 달러로 재평가된 바 있다.

2년만의 방출보도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공개되었고 이 소식에 가장 먼저 의사를 밝힌 곳은 '폰허브(PornHub)'이다.

폰허브는 세계 최대규모의 성인물 유통업체이다. 2007년 텀블러와 같은 해에 시작되었으며 캐나다에 위치한 비디오 호스팅 서비스이다. 단일 사이트로는 가장 많은 성일문을 제공하며 심지어 무료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차단된 사이트이기도 하다. 

버즈피드의 라이언 브로드릭(Ryan Brodrick)기자는 폰허브가 '무척 관심있다 (Extremely Interested)'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폰허브의 코리 프라이스(Corey Price) 부사장은 버즈피드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텀블러는 그들의 성적 개방성을 표현하고 탐색하며 성인물 엔터테인먼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었다며 "인수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클린 조치후 삭제된 콘텐츠의 복구 여부"라고 밝혔다. 

성인물을 걷어낸 SNS의 앞날이 흔들리는 가운데 성인물 업체가 이를 인수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1345달러로 12년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발표한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이지만 포르노 관련해서는 세계 흐름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텀블러를 둘러싼 변화는 이채롭기만 하다.

한편 작년 6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OECD 유일의 포르노 금지국가. 포르노를 볼 궐리를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지만 1천여명만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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