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회성(사진 왼쪽)과 4일 김회성의 끝내기 안타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윤준서 군이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김회성(사진 왼쪽)과 4일 김회성의 끝내기 안타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윤준서 군이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뉴시안=기영노 편집국장/스포츠 평론가]  1982년 3월27일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울(동대문)운동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이 열렸는데, 당시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는 꿈을, 젊은이에게는 정열을, 그리고 모든 국민의 선량한 여가 선용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을 내 걸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해 관중 143만 8768명을 동원 나름 연착륙에 성공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올해 프로야구는 구단 수(6개 구단에서 10개 구단) 뿐만 아니라 관중 동원 목표도 800만을 어 900만으로 6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젊은이 들은 야구 선수가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야구를 통해 정열을 불살랐고, 국민들은 퇴근 후 또는 주말에 프로야구를 보며 건전한 여가선용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과연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꿈을 심어 주었는가”는 늘 숙제 였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대전 한화 생명이글스 파크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 대 kt 위즈의 홈경기에서 한화가 kt위즈에 7-9로 지고 있던 9회 투아웃 만루에 나온 대타 김회성의 싹쓸이 3타점 끝내기 적시타를 보고 아버지 품에 안겨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 윤준서 군, 한화의 끝내기 역전 3타점 안타보고 눈물

그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방송이 전해진 뒤 한화의 연고지인 대전과 충청도 뿐 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4일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둔 순간 감격해 울고 있는 윤준서군의 모습(사진=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지난 4일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둔 순간 감격해 울고 있는 윤준서군의 모습(사진=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한화 이글스가 극적인 역전승을 올린 순간 눈물을 감추지 못한 소년이 과연 누구일까?

소년은 과연 한화 이글스가 역전승을 올린 순간 감격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린 것이 맞을까?

그 소년은 야구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요기 베라의 말을 실감하고 감격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연이 있어서 눈물을 흘린 것은 아닐까?

한화는 즉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이 어린이를 수소문했다. 그리고 어린이날 당일인 5일 오전 윤준서 군의 부모님이 구단에 연락을 취한 덕에 연락이 닿아 그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홈경기에 ‘눈물의 어린이 팬’이라 불리는 윤준서 군을 초청했다.

한화 구단은 끝내기 적시타의 주인공인 김회성 선수에게 윤준서군을 만나도록 주선을 했고, 김회성 선수는 경기 전 윤준서 군을 직접 만나 ‘사인 유니폼’과 구단 마스코트 인형 등을 전달했다.

김회성 선수와 뜻 깊은 만남 을 가진 윤준서 군은 “잊지 못할 어린이날 선물이 될 거 같다”고 화답했다.

한화 구단은 추후 윤준서 군에게 시구 기회를 줄 예정이다.

윤준서군은 프로야구로 인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앞으로 야구선수가 되는 꿈, 아니 앞으로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윤준서 군 뿐 만 아니라 보도를 통해서 그 사실을 전해들은 전국의 어린이들도 자신을 윤준서 군에 대입해서 나름 뿌듯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 어린이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프로야구

프로야구는 그동안 어린이들에게 좋은 꿈 보다는 나쁜 꿈을 꾸게 해 주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86년 10월22일 밤 9시45분경, 대구구장 인근에서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사태가 발생 했다. 그날 대구구장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가 경기를 갖고 있었는데, 원정팀 해태가 삼성을 6대5로 제압하자 1,3루 측 관중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먹던 빈병과 깡통 등 갖가지 오물을 경기장 안으로 집어던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통까지 날아들었다.

수천명의 관중들이 난동을 부리자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고, 급기야 원정팀 해태구단 버스 방화사태로 번졌고, 버스는 한 시간 동안 탄 뒤에 전소되는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사태가 발생 했다.

5공 때는 프로야구 감독이 야구장에서 수갑을 차는 세계 스포츠 사상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가 발생 했다.

1983년 6월1일 삼미 수퍼스타즈 김진영 감독이 MBC 청룡과의 경기에서 주심(김동앙)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5분여 동안 항의를 했다.

이를 본 이기역 심판위원장이 빨리 경기를 속행 할 것을 권유하자, 김 감독이 화를 참지 못하고 발길질을 했지만, 김 감독의 스파이크 징이 그물에 걸리는 바람에 이 기역 심판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뒤로 벌렁 나자빠지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했다.

경기는 결국 삼미가 MBC에게 2대1로 졌기 때문에 김 감독으로서는 경기에도 패하고 스타일만 구기게 된 셈이다.

◆ 김진영 감독 야구장에서 수갑 차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삼미 수퍼스타즈 대 롯데 자이언츠 전 직후 김 감독이 현장에서 경찰에 전격적으로 체포 된 것이다.

당시 서울지법 동부지원 김시수 부장판사가 박종열 검사가 요구로 발부한 구속영장에는 “많은 관중 앞에서 욕설과 폭행을 하는 장면이 TV로 중계돼 청소년과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고 적혀있었다.

만약 TV로 중계가 되지 않고,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시청하지 않았었다면 김 감독이 경기장에서 수갑을 차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 감독은 구속된 지 10일 만에 약식기소가 돼 벌금 100만원을 물고 석방 됐다.

김 감독이 경기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잘 못된 일이지만, 그런 일로 감독에게 수갑을 채운다는 것은 서슬이 퍼런 5공 때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1999년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 대 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삼성 팬이 롯데 펠릭스 호세 선수에게 물병을 투척해 급소를 맞추었고, 화가 난 호세가 관중석을 향해 배트를 집어던진 사건은 그야말로 어린이 팬들에게 ‘야구는 양아치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잘 못된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 이승엽의 56호 홈런과 잠자리채 긍정적

2003년 가을, 야구장에는 때 아닌 잠자리채 바람이 불었다.

이승엽 때문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1999년에 자신이 세운 한 시즌 54개의 홈런 신기록을 넘어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세운 55개의 홈런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승엽의 홈런 행진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모았었다. 삼성이 경기를 치르는 구장마다 잠자리채를 든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내야석보다 홈런 볼을 잡을 수 있는 외야석 입장권이 먼저 동이 나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결국 시즌 56호 홈런 볼은 당시 삼성 구단의 협력업체 직원이 잡아 구단에 전달했다. 삼성 구단은 그 직원에게 금 56돈을 선물했다.

이승엽으로 인한 전국적인 잠자리채 행진은 어린이들에게 홈런, 아시아신기록 그리고 홈런 공을 잡을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매우 긍정적인 이벤트 였다.

이제 한화 이글스 팬인 윤준서 군은 홈구장에서 기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 선수들도 윤준서 군 같은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어린 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꿈’을 심어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같이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과의 아름다운 소통이 한화 이글스 팀 뿐 만 아니라 10개 구단 모두에게 스며들면 잠시 야구장을 떠났던 팬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올해 야구팬들은 지난 시즌에 비해 약 5퍼센트 줄었다. 반면 축구팬들이 오히려 60퍼센트 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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