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H 체리폰 임재실 이사 (사진=최성욱 기자)
3KH 체리폰 임재실 이사 (사진=최성욱 기자)

[뉴시안=최성욱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투 톱이 버티고 있는 국내 휴대전화시장은 '해외폰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돌아보면 HTC,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 브랜드 제품도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해서 제품을 유통해 왔지만 이동통신사 중심의 독특한 구조를 덕택에 기를 펴지 못했다. 해외시장은 제조사 중심의 시장으로 다년간 운영되어 왔지만 노키아의 몰락이후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사실상 완전경쟁으로 전환, 이통사와 제조사 모두 소비자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이통사 중심으로 정책 및 시장이 운영되고 있고 기형적인 보조금 체제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필요한 기묘한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메이저 해외폰 브랜의 국내 지사는 어느새 남아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4월에는 꾸준히 국내에 스마트폰을 공급해 오던 소니 코리아마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잠정철수하면서 해외폰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은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해외폰의 국내 시장 규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소수의 매니아층이 남아 있다. 또한 여기에는 외산폰을 들여오며 해외직구를 힘들어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국내에 해외폰을 소개한 1세대 기업 3KH의 임재실 이사를 만나 해외폰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들어보았다. 참고로 3KH는 자급제폰, 공기계, 해외폰, 웨어러블 전문사이트 체리폰을 운영하고 있다.

◆ 해외 스마트폰 국내 판매에 언제부터 참여했나

2007년 블랙베리를 수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0년 즈음부터 구매대행을 진행했다. 벌써 10년 이상, 정확히 1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 스마트폰 시장은 블랙베리가 주도했다. 오바마 폰으로 일반 대중에게 유명해지면서 기업 사용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지금은 쿼티 키보드를 좋아하는 매니아 중심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처음에는 기업의 생산성 폰으로 블랙베리 인기가 대단했다. 기본 폰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별도로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쉬웠다.  

2014년부터는 샤오미가 단연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가성비폰'이라는 말이 대중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다. 또한 개인이 사용하는 폰에 한해 전파인증을 받지 않고 바로 판매가 가능해져서 해외폰 구매대행 비즈니스도 병행하기 시작했다는 시기적인 점도 맞아 떨어져서 많은 분들이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세컨드폰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폰은 어느 정도 스마트폰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사용자들이 메인폰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게임이나 SNS, 기타 개인적인 활용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 하는 말로 워라벨(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트렌드)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 블랙베리는 업무폰, 샤오미는 세컨드폰. 같은 해외폰이지만 용도는 차이가 난다

맞다. 과일 깎는 칼과 고기, 채소, 빵 자르는 칼이 다른 것처럼 태블릿과 노트북, PC, 스마트폰을 적절히 사용하는 본격적인 디지털 세대가 등장해서 그런듯 하다.

매출 면에서 살펴보면 처음 시작한게 블랙베리였던 탓에 꾸준한 인기속에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샤오미는 10만원대 이하의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은 '홍미(Redmi)'를 시작으로 '홍미노트(RedmiNote)' 시리즈가 한 해에 2종류씩 지속적으로 발매되면서 많이 사랑받았다. 

특이하게 역수입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고성능 고가격의 폰이 인기가 좋지만 해외에 출시되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제품중에는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 중저가형 제품이 제법 된다. 이를 찾는 수요도 많아지는 기현상도 경험했다. 지금은 인도에서 출시된 제품도 간혹 들어오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홍콩에서 들어오는 제품들을 취급한다.

2019년 현재는 한창때와 비교하면 규모가 많이 줄었다. 3년전부터 전체 시장 규모가 반토막 났고 가장 활성화되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약 1/10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예전보다 경쟁력이 낮아졌다고 보이는데 이는 성능과 관련된 부분은 아니다. 

블랙베리와 샤오미가 국내에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출시되기 시작한 영향도 크다. 또 '알리'로 대표되는 중국산 오픈마켓은 독특한 틈새시장용 폰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소비자의 변화, 상황변화가 결국 시장 전체를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 미국은 화웨이를 심하게 압박하는 분위기인데, 화웨이 폰에 관한 인식은 어떤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여와 각 이동통신사에 맞게 이름을 바꿔 출시하면서 조금씩 친숙해지고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 U+가 P9시리즈를 직접 출시하기도 했고, 해외 브랜드 가운데는 보기 드물게 플래그십 기종의 메이트 혹은 P시리즈를 구매대행으로 구입하시는 분들이 많다.

소비자용 단말기를 출시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기에 샤오미나 블랙베리 같은 완전한 매니아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의외로 탄탄한 지지층이 있다. 라이카 렌즈를 채택한 화웨이 스마트폰의 인기는 중국시장내에서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와 경쟁하기에 충분하다고들 평가하는 듯 하다. 

"중국 사람들중 중산층 이상은 샤오미보다 화웨이를 더 선호한대"라는 이야기를 쉽게 듣게 된다. 업무차 홍콩, 선전시 등을 자주 방문해 보면 화웨이 플래그십을 사용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화웨이가 이번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갈릴거 같아. 모쪼록 잘 풀리길 바란다.

◆ 플래그십 시장이 정체를 빚으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 그래서 시장 정체라고 말하는데, 때문에 새롭게 주목받는 시장도 있다. 바로 리퍼폰(Refurbish)이다.

일체형 폰으로 디자인이 바뀌는 추세여서 사소한 고장, 부품 교체 등을 통해 본사로 재입고된 제품을 리퍼로 판매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삼성폰도 리퍼폰이 있고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이다. 2, 3년전에 출시된 폰을 요즘 사용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알뜰족이 늘어나면서 국내 리퍼폰 시장도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KH 체리폰 임재실 이사 (사진=최성욱 기자)
3KH 체리폰 임재실 이사 (사진=최성욱 기자)

중고폰이 제품 질에 대해 복불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는 달리 리퍼폰은 제조사에 보증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마음에 드는 폰이 없어서 새 폰으로 안간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신제품 스마트폰이 무조건 화면이 커지다 보니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폰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바꿀게 마땅치 않은 거다. 그런 면에서 갤럭시 S10e는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가격대가 높다보니 갤럭시 S7, S8같은 제품들이나 아이폰 7이나 아이폰 SE 같은 폰을 찾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백업과 일정폰으로 아이폰 6S를 쓰는데 보조폰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게 느껴진다.

◆ 해외폰의 장점으로 소비자들이 꼽는 것은

맨 먼저 이야기 나오는 부분은 듀얼 유심이다. 폰 하나에 두개의 유심을 꽂고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은 써 본 사람은 다 아는 매력이다.

국내 유심과 해외 유심을 함께 꽂아 사용해도 되고 하나의 폰에 회사 업무용 폰과 개인용 유심 두개를 꽂고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듀얼 메신저 앱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폰들이 늘어가면서 사용자들이 먼저 듀얼 심 사용용도로 해외폰을 구입하기도 한다.

또다른 장점은 약정할인, 가족 등으로 묶인 메인폰은 그냥 놓아둔 채 데이터 용량많은 유심을 알뜰폰에서 구입해서 이를 사용하는 분들도 있다. 폰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은 알뜰하게 챙기시는 분들이 많다. 해외폰 판매에 관한 한 국내에서 제일 오래됐다고 자부하지만 사용면에서는 배울게 많다.

이동통신사 계약 관련해서는 24개월 약정 기간을 다 채우고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2년은 너무 길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약정 중간이라도 유심을 꺼내서 다른 폰에 넣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유심이동용 백업폰으로 해외폰을 구매하는 분들은 제한적인 국내폰 종류와는 다른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즐거워 한다.

샤오미만 하더라도 폰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거기에 눈높이를 조금만 바꾸면 10만원대 이하의 스마트폰 중에서도 해외폰은 재미있는게 많다. 이통사에서는 데이터 유심을 별도로 판매해서 메인 번호의 데이터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사용하면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편하게 세컨드폰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 기능 말고 다른 구매 이유도 있다고

의외로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구입하시는 분들도 많은듯 하다.

가격이 높지 않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재미삼아 구입해서 사용기를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고 중고나라에서 처분하는 식의 지적 호기심을 즐기는 사용자층도 많이 늘었다. SNS와 대형 커뮤니티에서 해외폰 분야에 특화된 설명으로 유명세를 얻은 리뷰어들도 있다. 어떻든 기계와 장비 다루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성능 낮은 폰을 구입해서 분해하며 구조를 익혀보기도 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 "롬(ROM)"을 각기 다른 제품으로 설치하며 남들과는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경우도 있다.  

◆ 해외폰 시장 축소가 사업에 타격 없나

당연히 있다. 솔직히 타격 크다.

해외폰은 이제 끝물이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한다. 솔직히 경쟁 업체중에는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진짜 혜성 지나가듯 사라진 기업들도 많다. 지금은 없어진 업체들이지만 처음에는 마치 10년간 해온 듯이, 앞으로 100년은 갈 듯이 홍보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 회사는 이제까지 해 왔고 꾸준히 구매해 주시는 고객들이 있으니 당장 해외폰 구매대행을 중지할 계획은 없다. 그래도 시장 규모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니 이를 커버하기 위해 몇가지 복안도 준비중이다. 

이통사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유연해진 모습이다. 전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요즘은 해외폰을 들여와서 판매를 하기도 하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기존 폰에 유심을 꽂아 사용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이유는 확실하다. 회선 팔아서 수익 올리던 이통사 비즈니스 모델에 충실하기로 한 것이다. 예전보다 시장 규모가 줄어서 생긴 사이드 이펙트들 중에서 가장 합리적라고 해석된다.

◆ 요즘 특히 눈길을 끄는 폰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국내에서 주로 선택되는 폰은 최고 사양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서 2년간 사용하는데 문제없으면 된다는게 첫번째 요구사항이다. 전화요금과 같이 할부로 24개월에 분납하다보니 부담이 없지만, 해외폰은 다르다. 대부분 일시불로 결제하다보니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샤오미, 화웨이, 블랙베리 같은 폰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출시돼 있다. 특이한 폰 몇가지 소개하면 SUV 브랜드의 선두주자인 '랜드로버'가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전무후무 튼튼한 아웃도어폰인데 GPS 기능을 잘 활용하려는 분들께 추천한다. 

3KH 체리폰 임재실 이사 (사진=최성욱 기자)
3KH 체리폰 임재실 이사 (사진=최성욱 기자)

열화상 카메라와 가스 감지까지 가능한 S61이라는 캐터필러사의 폰도 인기가 높다. 단단한 특수목적 폰이다. 그런가 하면 보안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앞뒤 카메라가 모두 막혀 있는 보안폰을 찾는 경우도 있다. 푸시 투 토크(PTT)기능을 갖춘 무전기 폰도 몇종 나와 있으니 건설현장등에서 사용한다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 해외폰 사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국내폰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좋은 폰, 특이한폰은 없다 보시면 된다. 이미 정보는 다 개방 돼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폰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과정을 즐기길 권한다. 가끔 자신의 동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사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대부분의 구매과정은 온라인에만 존재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국내 안드로이드폰은 아기자기한 글꼴을 무료 혹은 유료로 구매가 가능해서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해외폰은 대부분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들 기능을 특별히 필요로 한다면 국내폰을 선택하기 바란다.

또 하나 덧붙이면 부모님 효도폰으로 폰을 바꿔 드리고 싶은 분들도 문의해 오시는 경우가 많다. 3.5mm 이어폰 잭 연결가능한 폰을 찾으시는 분들께 적합한 제품들도 중저가형으로 많으니 미리 충분히 찾아본다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끝으로 한말씀 한다면

해외폰은 말 그대로 해외폰이기에 구입할 때 고객 실명과 '개인통관고유번호'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구매대행 사이트에는 이에 관한 설명이 있으니 찬찬히 읽어보고 도전하시길 권한다. 그냥 해 달라는 분들도 계신데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고객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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